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며칠 지나지 않았을 무렵, 급하게 보도자료를 쓰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몇 시간 안에 보도자료를 배포해야 한다는 부가설명이 붙었다. (보도자료 배포라 함은 기관이나 기업에서 자체 홍보를 위해 네트워킹 되어 있는 신문사나 기자들에게 자료를 배포하는 아주 고전적이면서 효과적인 홍보 방법 중의 하나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인터넷 신문이나 종이 신문의 기사 중에서도 기업 혹은 기관 출처로 된 보도자료가 기사화 된 것이 있다.) 나는 그때까지 보도자료를 써 본 일도, 보도자료를 배포해 본 일도 없거니와 글쓰기에도 전혀 자신이 없었지만 상부의 지시는 지시였던터라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워드프로세스를 실행하여 이런 저런 내용들을 적어나갔다. 나는 우리 회사를 이 보도자료가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머리를 쥐어 뜯으며 열심히 작성해 나갔다. 실력이 형편없었던지라 짧은 글도 엄청 오래걸렸었던 기억이 난다.



겨우내 작성한 보도자료를 검토 받기 위해 출력할 때의 그 긴장감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것도 가장 처음 들어가는 결재가 아닌가? 그리고 조직을 대표하는 가장 '첫' 보도자료라는 중압감 때문에 그 당시 나는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들어간 사무실. 상위 직급자에게 보도자료 출력물을 내보이는 순간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건 기사가 아니란다. 그리고는 수정 및 보완해야 할 내용을 지적 해주는데, 지적된 것들 중 대부분은 추상적, 주관적 내용들이었다. 예를들어 '확실히', '엄청나게', '제대로', '너무나', '....라고 느낀다' 등은 주관적인 관점이자 추상적인 단어이기 때문에 보도자료나 뉴스 기사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형편없는 실력과 경험으로 인해 이런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검토 해 줄 수 있는 상급자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검토없이 그 상태로 보도자료가 배포되었다면 아마 수백명의 기자들에게 엄청난 항의 이메일을 받았을 것이다.



▶ 블로그 글은 신문 기사가 아니다

신문이나 보도자료를 잘 쓰는 것과 블로그 글을 잘 쓰는 것은 다르다. 블로그 글은 신문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문 기사는 개인적인 관점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기사란 말 그대로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는데 그 목표가 있는 까닭이다. 가령, 나무에 사과가 열려있는 과수원의 모습을 기사화 한다고 했을 때에 나올 수 있는 문장들은 'OO평의 과수원에 OO여개의 사과가 자라고 있다'든지 '작년에는 몇 월부터 몇 월까지 수확했었는데, 올해엔 OOO 날씨의 영향으로 조금 앞당겨 수확한다'같은 사실(fact)을 말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장면과 같은 내용을 취재한 2명의 기자는 대동소이한 기사가 나올 확률이 높다. 그러나 블로그 글은 다르다. 블로그 글은 정말로 주관적인, 그러니까 글쓴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반영되면 반영될 수록 높은 점수를 얻는다. '빨간 사과가 참으로 탐스럽다'든지 '우리 어르신에게 선물하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라든가 '우리 가족들과 함께 사과 수확하기 체험을 해야겠다' 또는 '사과 밭이 엄청나게 컸다!'같은 내용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블로그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감정이 메말라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객관적인 내용만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만 보자면(실제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겠지만) 신문기사는 불한당이나 감정불구자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크리스마스에 가족 선물로 좋은 10개의 아이템'이란 주제로 기사를 쓸 수 있다. 제품의 스펙, 가격, 판매처 등 객관적인 사실만을 나열할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로그 글은 그렇지 않다. 누구에게 선물할 것인지, 잘 어울릴 것인지에서부터 이것을 선물하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이며 어떤 기분을 느낄 것인지 등이 블로그 글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뉴스 전문기자보다 블로그에서 우먼 파워(Woman Power)가 돋보이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블로그 글에서는 얼마든지 감정을 표현해도 좋다! 아니, 꼭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 종류를 규정하지 않아도 된다.

