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세이

나름대로의 행복

작가 남시언 2020. 6. 1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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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의 행복

어릴땐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보이면 부러우면서도 시기하고 질투하는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그땐 나 자신에 대해 내가 만족하지 못했어서 나쁜 심보로 얼룩진 시간을 보냈던것 같고, 그렇게 할수록 스스로를 원망하는 감정은 더 커졌다.

나이 먹고 어느순간부터는, 다른 이들에게 진심어린 감정으로 축하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들어서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든다. 심지어 누군가 잘못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전같았으면 일단 불같이 화를 내고 봤을것 같은데 요즘에는 그냥 ‘그래… 너가 행복하면 됐다'라는 식으로 해석된다. 이런 내가 나도 신기하다.

남을 시기하면, 그게 결국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빨리 깨닫는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내가 행복해야만이 다른 사람의 행복도 진정으로 축하해줄 수 있다.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 인생이 좋다. 어쨌거나 내 삶 아닌가. 행복하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하기에도 좀 그런, 말하자면 미지근한 물 같은 그런 인생인 것 같지만, 이건 나름대로 또 매력적이다.

반드시 화려한 삶이 좋은건 아니라는 생각이 나이 들면서 계속 든다. 나는 화려한 삶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싶었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아직은 달성하지 못했다. 어쩌면 죽을 때 까지 달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알듯 말듯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조차 정말 힘들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나름대로의 좋은 점을 찾아가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물론 대출을 갚으려면 열심히 일해야한다), 종종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힘들때도 많다), 가끔 술 한잔 할 수 있는 몇명의 친구들, 멀리서 나를 보러 달려와주는 군대 후임들, 나에게 일(work)을 주는 비즈니스 파트너들…

최근에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행복'이다. 그런데 추상적인 행복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행복'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종종 아주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어서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파괴하는 행동을 한다. 내가 자주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자신의 나름대로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건 옳지 않다. 아무것도 아닌 일은 아무것도 아니게 받아들이는 용기도 필요하다.

요즘에는 뭔가 머리가 굉장히 복잡한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편안한 느낌이 동시에 든다. 나는 이게 왜 이런지 매우 궁금했고 오래도록 고민해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예전에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완벽하게 해야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도 신경이 곤두서서 밤 잠을 설쳤고 끝끝내 마무리되지 않는 일들을 붙잡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나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잔소리를 듣거나 욕을 먹는건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일이지만, 과거보다는 많이 유해졌다. 아니 익숙해졌다고 해야하나. 중요한것과 중요하지 않은것을 어느정도 분간할 수 있는 어떤 촉이 생겼나보다.

열정을 불태우는 인생도 매력적이지만 그건 자신이 목표로 한 무언가를 향할 때에 한해서라는 조건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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