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봄 여행주간에 다녀온 문경 옛길박물관. 경북 여행지에서도 인기있는 문경새재와 문경찻사발축제장을 함께 찾은 여행. 경북여행해봄 이벤트 참여글이자 컬처라인 2017년 전반기호 기고 원고이기도 하다.

문경 옛길박물관 탐방 #경북여행해봄

과학기술과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옛것은 쉽게 잊힌다. 역사는 반복되는 성질을 가졌다. 사람이 다를 뿐 삶의 방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예전보다 인심이 야박해진 도시에 산다고 해서 조선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여러 편의시설과 과학기술 덕분에 우리는 항상 과거보다 좀 더 쾌적한 삶을 누린다.

역사의 가치는 값으로 흥정할 수 없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현재가 있기까지의 과정이 역사이므로 우리는 역사를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역사적 문화유산과 기록들은 아주 좋은 공부 대상이다. 무엇보다 과거를 탐험해보는 것은 재미있다.


문경새재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위에 선정됐는데(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주관, 2013년), 경상북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이다. 예로부터 영남과 한양을 잇는 영남대로 상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갯길. 백두대간의 주흘산과 조령산 일대의 원시림이 자연 그대로 보존된 청정 휴식공간이자 여행지이기도 하다.


흔히 1관문, 2관문, 3관문이라고 부르는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대표적인 명소이며 도보로 이동해 야해서 시간과 체력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선현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장원급제길, 책바위, 교귀정 등이 볼거리다. 신길원 현감 충렬비(유형문화재 제145호), 산불됴심 표석(문화재자료 제226호)등 문화유산과 자연, 드라마촬영장과 생태공원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문경은' 길'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문경새재 자체가 하나의 길인데, 새재(鳥嶺)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란 의미다. 험하고 힘들지만, 영남에서 한양으로 갈 때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해서 많은 사람이 문경새재를 이용했다. 이용객이 많았던 까닭에 유서 깊은 유적과 설화·민요 등이 여럿 남아있다.


보통 여행객들은 문경새재에서 관문을 통과하고 사진만 몇 개 찍고 내려온다. 좀 더 의미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문경새재를 비롯해 길과 보부상의 이야기를 잘 간직한 공간을 찾아보자. 문경새재로 올라가면서 우측에 보이는 옛길 박물관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나라 문화지리의 보고인 문경새재 앞에 있는 옛길박물관은 이름처럼 '길 박물관'이다. 문경새재 옛길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고갯길인 '하늘재’(명승 제49호), 옛길의 백미이자 한국의 차마고도로도 불리는' 토끼비리'(명승 제31호) 등이 있다. 이 길들은 이름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살아있는 ‘길'로서 직접 찾아볼 수 있다. 


옛길박물관은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잘 나타내기 위해 건립된 박물관으로 당초 향토사 중심의 문경새재박물관을 리모델링하여 2009년에 재개관했는데 옛길 위에서 펼쳐졌던 각종 문화상을 담고 있다.


문경새재 입장권 및 주차료와는 별도로 박물관 자체의 입장권을 끊어야 한다. 입장료는 1,000원이며 축제 기간에는 할인이 적용돼서 8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옛길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 3개 전시실과 중앙홀, 수장고, 영상실 등을 갖추었고 야외의 잔디밭도 하나의 전시장으로 이용한다. 약 5,000여 점의 유물을 전시 중이다.


1층 전시실에서는 옛길을 걸었던 여행객들의 봇짐, 아리랑의 역사, 문경새재아리랑, 아리랑 음반, 우리나라 옛 지도, 대동여지도, 길과 표지 등에 대해 살펴본다.


현재 '서예로 담아낸 아리랑 일만수’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서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우리의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아리랑에 대해 공부해보는 공간이다. 처음에는 옛길과 아리랑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몰랐는데, 문경새재 고개를 넘으면서 아리랑 고개도 같이 넘는 연결고리가 인상 깊다. 매천야록, 도왜실기, 영화 아리랑 대본과 잡지 신태양, 이홍렬 작곡집, 조선민요, sound of korea LP 음반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다.


더불어 문경새재아이랑도 집중 조명한다. 서양식 채보 아리랑과 문경새재 역사와 관련 있는 아리랑의 물품들과 내용,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나간다'는 잡지 사설을 함께 다룬다.


아리랑 테마를 끝내면 길에 대한 테마로 바뀐다. 우리나라의 옛 지도를 기준으로 옛날의 세계지도에 해당하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서부터 우리나라 전도와 경상도, 그리고 문경 및 조령성 부분 지도에 이르는 과정을 차례로 살펴본다. 우리나라 길의 역사 한가운데 있었던 문경새재가 지닌 문화 지리적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옛길에도 사람의 통행을 도와줄 이정표가 필요했다. 표지석으로 그것을 표현하는데, 이런 표지들은 그 길 주변에 얽힌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흥미롭다. 조선 시대에는 10리마다 소후를, 30리마다 대후를 만들어 거리를 가늠할 수 있게 하면서 장승(長丞), 토후, 적석(積石), 비석(碑石), 수목(樹木) 등을 설치한다. 이러한 도로표지는 예로부터 민속신앙과 관련하여 신성시되거나 상징물로 보호되기도 하였는데, 박물관 안에 전시된 유곡찰방, 문경현감, 조령별장 비석이 1층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2층에서는 영상실을 비롯한 위성으로 보는 문경, 한국의 고개, 영남대로 천리길, 한국의 역과 원, 보부상과 지리지, 길과 스토리텔링, 풍속화, 조선 선비들의 여행, 백두대간과 길 테마갤러리 등을 둘러본다. 영상실에서는 사람과 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항공 영상을 상영한다. 영상실 내부가 쾌적하고 시설이 깔끔하다. 총 40개의 좌석이 있으며 전체 상영 시간은 17분 내외다. 옛길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해당 영상 중 일부를 감상할 수 있으니 참고.


