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3,100번째 글을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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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3,100번째 글을 쓰면서

2016년 9월 20일 3,000번째 글을 쓴 이후 몇 달이 지났다. 오늘은 12월 6일. 드디어 블로그에 3,100번째 글을 쓴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 3,100번째 글을 쓸 수 있어 무척 기쁘다. 요즘 내 블로그에는 하루 7천 명의 손님이 드나든다. 수년간 3,100개의 글을 썼지만, 아직도 더 쓸 ‘꺼리'가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기쁨을 느낀다.

블로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건 행운이었다. 누가 가르쳐준 게 아니라 스스로 찾은 가능성은 내 20대를 마른 장작처럼 불태워버렸다. 내 젊은 날의 모든 기록이 블로그 3,100개 포스트에 스며있다. 학교에서, 그것도 지성인들의 집합소인 대학에서 스승으로 삼는 교수님조차 '블로그 따위'보다는 다른 걸 추천했다. 그 교수님이 예견했던 모든 건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고 잡초처럼 살아남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이번 달 내 수입은 그 교수님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지금 그분은 수많은 내 블로그 구독자 중 한 명이다.

갓 출금한 빳빳한 5만 원짜리 지폐 스무 장을 지갑에 넣으면서 학창시절 날 무시하던 녀석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주는 일은 이제 내 자랑거리도 아니다. 나는 저기 저 깊은 심연의 밑바닥을 치고 올라왔다. 남들보다 한참 뒤떨어지고 평균 이하였던 안동 촌놈이 여기까지라도 온건 모두 블로그 덕택이다. 나는 믿음을 가졌고 열심히 노력했다. 반드시 성공시켜보겠다는 신념 없이는 흔한 블로그조차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니까. 뚝심 있게 했던 일이라고는 사진 찍고 글을 쓰는 게 전부였다. 우리 집엔 TV가 없다. TV를 안 본 지 6년이 넘었지만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남들이 TV를 보며 여가를 즐길 때, 나는 책을 읽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내일 어떤 식으로 어떤 글을 쓸지 고민했다. 당신이 딱 1년 전 오늘 봤던 TV 프로그램의 내용을 기억한다면 암기 계열의 직업을 추천한다. 나는 1년 전 오늘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있다. 블로그에서 찾으면 된다.

블로그를 앞세워 압축된 20대를 보냈다. 머릿속엔 온통 블로그 생각뿐이었다. 블로그엔 내가 좋아하는 글이 있었다. 나는 글이 좋았다. 소심해서 말을 잘 못 했던 아이였고, 어릴 때부터 유독 생각이 많고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이었다. 글이라는 세상에서 나는 모든 걸 주무르고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기에, 나는 썼다. 살기 위해 썼고 쓰기 위해 살았다. 초창기에 블로그는 인기가 없었다. 특히 안동 같은 지방에서는 아예 블로그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고, 불과 5년 전만 해도 명함에 있는 블로그 주소를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어떨까? 요즘 이 구역을 주름잡는 블로거는 누구지? 정답은 당신의 머릿속에서 찾을 수 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내 직업이다.

요즘엔 많은 이들이 나에게 블로그를 배운다. 강의를 통해, 컨설팅을 통해, 1:1 멘토링을 통해서. 나는 더는 사적으로 블로그 운영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도 없고 그렇게 하기도 싫다. 돈을 내고서라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구태여 내가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나는 그저 블로그로 이루어낸 결과물을 종종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받는다더니, 머리를 양아치처럼 노랗게 물들여도 창의적이라며 칭찬받고, 특유의 또라이짓을 하고 다녀도 '역시 크리에이터'라며 독특하다는 말을 듣는다.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나를 판단한다. 과정은 철저하게 무시된다. 겨울이면 시퍼렇게 동상 걸린 손으로 장갑 2겹을 끼고 타이핑했던 일이나 한겨울에 온도계의 숫자가 앞자리 없이 4였다는 사실, 고추장과 김치로만 몇 달을 보내고 차비가 없어서 몇 시간씩 걸어 다녀야만 했던 일들. 좋은 추억이지만 그때만 생각나면 눈물이 다 난다.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처럼 안된다고 하는 길 좇아 여기까지 왔다.

콘텐츠의 세상이다.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없어서 블로그를 못 한다고 하거나 소재가 없다는 핑계를 댄다. 하지만 보고 듣고 맛보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소재고 아이디어다. 그래서 우리는 끝없이 반복되는 시간이라는 태엽 위에서 무궁무진한 일상을 블로그에 기록할 수 있다. 내 두 번째 책의 제목은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블로그>다. 이것은 2017년을 코앞에 둔 2016년 말,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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