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유] 책이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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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왜 그렇게도 책을 보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친구, 부모님, 아는 사람, 지인, 집, 주변에서도 독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서였을까.
지독히도 책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였다. 고등학생때 까지는 교과서가 몇 권인지 조차, 교과서의 생김새조차 잘 모르는 정도였다. 학생때 읽었던 책이라고는 고작해봐야 '삼국지 10권'짜리 시리즈 뿐이었다. 이 책은 못해도 한 10번 정도는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나는 삼국지의 광팬이다. 아무튼 책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것처럼 그렇게 살았었다.
주변에서 그 누구도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강력하게 이야기하거나 강요하지 않았다. 덕분에 책을 읽는 사람들은 어느정도 생활이 안정되어 있고, 여유시간이 많거나 아니면 범생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랬던 내가 본격적으로 독서에 입문한것은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에 복학했을 때 부터였다.
자격증 필기시험을 공부하기 위해 우연하게 방문한 도서관은 나에게 정말 많은것들을 안겨주게 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책을 읽고, 책을 대여하고, 반납하고, 황금같은 시간을 투자하여 좁은 책상에 하루종일 앉아서 독서에 열중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신비스러웠으며 내 눈에는 또 다른 세상으로 다가왔다.

자격증 공부를 위해 방문한 도서관이었지만, 자격증 공부보다는 눈에 띄는 어떤 책을 붙잡아 읽었다. 정확하게 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도 자기계발서적이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되고, 책을 찾아 읽게 되고, 나도 모르게 책을 읽고싶어지고 그런 마음을 가진것이 말이다.

정말 열심히 읽었다. 대학 복학 후 졸업까지 2년동안 1년 365일 중에 300일 이상은 도서관에 방문했다. 물론 잠깐 방문했다가 집으로 간 적도 있고, 안 간적도 있다. 그래도 최대한 억지로 방문하려고 노력했었다. 책을 읽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몸을 도서관에 가져다 놓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책을 읽게 되니 자기 자신에게 강요하는 반 강제였던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어쩌면 어린시절 그토록 책을 멀리했던 까닭에 성인이 된 지금 더더욱 독서에 몰두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파워블로그 <랩하는 프로그래머>를 운영중이고, 최근에 출간된 <1인분 청춘>의 저자이기도 하다. 블로그를 비롯한 저서에서도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나 스스로가 독서 덕분에 많은 장점들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저서를 출간하고 파워블로거가 되고 그 외 여러가지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독서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가끔씩 주변인들에게 독서를 권유하곤 한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독서를 엄청 징그러운 무언가를 보는것처럼 그렇게 행동한다. '책' 혹은 '독서'라는 단어를 듣기만해도 미간을 지푸리며 인상을 쓴다. 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마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어린시절 누군가가 나에게 독서에 대해 강요하면서 강제든 자율이든 나를 독서의 세계로 입문시켜주었다면 그는 내 평생의 스승님이 되었을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책이 좋은 이유는 <사람은 생각하는대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제대로된 생각이나 정체성, 견해, 실용성, 지식, 정보,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 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언제까지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인생을 살게 되어버린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인생이 나쁜 인생은 아니다. 모두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고 이유가 있다. 단지 '나는 검은콩 밥에 만족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처럼 인생의 만족도에 대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독서를 권유하다보면 사람들은 대게 이렇게 되묻는다.
"책 읽어봤자 당장 돈이 나옵니까? 뭐가 나옵니까?"
그러나 내 경험에 의하면 책을 열심히 읽을 경우 돈도 나오고 뭐도 나온다.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번 이상의 크고 작은 선택을 하게 되는데, 바로 그 선택의 결정에 있어서 지금껏 읽었던 책의 정보가 알게 모르게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책이 좋은 궁극적인 이유는 사람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말하는 단어, 어조, 타이밍, 말투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것을 변화시킨다.
사람이 바뀌면 삶은 알아서 바뀐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를 고민하는것보다 '나는 왜 책을 읽지 않을까?'를 고민하는게 훨씬 빨리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책에게 정말 고마운것은, 나를 '글쓰기의 황홀함'으로 인도해주었다는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특정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가 정립이 된다. 이 견해는 자신만의 주관과 생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관과 생각이 풍부하다면, 뭔가 말할게 있는것이 된다. 말할게 있는데 하질 못하는 상황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때문에 말할게 있는데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은 글을 쓴다.
글쓰기는 꽤나 고통스럽고 지루하고 딱딱한 작업이다. 그러나 추상적이기만 하던 어떤 생각이 펜이나 키보드를 통해 단어와 문장으로 변하고, 그것이 모여 콘텐츠화되면서 최종적으로 글이 되는 프로세스는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서 써 본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홀가분함이며 황홀한 경험이다.
글을 쓰다보면 꽉 막힌 가슴이 서서히 뚫려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지 않아도 글을 쓰면 어느정도 해소가 가능하다. 그리고 글은 저장되고 보관되며 검색되고 반영구적으로 전해진다. 내 글은 또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람의 글은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며, 생각을 전하고 그 생각이 또 사람을 바꾸고 글을 쓰게 하고… 멋진 순환작업이 반복된다.

최근들어 얼굴도 모르는 많은 후배들이 나에게 찾아와 이렇게 물어본다.
'선배처럼 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럼 나는 첫번째 미션으로 꾸준한 독서를 권유하는데, 반응은 영 시원치않다. 딱 책 30권만 읽고 리뷰해보고 와서 이야기하자고 하면 거의 모두다가 시시하다며 치부해버린다.

모르겠다. 어쨋거나 나는 그런식으로 살아왔고, 책이 좋은 이유를 피부로 알고 있기 때문에 독서를 멈 출 생각은 없다. 따지고보니 2011년에는 100권이 약간 넘는 책을 읽은것으로 카운트가 되어 있는데, 올해의 성적은 저조하다. 10월인데 50권정도 밖에 되질 않으니 말이다.

책은 나의 도피처가 된다.
생각이 복잡하고 답답하고 우울해지는 날이 나에게도 자주 있다. 슬럼프에 빠지고, 모든게 허무하게 느껴지고, 희망보다는 불안이, 빛보다는 어둠이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날도 자주 있다. 나는 그럴때마다 책을 읽어본다. 1시간…2시간 집중해서 읽다보면 어느정도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어떤 문제점이 직접적으로 해결되는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어 있어야 문제점도 해결할것이 아닌가? 그리고 미친듯이 물고 늘어지던 많은 문제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시간이 지나서 자동적으로 해결되는것들이 많다.

책은 어떤 주제의 주인공을 '나'로 설정해준다.
소설이라면 소설의 주인공으로, 성공학 서적이라면 나를 성공한 사람으로, 저자와 내가 1:1로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책 속에서 나는 언제나 주인공이며, 실제로는 내 인생에서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흔한 자기계발서적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열심히 하는데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는데, 남들과 똑같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약간 다른것이, 많은 사람들은 남들과 똑같이 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것은 '자신은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열심히 하는것이 아닌'상황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다른 논리가 없다. 책 속에 모든 내용이 다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해 성적이 많이 저조한 올해이지만 지금부터라도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최대한 열심히 독서를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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