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77)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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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다. 이번 책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잇는 줄리언 반스의 후속작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통해 나는 어느덧 줄리언 반스의 팬이 되었다. 특유의 절제된 문체와 고민거리를 잔뜩 머금은, 마치 '고민 스펀지' 글에서 표현하는 소설적 진행을 통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책의 원제는 Levels of Life. 삶의 레벨 혹은 삶의 계층을 의미한다. 원제와 어울리도록 이 책은 총 3부(3계층)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국내판 제목은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다. 같은 작가의 이전 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비슷한 느낌과 공통된 분위기가 있지만 막상 책 내용과의 매칭을 보자면, 음... 글쎄? 나는 책 제목과 책 표지의 아날로그틱한 느낌때문에 슬픈 러브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책인줄로만 알았다. 실제 책의 뒷면의 간략한 설명 글에서도 사랑의 은유적 표현을 가진 내용인냥 소개되어있어 단단히 착각했다.

이 책은 좀 이상하다. 1부에서는 뜬금없이 열기구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위키피디아의에서 '열기구'를 검색한다음 관련 내용을 읽고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덕분에 전혀 관심 밖이던 열기구에 대해 어느정도 공부를 한 기분은 들었지만, 도대체 '열기구'와 '사랑'이 무슨관계인지, 그 이전에 삶의 레벨과 열기구가 도대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책 밑줄긋기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 그러면 세상은 변한다. 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말이 1부의 성격을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본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열기구와 사랑)을 하나로 합쳤다.

책 밑줄긋기

"이제껏 함께한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을 함께하게 해보라. 때로, 새로운 일이 벌어지면서 세상이 변하기도 한다. 나란히 함께 그 최초의 환희에 잠겨 몸이 떠오르는 그 최초의 가공할 감각을 만끽할 때, 그들은 각각의 개체였을 때보다 더 위대하다. 함께할 때 그들은 더 멀리, 그리고 더 선명하게 본다."

2부의 타이틀. 평지에서. 여전히 열기구에 대한 이야기다. 단지 배경이 하늘이 아니라 이제는 땅으로 내려왔다. level이 한 단계 하락한 것이다. 아니, 하늘이 레벨 1이었다면 땅은 레벨 2가 될테니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갔다고 해야할 것 같다. 어쨋든 1부가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한 느낌이었다면 2부는 완벽한 한 편의 소설로써 열기구를 표현한다. 베르나르와 버나비의 사랑이야기가 호화롭게 펼쳐진다. 땅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랑과 하늘에서의 사랑은, 적어도 이 책에서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이다.

책 밑줄긋기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감각, 쾌락,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있어요. 난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감정을 찾아 헤매요. 삶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렇게 살아갈 거예요. 나의 마음은 어느 누구, 어느 한 사람이 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짜릿한 흥분을 원한답니다."

2부는 곧 이어질 3부를 위한 일종의 에피타이저였을지도 모르겠다. 3부에서야말로 본격적인 작가 자신의 사별이야기, 즉 그렇게 끝나지 않을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책 밑줄긋기

"어느 시점에, 머지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 중 하나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가능하다."

2008년 10월 21일 아침, 영국 유수 매체들에 '런던 문단의 별이 지다'라는 부호가 실린다. 그 '별'의 이름은 팻 캐바나. 그녀는 문단의 별이되 작가가 아닌, 문학 에이전트였다. 그녀는 작가를 돕는 뮤즈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그녀의 남편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줄리언 반스다. 반스는 사별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로 전세계를 향해 이야기하고있다.

"젊은 시절, 세상은 노골적이게도 섹스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나중에는 사랑을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세상은 슬픔을 견뎌낸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이런 분류는 절대적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가로지르는 회귀선이다."

줄리언 반스는 책으로 애도를 표현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렇다면 작가의 말처럼 '애도에 성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과연 '끝나지 않는 사랑'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한다. 삶의 여러층계에서 이루어지는 사랑과 하늘, 땅, 지하로 이어지는 레벨들. 우리들의 삶과 죽음. 하늘에서 태어나 땅에서 살다가 지하로 내려가는, 역사 전체적으로 볼 때는 매우 짧은 시한부 인생을 이 책은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에세이지만 소설같은, 소설같지만 일기같은, 일기같지만 베드엔딩이 예정된 한 편의 감동적인 멜로 영화같다. 이 책을 덮은 후 나는 다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고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줄리언 반스

작가소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작가. 1946년 1월 19일 영국 중부 레스터에서 태어났다. 1980년 첫 장편소설 『메트로랜드』로 서머싯몸 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하여,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플로베르의 앵무새』 『태양을 바라보며』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내 말 좀 들어봐』 『고슴도치』 『아서와 조지』 『잉글랜드, 잉글랜드』 『사랑 그리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등 11권의 장편소설과 『레몬 테이블』 『크로스 채널』 『맥박』 등 3권의 소설집, 에세이 등을 펴냈다.

『플로베르의 앵무새』로 영국 소설가로서는 유일하게 프랑스 메디치상을 수상했고, 미국 문예 아카데미의 E. M. 포스터상, 독일 구텐베르크상,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부르상, 프랑스 페미나상, 독일의 FVS 재단의 셰익스피어상, 오스트리아 국가 대상 등을 수상하며 유럽 대부분의 문학상을 석권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는 이례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1988년 슈발리에 문예 훈장, 1995년 오피시에 문예 훈장, 2004년 코망되르 문예 훈장을 받았다.

최세희

역자소개

국민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번역을 하는 틈틈이 여러 매체에 대중음악 칼럼을 쓰고 있다.『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 『깡패단의 방문』 『킵』 『렛미인』 『블루베리 잼을 만드는 계절』 『예술가를 학대하라』 『발칙한 한국학』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런더너』 『힙스터에 주의하라』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 8점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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