1층 전시실이 아리랑과 길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2층은 오로지 길에 대한 테마다. 2층 바닥에는 위성 사진을 그대로 투영한 문경의 길을 깔았다. 문경의 옛 지도들과 현재의 위성사진을 나란히 비교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2층의 초입에서 조선의 길을 다룬 문학작품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김주영 작가의 객주가 가장 유명한데, 문경새재 길뿐만 아니라 울진 금강숲길 등 보부상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다룬 소설이다. 종종 어려운 용어가 나오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인 데다가 길을 다룰 수밖에 없는 주제라서 길과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쉽게 배우는 데 좋다. KBS 드라마로 방영된 적이 있을 만큼 인기 작품이다. 예전에 김주영 작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소설가 특유의 맛깔나는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난다.


토끼비리의 원형 축소판과 한국의 대표 고개를 감상하는 곳도 있다. 문경의 고개로는 하늘재와 문경새재, 이화령이 있고 영남의 고개는 죽령과 추풍령이 있으며 한국의 고개로는 황토령에서부터 여원재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주요 열두 고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끝에 '령'자가 붙어있는데 문경새재와 여원재만이 이름을 달리한다.


문경새재 과거 길과 낙방 길에 얽힌 이야기도 참 재미있다. 특히 낙방 길에서 쓴 허탈감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할 만큼 인상적이다. 조선의 대동맥인 영남대로를 살펴보고 한국의 역과 원들의 분포도 찾아본다. 세종실록지리지로 대표되는 지리지에 대한 이야기와 실제 전시물도 볼만하다.


조선 최고의 여행기라 할 수 있는 옥소 권섭의 유행록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귀감이 될만한 자료다. 여행객들에게 옥소 권섭은 관심 가질만한 요소가 충분하다. 그는 시인으로 2,000여의 한시와 75수의 시조, 영삼별곡 등을 남겼고 금강산을 비롯해 지리산과 가야산, 관동팔경, 평안도와 함경도까지 두루 유람한 대단한 여행가로 4권의 유행록을 남겼는데 1권은 유실됐다. 자신이 본 산천을 그림으로 그리고 음악을 즐긴 자유인이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으니 오늘날로 치자면 한국 최고의 여행 부문 콘텐츠 크리에이터라 할 수 있다. 그리스에서 자유를 사랑한 '그리스인 조르바'가 있다면, 한국에는 '옥소 권섭'이 있다.


이외에도 길 위에서 사람들이 사용했던 물품들과 나막신, 지게, 쌈지, 갓과 갓집, 김홍도의 안능신영도, 신윤복의 연소답청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끝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과 한국의 옛길에 대한 소개는 여행 때 참고할만하다.


지금 문경에서는 문경 찻사발축제가 한창이다. 역사성과 전통성을 인정받은 문경 찻사발을 주제로 한 축제로 1999년 1회를 시작으로 올해 19회를 맞았다. 한국에서 단 3개뿐인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됐다(2017년). 한복체험을 비롯해 어드벤처,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온 망각의 찻집, 물레 빨리 돌리기, 찻사발 쌓기, 찻사발 엽전 받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함께 열린다.

찻사발축제에서는 도자기와 찻사발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도예명장 특별전, 문경도자기 명품전과 기획전, 어린이 사기장전, 중국 자매도시 초청전 등 여러 기획전시, 찻사발 빚기, 페이스페인팅, 찻사발 그림그리기, 흙속의 진주찾기 등 체험행사도 많아 시간 가는줄 모르는 재미있는 축제다. 추천할만한 체험은 찻사발 빚기와 찻사발 그림그리기, 찻사발 모든 과정 체험, 한복체험 등이다.

옛길박물관에서 우리 역사의 길과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자. 시간의 길을 걷는 우리도 누군가에겐 역사로, 누군가에겐 길로 기억될지 모른다. 옛길박물관과 찻사발축제장을 함께 둘러본다면 더욱 다채로운 여행이 될 것이다.


옛길박물관 정보

  • 주소 :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944
  • 전화번호 : 054-550-8366~8
  • 내비게이션 검색 : 문경새재 또는 옛길박물관 → 문경새재 IC에서 5분거리
  • 관람시간 : 09:00~18:00(하절기), 09:00~17:00(동절기)
  • 휴관일 : 1월 1일, 설날, 추석당일
  • 관람료 : 1,000원(어른) / 700원(어린이, 청소년, 군인) / 문경시민은 50% 할인
  • 홈페이지 : www.oldraod.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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