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후기] 박신영 대표 - 나전칠기를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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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후기] 박신영 대표 - 나전칠기를 디자인하다

요즘 경북콘텐츠코리아랩 불후의 명강을 챙겨 들으면서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나의 전문분야를 심도있게 공부한다기 보다는 여러 분야 연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빼내올 수 있는 부분과 훔치거나 벤치마킹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및 인사이트를 공부하는 재미다. 새로운 정보, 색다른 정보는 강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곧 재미로 연결된다.

공부는 어렵고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억지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관심분야나 좋아하는 일에서, 더 알고싶고 더 궁금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꼬맹이들은 모든 것이 새롭기에 계속해서 질문한다. 그들의 호기심은 어른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주범이지만 한편으론 원초적인 창의성과 상상력의 바탕이다. 불후의 명강 청강석 의자에서 나는 마치 한글을 배우며 재미를 느끼는 유치원생으로 돌아간다.


불후의 명강은 지금껏 13강이 진행되었는데 근래에 들어서야 뭔가 자리가 잡혀가는 것 같다. 아쉽게도 이제 단 3번 밖에 남지 않았지만. 최근의 강의들은 경북콘텐츠코리아랩과 불후의 명강이 지향하는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는 느낌이다. 독특하고 색달랐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조합에서 색다른 것이 탄생한다. 얼핏보면 다큐멘터리나 디자인, 뮤지컬 등은 전혀 연관성이 없고 이런 것들이 당장 무엇에 도움되는지 알 수 없다. 반면에 강의를 들으면서 메모하고 공감하고 느끼다보면 알게 모르게 몇 개의 점들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뮤지컬 강의에서 뮤지컬에 대해 공부할 순 없었다. 다큐멘터리 강의를 통해 다큐멘터리 감독이 될 순 없었다. 나전칠기 디자인 강의로 디자이너가 될 수 없었다. 대신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가슴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을 배운다. 사람마다 얻는 인사이트가 다르겠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창의성과 옹고집, 꿈, 사람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자신만의 색깔을 키워나가는 용기와 힘, 자신감 등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배운다.


불후의 명강 13강은 나전칠기 안경 대표이자 아티스트겸 디자이너인 박신영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연사는 청중이 뻔히 듣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천재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른건 기억이 잘 안나지만 "내가 천잰가?"는 인상깊었다. 이 것이 즉흥적인 애드립인지, 아니면 계획된 연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눈에 그 순간은 매우 멋졌다.

강의는 생각보다 짧게 느껴졌고 실제로 빨리 끝났다. 덕분에 청중과의 대화시간인 질의응답 시간이 길어졌고 역대급으로 많은 질문이 무대를 향해 쏟아졌다. 


자기 PR 시대이고 자기 자랑을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세상이지만 옛 문화와 정신에서 자랑은 암묵적으로 금기시된다. 유교문화가 팽배한 밥상머리에서 아이들은 자랑할 것이라면 차라리 침묵하라고 배운다. 결국 자기 자랑이나 개인 브랜딩은 아직도 누군가는 만족시키고 누군가는 화를 내게하는 양날의 검이다.


제품과 디자인 분야의 강의라 나 역시 기대했었지만, 실물 교보재가 없어 아쉽다는 질문에는 공감했으니까. 슬라이드 사진으로 보여준 나전칠기 안경이나 기타, 나전칠기 자체나 아이디어 스케치 노트 등 그 무엇이라도 관련된 실물 제품을 몇 개 들고와서 보여주었다면 훨씬 멋진 강의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디자인 강의치고 청중이 많지 않았다. 내가 알고있는 안동의 디자이너와 공방 주인장들만해도 수 십명은 되는데 그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고 또 나름대로의 작품관을 갖고 있지만 수 십년 동안 작품을 만들면서도 시장에서 통하는 작품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주로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밤새도록 일하지만 막상 제품을 보면 촌스럽다. 시공간의 제약이 허물어진 오늘날, 안동이나 정부 지원 사업에서만 통하는 제품은 시한부다. 결국 획기적이지 않고 독창성이 없으며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나전칠기라는 전통을 현대화한 이번 강의는 그들에게 롤모델로 삼아도 좋을만큼 귀감이 되었을테지만 여전히 그들은 배우려하지 않는다.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바둑으로 이세돌 9단을 압도하는 시대다. 인공지능은 마치 인간처럼 함정 수를 두고 심리전을 펼치면서 상대를 압박한다. 마치 감정없는 사람같다. 공부는 끝이 없고 계속해서 배우고 연구해야하는 요즘. 남들보다 앞서 나가고자 하는 이들이 2시간만 투자해서 작은 것 하나라도 느끼고 배워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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