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편지

이곳의 날씨는 상당히 화창하다네. 아니, 화창하다못해 눈이 부실 정도지. 단어 그대로 낙원같은 곳이라네. 그토록 원하던 안락하고 공중정원처럼 아름다운 이 곳에서 평생의 반려자이자 동료, 친구인 자네를 향해 펜을 들어보네. 하고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 탓에 어떤 이야기부터 해야할지 망설여지기도 하고, 또 그러한 이야기를 할 생각만으로도 어디론가 날아가버릴듯한 설레이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다네.



친구여, 나는 주위가 온통 자연으로 둘러쌓인, 누가봐도 이상할 것 없는 평범하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 않은 곳에 있네. 여기에는 아주 높은 산이 하나 있는데, 그 산 꼭대기에는 주인이 없는 흰색 저택 하나가 있다네.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자유로운 저택이지만 그 누구하나 훼손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지. 누가 건축을 했는지, 누가 목재들을 준비했는지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설로만 전해지는데, 사람들 각각의 말들이 서로 상이한 탓에 누구의 말을 믿어야할지는 조금 고민스럽다네. 이따끔 내가 그 전설을 새롭게 써보는건 어떨지 생각해보곤 하는데, 기존에 있는 수많은 전설들이 너무도 완벽한 까닭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네. 원하는 모든 것을 전부 다 직접 만들 순 없지 않겠는가?

주위를 둘러보면 형형색색의 싱그러운 열매를 한껏 맺어 마치 남성들을 유혹하는 미녀처럼 보이는 나무들과 쉴 새 없이 어디론가 흘러가는 강물이 있다네. 이 강물은 어디에서부터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지 자네는 아는가? 지금에와서 생각이지만 우리내 인생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어디에서부터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것이 꼭 저 강물과 닮았다는 느낌이라네. 아... 인생의 허무함이란! 하지만 그것을 알려고 할 필요도, 알 필요도, 심지어 알고싶어하는 그 마음조차도 가질 필요가 없다네. 어떤 것을 모른다는 것은 배울 수 있다는 의미이고, 사실 모른다는 것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말하자면 무한한 가능성의 기회가 될테니까 말이야. 그렇기때문에 인생은 살아 볼 충분한 가치가 있고, 모험심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야하는 거라네. 영원한 동료여, 자네는 사실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나는 알고있네. 자네와 가장 친하고 가장 오랜시간을 함께보냈던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니 철썩같이 믿어도 손해보진 않을 것이네. 만약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바다보다 넓은 포부와 태양보다 뜨거운 꿈을 품은채로 마치 종교를 믿는 것처럼 스스로를 믿는다면 자네는 가까운 미래에 원하는 것들 중 일부는 이루어낼 수 있게 될 것이야. 이것은 불변의 진리이자 꼭 그렇게밖에 될 수 없는 어떤 명령처럼 이루어지니까. 하지만 가슴은 달빛처럼 차갑고 고드름처럼 냉정해야하네. 때때로 열정은 자기 자신을 불태워서 잿빛으로 만들어버리거나 어떤 사건으로 인해 너무나 굶주린 나머지 스스로를 잡아먹는 악마같은 습성을 겸비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내가 자네와 아쉬운 눈물의 작별을 고하고 이 곳에 온지도 꽤 세월이 흘렀지. 그간 잘 지냈는가? 어떻게 지냈는지, 그동안 얼마만큼의 포부를 달성하였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네. 그럼에도 직설적으로 물어보진 않을 것이고 그 답을 요구하지도 않을 생각이네.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에 대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말일세. 또한, 내가 만약 자네에게 그러한 물음을 던진다면 어쩌면 자네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만 특정한 것을 선택할지도 모를일이 아니겠나? 나는 그러한 것들을 진심으로 원하지 않는 관계로 계속해서 궁금증을 간직하고 있을거라네.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여러가지 문제점들 중에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들도 있는 법이니까.

친구여, 앞으로도 종종 내 이야기를 자네에게 전할 생각이네. 천천히, 천천히보다 더 천천히 풀어놓을 생각이니 너무 조급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네. 그러고보니 자네는 성격이 꽤나 급한편이 아니었던가? 내가 자네와 함께했던 많은 날들에서 자네의 그 조급함은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불행이 되기도 했었지. 하지만 어쩌겠나?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난걸. 중요한 것은 자신의 단점을 애써 고치기보다는 그 단점을 어떻게 장점으로 승화시키느냐 일 것이야. 장점이 되지 못하는 단점들도 있다네. 이때에는 단점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소한 것들에는 심각할 정도로 신경쓸 필요가 없다네. 삶에는 사소한 것을 압도하는 중요한 문제들이 아주 많고, 자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테니까.

Featured photo credit: Astraete via flickr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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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표』,『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블로그』,『1인분 청춘』의 저자, 작가, 강사, 글쟁이, 블로거, 문화 콘텐츠 매니저, skatl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