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재] 예천곤충박물관 - 도시의 갑갑함을 벗어난 아늑한 휴식처

이 글은 컬처라인 문화포커스 2016년 상반기호 기고문 입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도시화가 지금처럼 진행되지 않았던 까닭에 동네나 마을에서 쉽게 곤충을 만날 수 있었다. 학교에선 봄만 되면 항상 벌에 쏘여 두툼하게 부은 손등이나 손가락을 가진 친구들이 자랑스레 떠들곤 했다. 운동장에서 사마귀를 잡으려다가 사마귀에게 되레 물리는 친구도 있었고 개미끼리 싸움을 붙이다가 개미한테 물려서 우는 친구도 있었다. 나비를 잡아보겠다고 007작전을 펼치는 학생들도 많았고 매미를 잡아보겠다고 타잔처럼 나무에 올라타는 친구도 언제든지 볼 수 있었다. 밤에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면서 잠들었고, 손가락 2개(고수는 검지와 중지를 활용해 가위 형태의 손가락 모양을 주로 이용한다)를 활용해 잠자리의 날개를 낚아채는 기술은 쉽게 터득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므로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보통 놀이터의 그네는 나무 밑에 있는 경우가 많은 데다 나무 밑 그늘이 무척 시원하여서 그네를 타다가 목덜미에 송충이가 떨어지는 건 소리 지를 일도 아니었다. 그냥 손으로 '툭'하고 떼어내면 그만이니까. 쪼그리고 앉아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로 송충이를 괴롭히는 일은 꼬마들에게는 소일거리나 다름없었다. 곤충은 문학작품에도 자주 등장하고,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지'같은 속담에서도 만날 수 있다. 곤충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그때의 곤충은 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노는 친구였다. 오늘날엔 도시화 진전 등으로 곤충과 자연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다 보니 요즘 애들은 곤충을 말 그대로 '벌레 보듯'하면서 극도로 싫어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예천 곤충연구소&곤충생태원은 이러한 곤충 친구들을 직접 보고 곤충에 관해 공부해볼 수 있는 체험형 박물관이다. 4월의 어느 날, 잊힌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예천으로 향했다. 화창하고 봄바람이 가볍게 불어오는 겨울과 봄 사이쯤의 날씨. 해는 따뜻했고 바람은 차가운, 미지근하지도 그렇다고 조용하지도 않은 묘한 날씨였다.


흔히 '예천곤충박물관'으로 불리는 이곳의 정확한 명칭은 예천곤충연구소&곤충생태원이다. 건물 전체를 연구소라 부르고 그 건물 안에 박물관이 있는 형태이며 총 4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 밖은 곤충생태원으로 직접 발로 돌아다니면서 곤충에 관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조성돼있다. 넓은 주차장을 갖고 있어 주차가 편리하고 능선에 있어 조용한 분위기를 가졌다. 거리상으로 보자면 예천 시내와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고 오히려 영주에 좀 더 가까운데, 예천 시내 → 곤충연구소로 향하는 길에 아름드리 벚나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어 볼만했다. 2015년 기준 약 80,000명이 다녀간 이곳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은 아니라서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 갑갑한 도시에서 벗어나 뻥 뚫린 풍경을 감상하고 사람보다 곤충이 많은 곳에서 뛰어놀며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천 곤충연구소&곤충생태원은 4계절 살아있는 곤충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경상북도에 있는 박물관치고는 꽤 웅장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며 무엇보다 넓다. 박물관뿐만 아니라 외부에 있는 생태원까지 둘러보려면 몇 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온종일을 노는 공간으로도 손색없어서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 곤충에 대한 모든 것들을 살펴볼 수 있는 이 건물의 입구에는 코니와 페디라는 캐릭터가 장승처럼 서 있다. 코니는 머리뿔가위벌이고 페디는 호박벌인데 둘 사이의 차이점을 발견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주차장에도 매표소가 있는데 현재는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매표는 건물 1층 카운터에서 할 수 있다. 입장권을 구매할 때 "혼자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받고 "네"라고 대답하니 직원분이 별로 놀라는 눈치는 아니었다. 이날은 평일이어서 관람객이 많지는 않았는데 건물을 둘러보다 보니 대포 같은 카메라를 든 어떤 여성분도 혼자서 관람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직원분께 물어보니 곤충을 연구하는 개인이 혼자서 찾는 경우가 많다고.


1층에는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는 관리실 겸 카운터가 있고 그 앞에는 이야기하는 나무가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이 나무로 말할 것 같으면 곤충연구소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으로 특히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보물 같은 존재다.


