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76) 트리 하우스(TREE HOU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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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트리 하우스(TREE HOUSES)

현대인들은 많은 문명의 혜택과 함께한다. 비바람을 막아주면 충분할 것 같은 집에 엄청나게 많은 가구들이 들어있고 호화로운 보석과 먹거리가 있다. 가끔씩, 아니 자주 두 다리보다 훨씬 느린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출퇴근 길이나 주말과 명절의 고속도로를 생각해보라!). 전세계의 정보를 몇 초만에 확인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 연결망과 스마트폰, 그 밖의 대부분이 전부 문명의 혜택이다. 우리는 이 혜택을 누려야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문명을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반면 자연과는 아주 멀어졌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면, 우리는 자연과 어울릴 때 가장 자연스럽다 하겠다. '자연'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농약없는 싱싱한 과일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득실거리는 세균덩어리들과 새롭게 생겨나는 전염병, 갓 지어진 집에서 옮는 각종 피부병과 증후군, 그외 모든 것들은 자연과 멀어진 우리에게 닥친 하나의 재앙이자 옛날 비디오 시작화면에 나오던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왜냐하면 서서히, 천천히 잠식해서 야금야금 건강과 정신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어느정도 먹고 살만해진 사람들은 오히려 문명에서 벗어난 삶을 꿈꾼다. 근래부터 최근까지 귀농, 여행, 농촌체험, 캠핑 붐이 그것을 증명하고있다.

트리 하우스

이번 책 <트리 하우스>는 이제는 지긋지긋해져버린 문명에서 멀어져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사람들을 위한 집에 대한 이야기다.

책 중에서

우리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트리 하우스는 말 그대로 ‘나무 위에 지은 집’이다. 이 신기한 나무집은 동남아시아에서 유럽, 미국, 일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친자연적 건축물이다.


저자는 우연히 세계적인 트리 하우스 건축가 피터 넬슨의 책을 보고 트리 하우스의 세계에 깊이 빠져 들었다. 건축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던 그는 무작정 트리 하우스 제작 방법을 배우기 시작하여 오랜 시간이 지나 어느덧 트리 하우스의 전문가가 되었다. 트리 하우스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은 것이다. 

이 책 <트리 하우스>는 바로 저자가 그간 만들어온 삶의 이력서이자 포트폴리오다. 또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트리 하우스에 대한 생생한 정보가 담긴 가이드북이기도 하다.
- 출판사 책 소개

이 책에는 21개의 각각 다른 모양과 스토리를 가진 트리 하우스가 소개되어있다. 선명한 사진과 깔끔한 글이 책이 아니라 마치 잡지를 읽고있는 기분을 느끼게한다. 책이 가볍고 두께가 얇은건 보너스다.

<트리 하우스>는 책 내용으로 미루어보건대,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적인 유행이라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특유의 좋은 산이 많은 한국에 오히려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트리하우스인데도 말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지금껏 너무 가속페달만 밟아온 한국의 뒤처진 문화를 엿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맛이 난다.

책 중에서

트리하우스. 살아있는 나무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 건축물은 나무 높은 곳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코로와이 족의 풍습에서 시작되었다. 대항해시대에 이들의 신기한 풍습을 목격한 유럽인들 역시 고국에 돌아가 나무 위에 집을 지었고, 이렇게 트리 하우스는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곳곳에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다.
현재 유럽은 물론, 미국, 일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인이 열광하고 있는 트리 하우스 문화. 여기에는 자연과 더불어 바람처럼, 새처럼 살아가고픈 인간의 원초적인 소망이 담겨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이 트리 하우스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나 동경할, 그런 꿈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트리 하우스

책을 통해 '트리 하우스 빌더'라는 낯 선 직업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책의 후반부에는 <트리 하우스를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어 깜짝 놀랐고 흥미롭게 읽었다. 일러스트와 짤막한 글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쉽게 느껴지긴 했었는데 막상 상상해보니 어느정도 건축에 대한 지식이나 적어도 '집'이라는 시설에 대한 구조 정도는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이르렀다. 더군다나 트리하우스를 지을 공간과 나무조차 나에겐 없었다! 부동산이 엄청나게 고가이고 땅떵어리 자체가 좁은 대한민국에선 아쉽게도 산 속 깊숙히 들어가지 않는 이상 트리 하우스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것은 이미지나 일러스트가 아니라 저자의 글이었다. 특히 칼럼 부분은 옮긴이의 역할이 일조한 듯 매우 잘 읽히고 순조롭게 이해되었다.

책 중에서

지금, 트리하우스가 인기있는 이유. 그건 인류의 문명이 이미 갈 데까지 가버린 시대에서 느끼는 불안의 표현 같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든 트리 하우스는 누구에게나 잠재해 있는 '원점회귀'의 마음을 자극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략)

아이들이 놀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트리 하우스를 만들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결국 트리 하우스를 만듦으로써 가장 즐기게 되는 것은 어른들입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사이 잊어버렸던 그 '마음'이 담긴 트리 하우스.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버려야 했던 순수함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장소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지도 모릅니다.

내 집 마련의 꿈. 그것은 비단 '좋은 집'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만이 아니라 우리 DNA 깊숙하게 숨어있는 본능은 아닐까. 그렇다면 문명에서 멀어진, 자연친화적인 트리 하우스는 어떨까.

개인적으로 이런 집에서 마치 <월든>에 나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처럼 살고싶다. 문명과 현대사회가 만들어놓은 경력 따위나 '해야만 될 것 같은' 관심사 밖의 모든 것들과 떨어져서 살고싶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살고싶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 적힌 문구처럼 나는 '바람처럼, 때로는 새 처럼' 살고싶다.


트리 하우스 - 8점
코바야시 타카시 지음, 구승민 옮김/살림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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