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기록] 스트레스 해소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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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외과이자이자 행동과학자, 그리고 생물학자인 앙리 라보리는 그의 저서 <도피 예찬>을 통해 인간이 어떤 시련이나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3가지 공통분모를 정리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시련에 맞서 싸운다.
2.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3. 도망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관점에서 <도피 예찬>을 살펴보면 1번 맞서 싸우는 방법과, 2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 맞서 싸우는 방법 같은 경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기 보다는 현재의 스트레스를 유발한 원인 자체를 없애고자 하는 노력에 가까운데, 가령 직장상사로 인해 유발된 엄청난 스트레스라면 직장상사와 대판 싸운들 더 큰 스트레스만 생길 뿐이다. 즉, 지금 받은 스트레스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꼴이되기 십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 같은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가장 잘 받아들여지는 방법이긴 하지만 역시나 스트레스 해소 방법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많은 학자들은 이것을 <행동 억제>라고 부르는데 인간의 본능속에는 언제나 억제되기 보다는 표출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마냥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저절로 해결되진 않는다. 잠시 잊혀지거나 감추어질 뿐이다.

<도피 예찬>에서 스트레스 해소에 어울리는 방법은 역시나 3번, 즉 도망치는 방법이다. 도망치는 방법 속에는 또 다시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그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화학적 도피 : 말 그대로 약물이나 담배, 술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화학적 도피를 시도한다면 약물 중독, 현실 감각 상실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2. 지리학적 도피 :
장소나 상대를 옮기는 것을 말한다. 직장 상사가 스트레스의 원인이라면 직장 상사를 바꿔버리거나 스스로가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있다. 이것은 물건이나 사람에게도 해당된다. 만약 연인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이 새로운 연인을 찾는 행위를 한다면 지리학적 도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친구, 자동차, 집, 거주지 등도 포함된다. 지리학적 도피는 주변 환경을 바꿈으로서 자기 자신이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인데, 시간/경제 여건의 필요성, 수 많은 제약조건과 무언가를 바꿈으로서 찾아오는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유발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3. 예술적 도피 : 영화, 음악, 소설, 글, 그림 등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천사들을 보았다고 떠들고 다닌다면(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주변 사람들은 그를 정신병동에 가둬버릴 것이다. 하지만 소설을 통해 그것을 풀어낸다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도 있다. 그림을 통해 표현할 수도 있고, 천사처럼 아름다운 음악이나 SF공상과학 영화를 제작할 수도 있다.
직접 생산하는 방법 이외에도 소비하는 방법으로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 공포 영화를 보거나 메탈 록을 듣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이것은 마치 주인공에게 스스로를 투영하여 대리만족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에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는 <제3자의 기록>을 통해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 추가하고자 한다.
도피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의 네번째 방법은 바로 소비적 도피 방법이다.
이것은 지리학적 도피 방법과 약간 다르다. 지리학적 도피 방법이 ‘교환’이라면 소비적 도피는 ‘추가’에 해당된다. 예술적 도피와도 차이점이 있다. 예술적 도피는 어떤 그림을 보거나 영화, 글을 읽거나 만드는 것이지만 소비적 도피는 어떤 그림을 ‘사거나’, 영화를 ‘사거나’, 책을 ‘구매’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소비적 도피는 다분히 ‘추가’된다. 책을 사고, 영화 DVD를 왕창 구매하고, 자동차를 또 구매하고, 집을 계약하고, 불필요한 옷을 구매해버린다. 그 옷을 입을지 말지는 나중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소비’를 함으로써 상상속의 자신에게 ‘선물’을 하게되고, 그것을 통해 ‘좀 더 나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사실이다.
예뻐보이지만 불편해 보여서 거의 신을 일이 없을 것 같은 신발을 구매하고, 계절과 전혀 맞지 않지만 단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많은 옷들을 구매하고, 읽을 생각조차 없는 책을 왕창 사들이는 것이 바로 소비적 도피 방법이다.

역설적인 것은 소비적 도피에 필요한 재화가 바로 ‘돈’이라는 사실이다. ‘돈’을 벌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았건만 그 스트레스를 다시 ‘돈’으로 해결하게 되는 아이러니.  한편으론 돈을 벌지 않는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하다.

아마도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소비적 도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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