신문기사에는 몇 가지의 종류가 있다. 대표적으로 스트레이트, 피처, 스케치, 칼럼, 인터뷰, 가십, 단신 등과 같은 것들인데 이러한 종류마다 글의 스타일과 길이 등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또한, 육하원칙이 있어야 하고, 피라미드 혹은 역피라미드 형 같은 글 내부의 얼개도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다양한 스타일이 있는 것이 바로 신문기사인데 연유가 어찌되었든 글의 일부는 제한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블로그 글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하지만 규정하지 않아도 된다. 서평, 제품 사용기, 여행지 소개라든지 상품 소개, 자사 행사 홍보나 개인의 일기까지 그 무엇이라도 블로그에 업로드하여 발행하면 그것 자체가 바로 블로그 글이 된다. 내가 맛있는 사과를 먹고 너무 감동하여 그 느낌과 사진들을 내 블로그에 올리고자 하는데 그것이 스트레이트든 칼럼이든 스케치든 무슨 관계란 말인가? 중요한 것은 맛있는 사과를 먹고 그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과 그 글을 보고 누군가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뿐이다. 그렇다면 만약 신문기사를 블로그에 업로드하여 발행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기사라기 보단 블로그 글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업로드 된 매체가 '블로그'이기 때문이다.



▶ 주관적으로 전달하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신문기사를 떠올린다. 이렇게나 차이점이 많은데도 말이다. 그리고 혼동하기도 한다. 마치 자기가 신문기자가 된 것처럼 자신의 글이 완벽하지 않다면(신문기사답지 않다면)발행할 수 없다고 스스로 세뇌한다. 그러다가 시기성을 놓치거나 흥미를 잃어버려 블로그 글 뿐만 아니라 블로그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었다면 누군가에겐 엄청난 도움이 될 수도 있었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신문기사는 그 자체로 순수하고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오보도 있고, 오탈자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확고하게 정립된 시스템과 수십년간 훈련된 기자들이 쓰는 글은 확실히 '기사'답다 할 수 있다. 우리들은 신문기사를 통해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많은 것들을 배워나간다.

블로그 글은 그 자체로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감정적인 요소가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고(감정은 수시로 바뀐다. 마음에 들었던 옷이 그 다음날 입었을 때 마음에 안드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전문적으로 글쓰기 훈련을 받은 사람이 쓰는 것도 아니며, 편집장 같은 검수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언제든지 수정/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고, 실수가 발견된다 하여도 정보 전달 자체에 무리가 없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내가 맛있는 사과를 먹고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다섯번 나오는 사과라는 단어 중 두번을 '사과'가 아닌 '사괴'라고 적었다한들 큰 맥락은 아무런 흔들림이 없으며, 그것을 읽는 사람들도 내용 이해에 전혀 피해를 받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동안 블라이트(blog+write : 블로그 글쓰기 혹은 그것을 하는 사람)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자유다! 글쓰기에 자유가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만족감과 홀가분함을 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당신이 블로그에 쓰고 있는 글은 신문기사가 아니다. 취재수첩같은 것은 소지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의 감정은 당신의 머릿속에, 가슴속에 고스란히 저장된다. 블로그 글에서도 당연히 사실을 전달하고 정보를 공유해 줄 목적성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주관적으로 전달하라.

스스로의 해석을 신뢰하라. 모두에게 맛있게 보이는 사과가 당신에게도 맛있어 보일 것이라곤 장담할 수 없다. 집단지성은 여기에서 탄생한다. 당신의 신문기사답지 않은 주관적인 의견과 글은 누군가에겐 아주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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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표』,『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블로그』,『1인분 청춘』의 저자, 작가, 강사, 글쟁이, 블로거, 문화 콘텐츠 매니저, me@namsie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