나는 공장에서 QA팀 사원으로 일하다가 입시 지원 시기를 놓쳐버려서, 국립대보다는 전문대로 진학했다. 많은 가난한 학생들이, 돈 때문에 국립대보다는 전문대로 진학하는 선택을 하는것으로 알고있다. 그들처럼 나 또한 최대한 빨리 기술이라도 배워 돈이나 벌고자했다. 대학을 다닐때만 해도, 전문대보다는 4년제 대학이 더욱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정말 많이했다. 이따금씩 4년제 대학을 간 친구들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무엇때문에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냥 느낌만이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마도 4년제를 나와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듯하다.
그러나 지금에와서 되돌아보면, 나는 전문대로 진학한것을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느낀다. 전문대에서 엄청난 기술을 배우고 축적했기 때문이 아니라, 개미지옥같은 대학 시스템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1인 기업가로 일하고 있는데, 대학에서 배웠던 수십개의 과목들 중 단 한개도 확실하게 사용하고 있지 않다. 대학에서 몇 년동안 배웠던 엄청나게 많은 지식들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 하고있는 일에서 도움이 되는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스스로 터득한 기술들뿐이다.

나는 국제자격증과 국가자격증을 포함해서 총 12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 중 몇 개는 고등학생 때, 몇 개는 대학을 다닐 때 취득한것이다. 이 자격증도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A라는 자격증을 어떤 시험을 통해 취득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이니, 어떻게 도움이 되겠는가? 페이퍼 라이센스는 말 그대로 종이조각에 불과했다.
학교에서는 계속해서 "자격증이 있어야 취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자격증이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 그 자격증이 무엇을 공부해야하는지, 어디에 취직할 때 유리한지는 알려주지 않았고, 들어본 적도 없다. 그냥 추상적으로 "자격증이 있어야 취업할 수 있다. 그러니까 무조건 자격증을 따도록!"을 강요받았다.
내가 대학생 때 자격증을 취득했던 가장 큰 이유는, 소정의 장학금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르바이트로 지친 나 자신에게 자격증으로 인한 소정의 장학금은 단비와도 같았다. 아주 탐나는,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은, 삼키기 참 좋은 돈이었다. 아, 물론 몇개의 자격증은 기간이 안맞아서 혜택을 받지 못했다.




대학생 때로 잠시 되돌아가본다. 정규 교육 수업, 아르바이트, 과제, MT, OT,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스펙 쌓기, 진짜 공부, 연애, 술자리, 일상생활, 집안일 등등. 이 많은것들을 어떻게 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당신이 대학생이라면 아마 위에 적힌것들 중에서 대부분을 하고있을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나 많은 작업을 한 명의 젊은이가 감당하는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학생들은 모두 버텨내고 있다. 정말로 대단하다. 대한민국의 20대는 위대하다. 당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떠들어대는 교수나 어른한테 가서, 위에있는것들을 해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일주일만에 녹초가 되서 K.O 될 것이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1명의 사람에게 너무나도 무거운 짐덩어리가 강제로 주입되고 있기 때문인것이다.

대학은 대학생 외에는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작업량을 강요하고 있다. 결국 대학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비해버린 젊은이는 사회에서 그 역량을 다하지 못하고 내리막으로 추락해버린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때부터 이미 에너지가 방전되어있기 때문이다. 그 에너지를 다시금 재충전하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비된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 엄청나게 많은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2011년에는 책을 100권정도 읽을 수 있었고, 새로운 취미인 기타를 독학할 수 있었다. 또 블로그를 꾸준히 한 결과 파워블로거가 될 수 있었으며, 트위터 페이스북같은 SNS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강의를 30회정도 할 수 있었고, 비지니스적으로 맺어진 인맥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렇다고 대학을 다닐때보다 훨씬 더 열심히 생활한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학다닐 때보다 잠을 더 잤고, 술을 더 많이 마셨고, 영화를 더 많이 봤고, 더 많은 사람을 새롭게 알게되었고, 더 많이 웃었고, 더 많이 행복해했으며, 더 많이 실패해봤고, 더 많이 울었고, 더 많이 도전했다. 이 모든게 1년사이에 이루어진것이다.
 
당신이 대학생이라면, 대학다닐때의 1년을 떠올려보라. 기억에 남는 추억이 몇개나 되는가? 1년동안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도전을 할 수 있고, 얼마나 많은 실패를 할 수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책은 얼마나 볼 수 있고,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가? 내 경험에 의하면, 대학생때의 1년은 별로 한것도, 기억에 남는것도 없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나는 대학생때보다 훨씬 느긋하게 생활했는데도 불구하고 졸업 후에는 정말 많은것들을 얻고 배웠다. 그만큼 잃은것들도 많았지만, 적어도 대학에서 흥청망청 1년을 소비한것과 비교해볼 때, 정말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금도 이런 사실이 의아하게만 느껴진다. 똑같은 1년인데, 일어난 일들은 너무나도 차이가 크다.




