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의 탄생 - 짤막한 책리뷰(218)
상징의 탄생 - 짤막한 책리뷰(218)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아니라는 사실이 무척 아쉽다. 우리나라 베스트셀러 목록은 신뢰도가 제로에 가깝고 믿을게 못된다. LP와 라디오 방송이 음원시장을 점령하던 시절 빌보드차트가 믿을게 안되던 것과 흡사하다.
진화론과 인류탄생의 역사 등을 개념화해 정리한 책이다. 600만 년에 걸친 사회성 진화를 타임머신을 탄 듯 살펴볼 수 있다. 진화론이나 사피엔스 등을 읽은 독자라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겠다.
단순히 진화론을 독특하게 다루는 것은 아니고 지구의 역사와 기후변화에 따른 진화방식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다룬다. 특히 상징의 진화에 포커스를 두고 눈빛, 몸짓, 그림, 언어 등의 발전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빙하가 녹는걸 우려하는 환경론자들이 많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빙하는 항상 녹았다가 생기고 또 생겼다가 녹는 사이클이다. 우리가 살아남은건 미친듯이 변하는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모든 시작은 직립보행으로부터. 그리고 지능.
책에서는 인류의 네이밍을 호모 사피엔스 뿐만 아니라 좀 더 세부적으로 구분하고있다. 과, 족, 속, 종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잘 정리했다. 그래서 우리는 유인원과에 사람 족, 호모속에 속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식이다. 왜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사라지고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았는가? 저자는 상징의 활용을 그 해답으로 제시한다.
번역서가 아니라서 문화적으로 읽기 수월한데다 자랑스럽기까지하다. 내용이 구체적이고 사례와 데이터가 풍성하게 들어있다. 곳곳에 잘 정리된 표나 사진 자료도 책을 흥미롭게 읽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 난이도 있는 용어가 꽤 나온다. 특히 이니셔티브란 단어가 매우 자주 등장하는데 책에서의 의미는 ‘주도성’ 또는 ‘자기주도성'을 뜻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계획’ 등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약간의 혼선이 생길 소지가 있다. 명확하게 ‘자기주도'로 썼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상징의 탄생 - 박성현 지음/심볼리쿠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