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의 무명생활 3 - 노력으로 안되는 것도 있다

백수라면 백수고 프리랜서라면 프리랜서, 이도저도 아니라거나 아직 명칭이 없는 직업군을 가진 이런 생활에선 일감이 몰릴때 확 몰리고 없을땐 아예 없기 마련이다. 욕심을 좀 부려 모든 일거리에 대해 승낙하고 싶었지만 그러지않기로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블로그를 대대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블로그 제목에 이름을 넣은 것이 아주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 개인브랜드화에 이보다 더 좋은 상품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어린시절엔 특이한 이름 때문에 곤혹을 치르곤 했었는데(병원 같은데서 차트를 적을 때 이름을 말하면, 항상 두 세번은 반복해서 말해야만 제대로 적혔다) 지금은 독특한 이름 덕분에 사람들에게 쉽게 각인되고 차별화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검색 포털에 '남시언'을 입력해서 블로그로 들어오는 사람이 많다. 어디에서 찾든 내 이름 하나만으로 사람들은 나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내 이름이 '철수'나 '영희'처럼 흔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장에 아무런 쓸모없이 읽었던 많은 책들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글로, 말로서 다시금 나타났다. 아무런 돈벌이도 안되던 책을 통해 나는 보다 고급어휘를 사용하게 되었다. 인용할 수 있는 많은 문장들은 딱히 외운적이 없는데도 필요할 때 불쑥 나오곤했다.

1년 기준으로 강의 섭외가 10건 이하일 때에도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관련 도서를 탐독했었다.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보면서 쓸모없어 보이는 시간을 보냈다. 아직 사용할 곳은 없지만 공부하면서 연습해보는 프레젠테이션은 아주 재미있었다. 나는 흥미를 느꼈고, 거의 매일 밤마다 어딘가에서 멋지게 강연하는 자신을 상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강의도 없는데 무슨 강의 자료를 만드냐?" 내 친구가 말했다. 이처럼 남들이 보기에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인생의 점을 찍어나가면서 몇 년을 보내야만했다.

봇물이 터진 것은 2015년부터다. 쓸데없어 보였던 행동들이 하나의 점이 되어 선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일단 강의 섭외가 이전보다 확실히 많이 들어왔다. 섭외온 것들 중 일정이 맞는 부분은 진행했고 그렇지 않다면 취소했다. 그 외에도 블로그나 흔히 SNS라 칭하는 소셜미디어 관련으로 이메일이 많이 오고 해당 섭외나 문의로 방명록과 페이스북 소셜댓글이 수시로 달린다. 이것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수 년의 무명생활을 거치면서 힘들었지만 잘 버텼고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은 강의를 했다. 때로는 안 좋을때도 있었지만, 내 생각 이상으로 수강생들의 평가가 높았다. 과거엔 너무 강의가 하고싶은 나머지 재능기부나 무료교육도 했었다. 그러나 이 것도 녹록치 않았던게 워낙 이 쪽 시장이 커지다보니 사실상 나를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지금은 이렇게하지 않아도 강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한 생각이다. 이제서야 조금씩 사막을 걸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오래도록 나를 갈고 닦고 기름칠했다. 낙수가 바위를 뚫 듯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듬어졌고 날카로워지면서 한편으론 여유로워졌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르는건 디테일이다. 강의 시작 전, 양치질 여부에서부터 레벨이 드러난다. 강의 진행 중에는 만약 보조강사가 대동된다면, DSLR 카메라로 강의 사진을 찍어 주관기관에 잔뜩 보내준다. 올해에 처음 시도해본 나름의 전략이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

나는 누군가를 가르칠 입장이 안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계속한다. 나는 이 주제에 흥미가 있고 재미를 느낀다.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강의 좀 해보실래요?"라고 묻는다면 80% 이상의 확률로 되돌아올 대답은 "전 말을 잘 못해요"일 것이다. 사실은 "별로 관심이 없어요"란 의미다. 가능성을 스스로 제약하는 사람에게 밝은 미래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질문자 입장을 바꾼다면 내 대답은 "물론이죠"다. 나는 이 일을 사랑한다. 곧 이 일을 하는 나를 사랑한다.

누군가는 나를 직장생활 실패자 혹은 인간말종으로 낙인 찍겠지만, 나는 지금 그 누구보다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물론 여전히 초보이고 완벽하지 않은 탓에 계속해서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아야한다.

나는 인생 전체를 농사로 본다. 어느때건 투자하는 시기가 꼭 필요하다. 씨도 뿌리지않고 열매를 얻을 순 없는 법이다. 가을에 수확하려면 봄부터 열심히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줘야한다. 20대와 30초반은 투자하는 시기로본다. 통장에 별다른 숫자가 없어도 투자하는 시기라면 조급함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국 투자가 곧 재산이 된다. 내 재산이라면, 주입식 교육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은 창의력과 지식, 경험이다.

내가 가장 얘기하고 싶은건 이거다. 향간에선 노력하면 무조건 성공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내 경험에 의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노력으로 안되는 것도 분명 있다. 아주 사소한 성취라도 노력과 운, 타이밍 등 복합적인 요소가 동시에 작용해야만한다. 나는 무명생활 시절, 잠을 4시간씩 자면서 세상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당시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행운과 시기적인 수요가 절대 필요하다. 인생은 복잡하다. 중요한건 그 행운과 시기적 수요가 있기까지 포기하지않고 얼마나 집중하느냐다. 나 역시 출발선을 갓 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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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표』,『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블로그』,『1인분 청춘』의 저자, 작가, 강사, 글쟁이, 블로거, 문화 콘텐츠 매니저, skatl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