도대체 누구의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할까.
대학 교수가 문제일까? 100% 그렇지는 않다. 물론 제도권에 안주해서 학생들을 진정한 제자로 여기지 않고,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사람으로 대하는 교수들도 있다. 하지만 정말 열정적으로 교육에 힘쓰고, 인재 발굴에 관심이 많고, 젊은이가 힘들어진것이 기성세대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항상 미안함을 가진 교수들도 있다. 생각이 깨어있는 교수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쏟을 수 없게 만드는 대학 시스템 때문이다.

교수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교육과 연구다. 당연히 주 업무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정반대다. 교수들은 불필요한 출장, 사진 촬영을 위한 행사참석, 전시행정으로 인한 서류작업, 학교 홍보, 회계처리, 몇개의 동아리 관리, 술자리 참석, 쓸모없는 교육 수강, 방학이 되면 으레 시작되는 워크샵 동행, 취업 문제로 인한 여러 기업들과의 제휴 네트워크 관리 등등. 당장 없애버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많은 잡무 때문에 학생들에게 눈길조차 주기 힘든 실정이다.
내가 꼬집고자 하는것은 특정한 누군가나 직업군이 아니라, 부조리한 대학 시스템 그 자체다!

안타깝지만 대학은 당신을 배신할 확률이 높다. 이 말을 믿을 수 없다면 당신이 알고있는 대졸자 선배를 아무나 찾아가서 이렇게 질문해보라.
"대학에서 무언가를 부탁한다면, 어떻게 하실거죠?"
아마 10명 중 7명은 이렇게 답할것이다.
"대학이 나에게 해준게 뭔데?"
이런 대답에서 알 수 있듯 대학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대학을 믿지말고 자기 자신을 믿어야하는 가장 큰 이유다.

대학이 해주는것이라곤 고작해봐야 전공관련 지식 조금과 도장찍힌 졸업장, 별 도움도 안되는 자격증 몇개 뿐이다. 이것의 댓가로 당신은 수천만원을 지불하거나, 의도하지 않게 빚쟁이가 되어, 정신을 차리고보면 몇 년동안이나 등록금을 갚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많은 청춘들이 대학을 믿어온 결과, 결국엔 빚쟁이가 되고 백수가 되고 불효자가 되었으며, 취업에 힘들어하고,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해외로 도망치듯 연수를 갔고, 아까운 20대 전부를 소비해야 했고 심지어는 고인이 되기도 했다. 애초에 대학을 신뢰하지 않았다면, 그러니까 대학에 자신의 미래를 맡기지 않았다면 이런 현상은 나타날 수가 없는 이슈들이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대학을 믿지 않으면 된다.
대학을 믿지 않는것과 대학 근처에도 가지않는것은 다르다. 가령, 종교관이 불교든 기독교든 간에 석가탄신일과 크리스마스는 즐기는게 좋은것처럼, 대학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학을 멀리할 필요는 없다. 대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게 있다면, 최대한의 이득을 쟁취하는것이 맞다. 예컨대, 대학에서 열리는 각종 공모전(휴학생이나 일반인도 참가할 수 있는 공모전이 많다)에 관심이 있다면, 참석해야 한다. 중요한것은 대학이 당신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대학을 믿지말고 자신을 믿어야함을 재빨리 깨닫는것이다.

만약 지금 다니고있는 대학이 있다면, 즉 지금 현역 대학생이라면, 빚쟁이가 되지 않는 방도를 찾는게 지름길이다. 쉽게 말해서, 열심히 공부를 해서 전액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계속 다니든가, 자신이 없다면 휴학이나 자퇴를 고려해볼 수 있다. 자퇴가 너무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면, 일단 휴학을 신청한 뒤 1년 정도 여러가지 경험을 해보며, 스스로에게 '정말 나에게 대학 졸업장이 필요할까?'라고 자문하고 미래를 설계해볼 수 있다.

당신에게는 대학이 아닌 진짜 돌파구가 필요하다.
진정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학교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어딘가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대학에서 하라고 강요하는 많은것들을 하지 말고, 대학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것들을 해보라.
아니, 그냥 자신이 하고싶은게 있다면 그것을 해보라. 그것만이 당신의 미래를 담보해준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라. 대학생때만 참가할 수 있는 강연이나 행사가 참으로 많다. 여기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라. 결석을 하더라도 학교외에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려라.

진짜 돌파구는 학교와는 아주 멀리 떨어진곳에 있다.
이런 사실은 아무도 당신에게 가르쳐주지 않았을것이다. 왜? 당신이 지금껏 계속 학교에 있어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부터 쉴틈없이 대학교까지 왔기 때문에 학교를 벗어날 시간이 없었을뿐이다. 진짜 돌파구가 학교 밖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을 뿐이다.

대학을 믿지마라. 대학은 당신의 기대를 배신해버리고 만다.
취업난 속에서 꿈은 커녕 비전조차, 당장 내일의 희망조차 잃어버린 당신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대학을 의심하고, 자기 자신을 믿어야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대학에서 하라고 강요하는 많은것들을 하지 말고, 대학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것들을 해보라.
아니, 그냥 자신이 하고싶은게 있다면 그것을 해보라. 그것만이 당신의 미래를 담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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