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2700번째 글을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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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2700번째 글을 쓰면서

드디어 2700이다. 그렇다고 엄청 기다리고 기다리던 2700은 아니고. 그냥 어쩌다보니 2700개가 되어버렸다. 지난번에 썼던 2600번째 글의 날짜를 보니 9월 7일. 지금이 12월 초이니 약 3개월 정도의 세월이 흐른셈이다. 2600번째 글을 썼던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 참 빠르다.

약 3개월동안 100개의 글을 적었으니 거의 하루에 한 개 꼴 정도다. 어쩌다보니 1일 1포스팅 정도를 한게 되었다. 실제론 하루에 여러개가 올라가기도하고 또 새로운 글이 없는 날도 많지만 평균은 그렇다.

블로그에 3개월동안 적었던 글들이 큰 의미가 있는건 아니다. 단지 나에게만 의미있을 뿐인데, 이 100개의 글은 나의 지난 3개월을 증거한다. 이 글들이야말로 내가 지난 3개월동안 이 땅에 살아 숨쉬었고,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무언가를 했으며, 경제활동을 하면서 어딘가를 여행하고, 또 새로운 곳에서 식사를 했다는걸 알려준다. 망각 속으로 사라질뻔한 기억들은 블로그에 기록되어있다. 그래서 나는 종종, 내 블로그의 글을 참고하거나 읽어본다. 마치 메모나 일기를 뒤적이듯. 특정 이슈만 기억하게 되는 인간의 특성상 블로그는 매우 매력적인 플랫폼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내 삶의 모든걸, 아니 절반조차도 다 기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모든 플랫폼이 아쉽지만.

2700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매번 100단위 카운터가 바뀔 때 마다 신선한 기분이 든다. 새삼스럽지만 매번 그렇다. 나는 2600 → 2700으로 넘어오는 기간동안 잘 지낸 것 같다. 그런데 도무지 이 3개월이라는 길다면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무얼하고 살았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래서 블로그에 썼던 글을 조금 찾아보니, 주 업무라 할 수 있는 강의를 했었고 책도 조금 읽고 서평도 썼다. 인터넷을 바꿨고 가을 축제에도 다녀왔구나. 맛난 음식은 무지하게 먹었네. 여기저기를 여행했고 2016년 탁상달력도 준비해두었다. 개인용 데이터베이스인 NAS를 구축했고 몇 편의 칼럼 또는 에세이도 적었다. 아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구나.

요즘 잠을 좀 못자고 있고 두통 증세가 있어서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 무척 피곤하다. 눈알이 빠질 것 같다. 그래도 키보드를 두드린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컴퓨터를 종료하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누운 다음 크레마 샤인으로 전자책이나 좀 보다가 깊게, 아주 깊게 잠들고 싶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일단 피곤하긴해도 잠자기엔 다소 이른 시간인데다 잠자는 것 보다 이런 소희를 남길 수 있는 지금이 아니면 감정이 사라져버려 영원히 지금과 똑같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글은 모두 다르다. 지금의 글과 내일의 글이 다르다. 주제가 같고 소재가 같아도 글은 달라진다. 사진과 동영상은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날짜에 찍으면 얼추 비슷하거나 거의 같아질 수 있다. 하지만 글은 천지차이가 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는 '시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꾸준히 쓰기보다 펑펑 놀다가 어떤 영접할만한 작문의 신이 당도할 때쯤(이런 경우는 사실 거의 없다)여러편을 한꺼번에 적는걸 선호하다보니 페이스가 들쭉날쭉한 편이다. 그리고 글이 거칠고 투박하다. 하지만 감정은 살아있다. '아 내가 이때 이런 생각들을 했었구나'는 알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아무도 관심없고, 아무도 몰라줄 2700번째 글이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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