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3권 쓰고 1원도 못 번 대신 얻은 4가지

책 쓰는 사람 중에, 아니 글 쓰는 사람 중에 겸손한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악랄한 정의를 가진 자들이 바로 글쟁이다. 작가는 어떤 욕망에 의해 지리멸렬한 글쓰기 작업을 감내하는 부류다. 쉬운 작업은 아니다. 그래서 욕망있는 인구는 많지만 작가는 많지 않다.

작가의 욕구는 돈일 수도 있고 명예일수도 있으며 단순히 자기가 책을 냈다는 사실에 대한 만족감일수도 있고, 문화적으로 입증된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동경과 자기가 그 반열에 올라섰다는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동기일 수도 있다. 독자를 위해 쓰지만 결국 집필이란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므로 가장 기초적인 동물적 본능에 다름아니다.

나는 지금껏 4년에 걸쳐 책 3권을 출간했는데 책 3권으로 단돈 1원도 벌지 못했다. 오히려 돈을 썼다.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투자인가? 경제적 관점에서보자면 실패한 계획이고 투기이며 망해버린 재테크다. 근시안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 책 같은건 쓰지말길 권한다. 책으로 돈벌기? 솔직히 어렵다.

많은 것들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자본주의 세상에서도 비용 측정이 까다롭거나 불가능한 소재는 있기 마련이다. 예를들어 작가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나 개인의 브랜드 이미지같은 것들은 계산기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내가 직장인일 때, 통장에는 괜찮은 월급이 꽂혔다. 지출보다 수입이 많았으므로 돈은 차곡차곡 쌓였고 가끔씩 확인하는 잔고를 보면서 흡족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함을 맛봤다. 그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한 달동안 내가 했던 그 수 많은 노력들과 보냈던 시간들이 숫자 몇 개로 순식간에 바뀐다는 사실에 허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작가가 출간으로 얼마의 돈을 버는지 궁금해한다. 솔직히 나도 다른 작가들이 얼마나 버는지 궁금하다. 나는 작가들이 좀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좋은 환경에서 집필에 전념할 수 있길 바란다. 책이란건 투자수익률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문화로 해소해준다. 가장 기초적인 문화콘텐츠가 글이라면 책은 문화콘텐츠의 기둥 정도 되겠다.

"책으로 돈 벌 생각은 없었어요"라고 이야기할 순 있지만 99% 거짓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왕이면 돈을 버는게 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판매를 통한 인세가 전부는 아니다. 책은 기본으로 작용하는 여러가지 효과가 있다. 즉, 책 자체로 돈을 버는게 아니고 책을 통해 다른 일을 연결해서 돈을 포함한 많은 것들을 얻는 식이다. 그러니 나에게 지금껏 책으로 얼마를 벌었느냐고 물어보면 참 난감하다. 번 게 없어서다. 하지만 슬프지는 않다. 직접적인 수익 대신 다른 것들을 얻었기 때문이다.

첫번째로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 '작가'라는 단어는 때론 직업이 되고 때론 취미가 된다. 어감도 나쁘지 않다. 사회 인식과 시선에는 존중의 의미도 담겨있는 듯하다. 작가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특유의 그 이미지는 문화적으로 사람들에게 이미 공유되어있다. 어디가서 작가가 무얼하는 사람인지 부가설명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말이다. 이 단순한 단어에는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어딘가 모르게 똑똑하면서도 약간 또라이 기질이 있을 것 같고, 책에 파묻혀 살 것 같고, 특정 분야 전문가의 향기를 풍긴다. 왠지 누더기 옷차림을 하고 담배와 술에 찌들어 살면서 세상사에 관심이 없을 것 같다는 분위기도 있다.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보다 부르기도 쉽다. 명성과 명예와는 별개로 누군가로부터 '작가'라고 불릴 때야말로 작가는 세련된 모습을 갖는다.

두번째로 독자를 얻었다. 작가-독자의 관계는 책으로 연결된다. 여행지에서 우연하게 만난 사람이 내 책을 읽었던 독자일 때도 있었고, 처음 열리는 어떤 회의에서도 독자를 만났고,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독자일 때도 있었다. 전혀 색다른 장소에서,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도 독자는 있다. 책은 여전히 비주류 매체이지만 아날로그식 끈끈한 감정은 SNS를 통해 만난 사람과는 차원이 다르다. 독자는 작가의 팬이기도 하고 안티기도하다. 팬들의 응원은 항상 힘이 되고, 안티들의 의견은 좀 더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한 피드백으로 작용한다.

세번째는 상당히 중요한데 성취감이다. 작가의 시선에선 책을 집필할 때 목표로한 어떤 지점같은게 있다. 예를들어 책을 읽고 독자가 마음의 평화를 얻거나(에세이 등)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한다던지(기술 서적) 보고서를 잘 쓸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식(실용서적 등)이다. 물론 독자의 성향은 매우 다양해서 모든 사람을 목표 지점으로 이끌거나 만족시킬 수는 없다. 목표는 독자와의 소통을 통해 정립된다. 독자들의 블로그 리뷰, 인터넷서점 댓글, 서평, 보내주는 SNS 메시지, 방명록, 오프라인 강연이나 회의 등에서 만나는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성취감은 돈으로 살 수 없기에, 또 돈으로 사지 않았기에 더욱 특별하다. 성취감은 강력한 자신감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바뀐다. 나는 독자와의 소통을 통해 재혼을 앞둔 할머니처럼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네번째는 인세를 제외한 돈과 일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얻게된다. 가장 대표적인건 역시 강연이다. 강연을 위해, 강사가 되기 위해 책을 쓰는 사람도 있다. 우스개소리로 부동산 책을 써서 인세와 강연으로 돈을 번 다음 부동산을 구입한다는 말까지있다. 하지만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처럼 '뼛 속까지 내려가서'쓰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강의 시장은 매우 크지만 경쟁이 심하고 전문가와 비전문가는 금방 구분된다. 작가는 자료를 기반으로 책을 쓰지만 생각과 노하우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가인 강사와 그냥 강사는 강연 품질에 차이점이 있다. 지식 사회, 지식 노동자에게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다.

강연 외에도 컨설팅이나 기술 조언같은 과외식 업무도 들어온다. 자문위원회에 참석해서 회의를 하고 전문가로서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수 있다. 또한 해당 분야 칼럼 기고나 잡지 연재처럼 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일거리도 있다.

어떤 일이든 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멈춤없이 앞으로 전진하는게 소명이라면 소명이겠다. 지금껏 인세로는 한 푼도 못 벌었지만 나는 앞으로도 책을 쓸 의향이 있다. 무엇보다 내 글을 누군가가 읽을 수 있고, 내 생각이 기록으로 남는다는게 참 좋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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