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52) 요나의 키친(Yona's Kit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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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리 잘하는 사람이 좋다. 내가 요리를 못해서 이기도 하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더 맛있게 먹어 줄 자신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짜 거짓과 불평불만없이 만들어주기만 하면 정말 잘 먹어줄 수 있다. 먹는다는 것은 인생 3대의 문제, 즉 '의식주' 중에서 '식'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겠으나 요즘에는 직접 만들어먹는 요리보다는 외식류의 요리가 대부분의 식탁을 차지한 것 같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정성으로 만들어 준 음식. 그것이 피죽인들 어떠하리.



이번 책 요나의 키친(Yona's Kitchen)은 직장 동료의 선물로 받은 책이다. 엘리트인 그 직장 동료는 특유의 총명한 두뇌와 사람간의 관계를 잘 만들어나가는 타입이다. 사진에도 독특한 감각이 있는데, 이 책 요나의 키친(Yona's Kitchen)의 사진 관련 일부 작업까지 지원해주었다고 한다. 그녀에게 사진이란 취미 이상 그리고 직업 이하의 어떤 중간지점에 있는 객체가 아닐까. 마치 내가 힙합, 랩 등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요나의 키친(Yona's Kitchen)이라는 제목처럼 요리 관련 서적이다. 고정연 저자는 섭식장애를 앓았으나 유학길에서 음식과 소통하는 법을 익힌 뒤로는 음식과 대화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음식과 대화를 한다라... 매력적인 일이다!



책 표지가 매우 여성틱(?)하여 커버를 벗겨 보았더니 너무 예쁜 사진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내 생각엔 커버가 없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바로 아래에 있는 북트레일러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책 커버는 테이블 보였다!
이런 아이디어라니. 소소한 재미는 책 속에도, 책 밖에도 가득차 있었다.



기본적으로 요리 책이니 레시피 형태를 띄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요리 책들처럼 사진+레시피 나열 구조가 아니라 저자의 경험담을 담은 이야기와 함께 실린 레시피와 사진이다. 말하자면 체험형 스토리텔링 요리 레시피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요리에 소질이 없는 관계로 레시피를 읽어보아도 도무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 여성분들이나 요리에 관심있으신 분들에겐 친절한 설명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레시피보다는 이야기 중심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결과적으론 이야기가 참 소소하고 재미있었고 당장 옆에서 일어날 수 있을만큼 현실적이라 좋았다.

내가 생각하는 요리는 단순히 먹고 없앨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요리는 정성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기본적으로 사람이 직접 두 손으로 하는 작업인 만큼 요리에는 감정이 들어간다.

에피소드가 요리와 결합된 책. 요리 에세이.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컨셉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다는 것. 이것은 내가 최근... 근 4년만에 다시 녹음한 랩(곧 블로그와 SNS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에요^^)가사와도 같아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내가 볼 때 이 책의 저자는 음식에 대한 자신만의 세계관이 있다. 현재는 레시피가 조금은 일반적이라 하겠으나(독자들이 쉽게 따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금 세월이 흐른 뒤에는 아주 창의적인 어떤 음식이 탄생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내가 먹어 볼 기회가 없다는게 참 아쉽지만...




이 책의 두번째 장점이라면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가진 사진과 삽화가 아닐까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요리 레시피책에는 그저 흰 바탕에 음식만을 덩그러니 놓아둔 매우 도시적으로 편집된 이미지가 난무하는데, 요리 자체에는 집중될 수 있겠으나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만든이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랄까.





이 책 속에 있는 사진들에는 배경도 있고 수저도 있고 음료도 있으며 사람도 있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확~ 느낌이 오는 기분. 반대로 레시피별로 각각의 사진이 들어가 있지는 않기 때문에 완전 생초보가 레시피만을 토대로 따라해보기엔 살짝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와 디테일 레시피라는 2마리의 토끼는 여기에서 선택과 집중을 당했다.


요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관찰해 보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디테일한 레시피를 알려줄텐가? 아니면 해당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토대로 음식에 스토리를 입힐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음식 자체로 이야기를 해버리는건 어떨까.


나는 촌놈 입맛에다가 초딩 입맛, 그리고 별로 가리는 것 없이 모두 잘먹지만 실제론 은근 까다로운 입맛이다. 호불호가 강하다는 것. 게다가 요즘 나오는 카페의 커피 이름도 몇 가지밖에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요리나 음식에 관해서는 무지했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요리는 먹어보지도, 냄새를 맡아보지도, 구경해보지도 못한 것들이었다. 참, 내가 직접 만들어보면 얼마나 좋으련만. 사과도 깎기 귀찮아서 안 먹는 판국이라 포기해야했다.


저자처럼 요리하는 즐거움을 깨우치기엔 난 아직 멀었나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복해서 들었던 음악.
Meditation - Yuhki Kuramoto.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함께 들으면서 읽어보시라. 우연치않게 얻어걸린 음악인데 궁합이 매우 좋다!




오늘은 뭘 먹을까?
모든 어머니, 주부, 자취생들과 나의 고민.

저자가 강력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음식과 요리도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요즘 유행하는 치유까지 된다고 하니, 역시 사람에겐 먹고 사는 문제가 최고로 중요한가보다.

지겨운 식탁으로 인해 식탁 앞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 쯤, 요나의 키친(Yona's Kitchen)에 있는 음식으로 한번 쯤 색다르게 꾸며보는 건 어떨까? 책 커버를 테이블에 깔고. 좋은 사람과 같은 음식을 먹으며 책에 나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Yona's Kitchen 요나의 키친 - 8점
고정연 지음/나비장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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