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헤르만헤세 - 짤막한 책리뷰(217)
싯다르타 헤르만헤세 - 짤막한 책리뷰(217)
숨도 안쉬고 단숨에 다 읽었다. 헤세의 책 대부분이 그렇듯 자기내면탐구, 내면으로의 집착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데미안>의 싱클레어부터 <싯다르타>의 싯다르타까지… 헤세의 소설은 주인공이 마치 나 자신이 된 듯, 자기투영의 거울 앞에서 읽게된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원하는걸 모두 가진 싯다르타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너무나도 많은걸 알고 세상을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무식하면 오히려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이 진짜 행복일지 가짜 행복일지는 알 수 없어도 그건 그것대로의 삶이 있다.
싯다르타가 가지고 있는 모든걸 버리고 사문 생활을 시작하는것은 도무지 만족할 수 없는 기쁨을 찾기 위해서다. 남들에게 기쁨을 주는 싯다르타에겐 도대체 누가 기쁨을 줄 수 있단말인가? 남들에게 기쁨과 재미, 정보를 주는 사람은 계속해서 그것을 빼앗기고 하이에나 무리 앞의 먹이처럼 뜯겨나갈 뿐 채워지지 않는 법이다. 맛집 블로거에겐 그 누구도 맛집을 추천해주지 않는다. 상당히 외롭고 고독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가수들이나 유명 연예인이 우울증, 공황장애, 알코올 중독, 마약에 빠지는 이유를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심리치유사가 마약을 하고 행복전도사가 자살하는 사회. 행복은 전도하는게 아니라 감기바이러스처럼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심리치유와 행복전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지만, 그것을 비난하고 싶진 않다. 필요한 사람들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싯다르타가 지저분하고 형편없다고 평가하는 대중들의 일생이야말로 결국엔 싯다르타의 일생과 다르지 않음을, 원하는게 많아질수록 초심은 멀어진다는 점, 그리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포기해야한다는 것을 싯다르타는 말년에 알게된다.
좋은 책은 컵에 담긴 물처럼 다양한 모양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은 길쭉한 컵에 담기면 길쭉하게, 둥근 컵이면 둥글게 모양을 달리한다. <싯다르타>는 독자가 당면한 입장에서 다양하게 접목할 수 있고,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할 수 있는 소설이다.
자신의 자아를 찾는 일,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일은 싯다르타가 평생을 모험적으로 해왔으되 결국에는 완성하지 못한 퍼즐이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왜 남들은 잘 알면서 자신은 모르는가? .
“내가 싯다르타라고하는 이 수수께끼만큼 나를 그토록 많은 생각에 몰두하게 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나 자신에 대하여, 싯다르타에 대하여 가장 적게 알고 있지 않은가!”
내면으로의 침잠, 아는 것을 아는 것, 세상을 관통하는 지혜를 향한 갈증으로 떠나는 싯다르타의 여정은 우리의 삶과도 무척 닮아있다.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민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