3D 영상관에서는 3차원 곤충영상물을 볼 수 있다. 3D 애니메이션이 주로 상영되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에 시작한다. 3D 영상관 입구 바로 옆에는 미술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몬드리안 기법을 활용한 대형 나비 액자가 있다. 직사각형의 나비 액자를 수평과 수직으로 나눠 추상적으로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본격적인 곤충 관람은 2층에서 시작한다. 2층에는 곤충의 진화와 다양성을 볼 수 있는 제1전시실(곤충역사관)과 제2전시실(곤충생태관)이 있다. 곤충역사관에서는 지구 상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인 곤충의 역사와 종류, 곤충의 특성, 적응 과정, 곤충이 번성하는 이유와 환경 등을 학습할 수 있다. 특히 '세계의 나비관'에서 볼 수 있는 1천여 마리로 장식된 나비 표본과 4천여 마리의 딱정벌레 표본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2전시실 곤충생태관은 곤충역사관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전체가 곤충이 살아가는 환경을 재현해 두었으며 인간과 관련 있는 곤충들의 생태계를 볼 수 있다. 숲, 과수원, 논밭, 풀밭, 물속, 물가, 땅속, 그리고 우리의 주거환경에서 살아가는 대표 곤충들이 이곳의 주인공이다. 곤충의 서식 환경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으며 벌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인상 깊다.


2층 관람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계단으로 3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3층에는 제3전시실인 곤충자원관과 휴게실이 있다. 3층 로비에선 국내 최대 말벌집이 전시되어 있는데 실물을 보면 누구나 그 크기에 깜짝 놀랄 것이다. 전시실 입구에는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플래시 게임(곤충 그림 맞추기와 곤충 퀴즈 풀기)도 있다. 어린이들의 키를 고려해 하단에 배치되어 있어서 성인인 나는 쪼그려 앉아 곤충 그림도 맞추고 퀴즈도 풀어보았다.


3층에서는 주로 곤충의 산업 분야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누에의 비단 실과 양잠산업, 곤충을 이용한 식품인 번데기와 약재들, 달콤한 꿀 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활용되는지 볼 수 있다. 3층 입구에 들어서면 '윙 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호박벌 사육실에서 들리는 소리다. 호박벌을 생활을 매우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단, 무리하다가 벌에 쏘일 수 있으니 주의하자. 벌에 쏘이면 매우 아프고, 붓고, 쿡쿡 쑤시는 게 말로 못 한다. 그 밖에도 곤충을 활용한 생명공학기술을 참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3층의 하이라이트는 비단벌레 13만 마리가 장관을 이루는 세계최대규모 비단벌레 전시관이니 놓쳐서는 안 된다.


3층 휴게실에는 정수기와 자판기, 의자가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휴게실에서 곤충 정원으로 나가는 문이 이어져 있고 밖으로 나가면 곤충체험온실과 바로 연결된다. 곤충 정원에는 흙과 몇 가지 구조물로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 것 같은 작은 놀이터와 어린이용 출렁다리, 곤충 탐방로가 있다. 출렁다리의 경우 직접 걸어보니 크게 흔들리지 않아 무서운 편은 아니었다.


이제 건물을 벗어나 외부에 있는 곤충생태원으로 나갈 시간이다. 곤충생태원은 '곤충테마파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볼거리로 가득하다.


시원한 계곡을 둘러싼 수변생태원, 나비관찰원, 곤충조각마당, 식충식물원, 나비터널, 벅스하우스, 산책로, 동굴곤충나라가 있고 꼭대기에는 황금빛 장수풍뎅이가 참나무에 매달려 있는 모양의 전망대가 있어 관람객의 모험심을 자극한다.


반면 전체가 오르막이고 주요 포인트 사이가 꽤 떨어져 있으니 체력안배가 필요하다. 몇 군데 쉼터가 있으니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를 정복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땀 좀 뺄 각오는 해야 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곤충생태원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고 전망대에 올랐음을 모두에게 알려줄 종을 칠 수 있다. 전망대에 올랐다면 해적처럼 종을 치면서 캡틴의 기분을 만끽하시길!


입장료는 3,000원이며 아동과 청소년은 2,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단체, 만 65세 이상의 자, 군인, 4급에서 6급 장애인과 군민은 할인권을 구매하여 500원이 추가로 할인된다. 36개월 이하의 유아는 무료다. 하절기(3월부터 10월까지)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는 그 다음날)은 휴무다.

2016년 7월 30일(토)부터 8월 15일(월)까지 17일간 곤충생태원 일원에서 예천세계곤충엑스포가 열린다. 예천곤충연구소&곤충생태원을 방문하고자 하는 여행객이라면 엑스포 기간에 일정을 맞춰보는 것도 괜찮다. 아이들에게 신비로운 곤충의 세계를 탐험하는 추억을 선물해 줄 장소다. 외부 생태원이 이곳의 자랑거리이므로 될 수 있으면 날씨가 좋을 때 방문하는 것이 TIP이라면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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