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비이공 선비열전, 선비와 편지 & 선비와 그림 강의 후기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선비나 양반이라는 말은 조소를 포함한 나쁜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에서 선비는 고지식하고 딱딱하며 염세적인 이미지를 내포한다. 요즘 시대에 사람을 신분으로 결정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옛 선비들의 정신과 행동양식을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청비이공은 청년들과 선비문화에 관심있는 이들을 위한 좋은 강연 프로그램이다. 강의는 한달에 한 번꼴로 진행이 되며 강의당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타이트하게 움직인다. 정리하자면, 청년 선비를 위한 20분 강연 프로그램이다. TED나 TEDx 같은 강연 프로그램과 흡사한 시스템이다. 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선비와 관련된 주제의 강연들로 채워져있다는 것이다.


올해 청비이공은 10월의 강연을 끝으로 마감됐다. 나도 올해는 두 번밖에 듣지 못해서 상당히 아쉬운데 현재로선 방법이 없으므로 내년을 기약할 수 밖에 없다. 이번 포스팅은 강의 내용에 대해서는 스포일러가 되면 학습에 선입견을 줄 수 있으므로 최대한 배제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거나 강의 전체를 보고싶다면 청비이공 유튜브 채널에 방문하면된다(포스팅 하단에 링크를 넣어뒀다)


모든 강연 프로그램이 그렇지만, 청비이공 역시 일장일단이 있다. 우선은 무대에 오르는 강연진이 탄탄하다. 주로 학술적 연구를 담당하는 교수진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10월 마지막 청비이공에는 고려대 한문학과 심경호 교수님과 미술평론가 홍보라매님이 좋은 말씀을 전해주셨다.

심경호 교수님의 강의 주제는 선비와 편지였다. 선비들이 나누었던 편지 내용을 바탕으로 그들의 일상과 생활을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서찰을 통한 정서 교환과 논변 전개를 자세히 설명해주셨는데 인상깊은 내용이 많았다. 특히 말을 선물하는 것. 말씀을 전하는 것이 선물이라는 이야기에 크게 관심이 생겼다.


이어진 강의에서는 미술평론가 홍보라매님이 선비와 그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무대에 올랐다.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를 중심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는데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내용이 많이 나왔다. 그림 하나, 편지 글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고 온 정성을 쏟았던 추사 김정희 선생은 필시 본받을만하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크고 대단한건 누구나 다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사소하고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건 프로가 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이라고 할지라도 청비이공의 강연은 재미있을 것이다. 우선은 짧아서 핵심 위주로 들을 수 있으며 지루한 미사여구는 끼어들 틈이 없다. 요약하자면 재미있고 유익한 강연 프로그램이다.


여러가지 부분에서 나는 어르신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이런 강의를 많이 들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간단치가 않다. 안타까운 사실은 (지금까지는) 청중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라는 점이다. 나는 그들이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런 강의를 듣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배우고, 공부하고, 학습하는데 익숙해져있고 그것의 중요성을 잘 안다. 옛 것이지만 경험이 많고 그만큼 아는 것도 많을 수 밖에 없어서 설령 그 지식이 낡았다고한들 꼰대라고 치부하기엔 어렵다.(물론 우리 주변에는 꼰대라고 불릴만한 어른도 많다)

반대로 현대의 젊은층은 뭔가를 배우고 공부하는데 굉장히 인색하다. 한달동안 책 한 권 안 읽는 청년이 다수다. 이런 문화가 안동이라는 지역은 더욱 심해서 제대로된 서점도 하나 없다. 그나마 있는 작은 서점엔 온통 참고서와 문제집 뿐이다. 친구가 공부를 안하니까 나도 안하고, 내가 안하니까 내 친구도 안하는, 말하자면 모두 다 같이 무식해지는 길을 걷는다. 경쟁에선 당연히 질 수 밖에 없다. 취업 안된다고 징징거리는건 잘해도 본인이 얼마나 더 노력해야 원하는걸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셀프 평가에는 관심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취업 경쟁은 치열하고 좋은 일자리의 구멍은 더욱 좁아지기 마련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내년에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이는 청비이공 같은 짧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공부도하고 즐거운 경험도 해보길 권하고싶다. 무엇보다 뭔가를 배우는건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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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 크리에이터. 작가. 강사. 파워블로거 me@namsieon.com, skatl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