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칼럼] 대한민국에 혁신은 없다

전세계가 혁신 열풍으로 들끓고 있는 시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서 여기저기서 혁신 혁신 말들이 많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말은 무엇일까? 바로 '변하자'는 말이다.
아무리 변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현수막을 대문짝만하게 걸어 회사 입구에서 펄럭인다고 한들 진짜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진짜 변화를 원한다면 가장 밑바닥부터,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비밀리에 변화를 시작해야지, 전 직원을 모아놓고 '변하자!'고 3번 외친다고 해서 변하지는 않는다.





혁신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것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혁신에 암묵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부가사항은 '최대한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가 포함되어 있다.

대한민국에 혁신은 없다.
한국은 무언가를 따라하는것에 뼈 속까지 익숙해져 있다.
한국에서 지난 수백년간 제대로 된 혁신 역사가 단 한건도 없다는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임진왜란 이후 한국에서 정말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했다는 뉴스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조선시대는 임진왜란을 필두로 전기/후기로 나뉘게 되는데, 조선시대 전부터 대한민국의 탄생까지를 되짚어 올라간다고 해보면, 한국은 정말이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아니 오히려 자랑스러울만한 도무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멋진것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들 중 거의 대부분이 사라져서 후대인 우리들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거의 전부가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그리고 내부적인 여러가지 패싸움 등으로 인해 증발해버렸기 때문이다.
그 뒤로 근대화 과정을 거쳐나가면서 서구문명이 빠르게 이식되기 시작했고, 수백년동안 한국은 앞선 문명을 따라하기, 그러니까 앞서나가는것을 뒤에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고착화되었다.

만약 아주 멋진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당신이 한국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해보자. 당신은 그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것이지만 99% 이상은 거절당할것이다. 당신이 한국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은 멋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와 관련되어 있는 사례들을 모으고, 분석하고, 리포트를 만들고,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제작하면서 밤을 지새고, 당신의 아이디어를 합리화 할 수 있는 비슷한 성공사례를 수십건 이상 분석하는데에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 정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만약 시장에서 거의 최초로 시행되는 안건이라 할지라도 당신에겐 어떻게해서든 그것을 합리화 할 수 있는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가 부여될 것이다. 성공사례 없는 아이디어는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받여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당신은 아무런 결과물도 내놓지 못한채 아이디어는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궁극적으로 <남들을 따라하지 않는> 아이디어는 한국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백곰을 생각하지 마!"라고 했을 때, 이놈의 백곰이 계속해서 생각나는것처럼, 특정 사례를 조사하다보면, 순수한 아이디어나 혁신의 첫단추는 사라지고 머릿속에서 다른 사례들이 채워진다. 결국 남들따라하기라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잘못된 방향인것이다.

진짜 혁신이 가능한 어떤 아이디어는 매우 추상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혁신은 문서화로 어떻게 하는게 아니다. 만약, 혁신과정에 '결재'따위가 들어있다면 그것은 진짜 혁신이 아닌셈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혁신은 '하루살이 혁신'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마케팅 방법은 바로 바이럴이다. 한국처럼 남들의 눈치를 보는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한국 사람이므로, 남들의 눈치를 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한국은 지독하게 남들의 시선을 신경쓴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는, 그러니까 대중적이고 평범한것들은 매우 인기있는 반면, 아무도 하지 않는, 하지만 가장 앞서나가는 어떤것은(본질적으로 혁신적인것은 대중들이 외면하는것부터 출발한다)철저하게 소외당한다.
당신이 하지 않으면 나도 하지 않고, 내가 안하면 당신도 하지 않고… 제 3자가 하지 않는것은 내가 안하니까 당신도 안하게 되고… 처럼 악마의 무한루프에 빠져서 헤어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한것처럼 보인다.

제대로된 혁신이라면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담대하게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잉태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남들의 눈치 때문이라도 혁신을 진행할 수가 없다. 만약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혁신적인 집단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대한민국에서의 최고 혁신 집단'이지 진정한 의미에서의 '혁신'은 아니다.
한국에서 최고의 또라이들만 모여서 매일 마리화나를 피워대며 이상한 행동만 하는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그곳은 혁신의 장소가 아니다. 이건 성격이나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상 그 어디에도 안전한 혁신은 없다. 그리고 빠른 혁신도 없다.
혁신 자체내에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데, 빠른 혁신이 무슨말인가?
혁신은 내부적으로 실패, 위험을 담보하고 있다. 실패하면 실패작이고 성공하면 혁신인것이 혁신이다.

당신은 에디슨이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에디슨이 니콜라 테슬라로부터 얼마나 많은 특허를 훔쳐갔는지에 대해 조사해본다면 뒤로 넘어질지도 모른다.
왜 혁신을 이야기하다 말고 에디슨 이야기를 하느냐면, 한국에서는 에디슨처럼 어떤 아이디어를 통해 혁신적인것들을 탄생시키라고 <입으로는 말하지만> 실제로 원하는것은 에디슨처럼 <어떤 아이디어를 훔쳐 약간의 변형을 가하는>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에서 패배주의를 분출하고자 하는것이 아니라, 혁신에 관한 사회적인 문제점을 꼬집고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며, 외국어를 못하는것에 대해 전혀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왜 기업 홈페이지 첫 화면에 있는 '기업소개'란에 <혁신, 창조, 리더> 따위를 형형색색 넣어놓고 진짜 혁신은 없는가?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의 창조 혹은 혁신을 하고자하는 기업이라면 당장에 관료주의와 피라미드식 보고체계부터 깨부셔야 한다. 그리고 머릿속이 거의 백지, 전문지식이 거의 없는, 남들이 '저 사람은 실패할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을 적극 찾아내어 등용하고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 혁신은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서 나오는것이지, 고스펙, 고학력자, 전문가들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킬러 아이디어는 번뜩이는 생각, 빛의 속도로 스쳐가는 머릿속의 추상적인것들로부터 탄생하는것이지, 포트폴리오를 짜고, 액션 플랜을 구축하고, 전략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30명이 3일동안 모여서 브레인스토밍하며 마인드맵 따위를 끄적거리는것으로는 결코 태어나지 않는다.
위와같은 프로세스로 탄생하는 아이디어란 고작해봐야, A를 B와 조합하고, C를 섞는것에 불과하다. 이런것들을 잘만 산업화시키면 큰 돈을 벌 수는 있을지 몰라도, 세상을 변화시키고 모두가 칭송하는 <혁신>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혁신은 나올 수 없는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이런저런 문제들로 인해 혁신이 없었지만, 만약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한다면 혁신이 나올 수 있음을 전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단시간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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