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기록] 불규칙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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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에서 규칙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반대로 규칙에서 불규칙을 만들어내는 건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고있는 자연환경은 매우 불규칙하다. 씨앗 10개를 심어도 열매 10개가 맺히지 않는다. 반대로 씨앗 5개를 심더라도 자연현상 혹은 우연에 의해 5개 이상의 열매를 획득할 수도 있다. 인간은 날씨, 바람, 환경 등 자연현상을 빼놓고는 살아갈 수가 없는데, 이 자연현상 자체가 불규칙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규칙이란 것이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불규칙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시스템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구축해 놓은 사회구조는 불규칙에 규칙을 이식하려고 한다. 모든 것이 24시간 365일 문제없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하도록 만들려고 한다. 




법규가 없더라도 적절한 양심이나 명예를 부여해주는 암묵적인 구조가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법규가 만들어지고 공표되어 버리면 사람들은 법규에 있는 항목만 따르고자하며, 그것의 빈틈을 찾아내어 그것들을 위반하기 위해 애쓴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말하자면 규칙이란 것이 불규칙을 잉태하는 효과가 있다. 애초부터 규칙이 없다면 불규칙한 상황에 적응하여 살아갈 것이다. 반대로 규칙이 있다면 불규칙을 만들어가며 살아갈 것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모든 것이 불규칙하고, 우리는 불규칙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출근시간은 자유롭되 하루 8시간 근무는 지켜야 한다면 이것은 규칙인가 불규칙인가?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퇴근시간이 자유롭다면 이것은 규칙일까, 불규칙일까? 결과적으로 모두 규칙이다. 어떤 것이 제한되어 있다면 모두 규칙에 해당된다. 제한되는 것이 없을 때, 비로소 불규칙은 성립되며, 불규칙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와 맞닿아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규칙은 사람들을 억압하고 통제한다. 관리하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들쑥날쑥한 그래프보다는 일자형태의 그래프가 훨씬 관리하기 편하다. 모든 사람을 똑같은 목제인형으로 만들려는 이러한 규칙은 일자형태의 그래프처럼 심장박동을 멎게하고 모든 것에 활력을 뺏는다. 쉽게 말해서 살아있는 사람을 생명없는 인형으로 만들려는 시도다. 단지 관리하기 쉽다는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규칙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불규칙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불규칙은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출/퇴근 시간과 근무시간이 자유롭다면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가 고전적인 경영자 마인드다. 그러나 진짜 출퇴근 시간과 근무시간이 자유롭다해도 업무에는 전혀 지장이 발생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의 일을 스스로 마무리짓고, 자신의 일에 애착을 느끼고, 일을 통해서 무언가를 성취하길 원한다. 업무가 자신의 스타일과 맞는다면 말이다. 자유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자신과 잘 맞는 업무를 선택할 자유도 있다. 하루 8시간이라는 근무시간을 강요한다면 사람들은 딱 8시간만 일하려 들 것이다. 일이 많든 적든간에 말이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자유롭다면, 그리고 일에 흥미를 느낀다면 8시간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싶은 만큼, 그러니까 10시간이든 15시간이든 자신이 원해서 일을 할 것이다.  물론 4시간 일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도 일하는 4시간 외에 자신의 일을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결과적으로 문제없이 일을 마무리할 것이기에 시간은 관계없다.

불규칙의 규칙은 궁극적으로 규칙이다. 규칙은 누군가를 통제하고 억압하고 의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상대방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규칙 따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사랑에도 규칙이 있는가? 추억에도 규칙이 있는가? 과거, 현재, 미래에도 규칙이 있는가? 우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에는 규칙이 없다. 궁극적으로 소중한 것들은 불규칙하다.

살아가면서 불규칙한 상황을 맞딱드리게 될 때, 당신은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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