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

어찌저찌 하다보니 20대때 3권의 단독저서를 낸 작가가 되었다. 물론 3권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스테디 반열에 올라 유명 작가로 거듭난건 아니다. 잘 팔렸다면 더할나위 없었겠지만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책을 낼 의향이 있으므로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내 생각을 내가 직접 표현하여 한 권 분량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신기할 뿐이다. 이따금 나는 마치 상상 속, 그것도 아니라면 너무나도 긴 꿈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이 책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책을 내는데 의의를 두고 썼다. 막연하게 '나도 책 한권...'같은 마음이었다. 2012년에 첫번째 저서 <1인분 청춘>을 출간하고 작가가 되었다. 아니 '되어버렸'다. 이후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블로그>를 출간했고, 직장을 그만두고 칼럼에서 에세이로 전향하여 <아름다운 사표>를 출간하기까지. 나는 왜 글을 썼을까?


글쓰기의 늪

글을 쓴다는건 사실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재미도 없고 지루하다. 진부하고 신선하지도 않다. 글은 누구라도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기에 희소가치도 없어보인다. 흰 백지에 깜빡이는 커서만을 바라보며 몇 시간을 멍하니 앉아있어봐도 알아주는 이 하나 없다. 심지어 책을 출간해도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은 대단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내 세계관에서 글이란건 있으면 좋고, 없어도 나쁘지 않은, 계륵같은 존재다.

그럼에도 계속 글을 쓰는 이유는 글쓰기가 늪이기 때문인데, 이게 한 번 빠지면 나올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변태들이 맞는걸 즐기듯, 마라토너가 한계의 순간에 희열을 느끼듯 고통스러운 글쓰기 작업 속에도 나름의 쾌감이 있다. 그것은 여러형태로, 그리고 비주기적으로 나타나지만 그 맛은 낚시에서 대물을 낚았을 때의 손 맛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으리라. 자신이 생각해도 거의 완벽한 문장이 툭 튀어나올 때, 상당히 괜찮은 비유라서 읽자마자 상상이 되는 단어들이 떠올랐을 때, 머릿속에 있는 어떤 그림을 글로 정확하게 표현했을 때 특히 그렇다.

물리적으로 보면 글은 간단하다. 생각을 키보드든 연필이든 뭐든 이용해서 써내려가기만하면 된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 그것이 글이다. 근데 이게 쉽지가 않다. (지금 이 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결국 글은 간단하지가 않게된다.


작가의 무거움

첫 번째 저서를 내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땐 나는 내가 정말 작가가 된 줄 알았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고 또 계속 책을 내면서 드는 생각은 작가라는게 참 무겁다는 사실 뿐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점점 더 작가로부터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책을 내면 낼수록 작가라는 이름이 희미해져서 안개 자욱한 길을 걷는 듯하다. 구름 뒤에 가려진 보름달을 바라보는 마음이다.

요즘에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소개하기가 두렵다. 예전에는 어찌 그리도 당당하게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했을까. 결국 나에게 작가라는 단어는 애증의 존재가 되었다. 잡고 싶은, 여전히 잡을 수 없는, 하지만 잡힌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애매모호한 위치가 바로 작가다.

누군가에게 나는 작가고 누군가에겐 작가가 아니겠다는 생각이다. 아무렴. 중요한건 내가 나 스스로를 작가라고 진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다. '내가 느끼는 내'가 정말 작가가 맞는걸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부족하고, 모자르고, 형편없는 글로 감히 작가라는 왕관을 쥐려한 최후다. 어쩌면 그래서 더 발전 가능성을 볼 수 있는지도.



글을 쓰는 이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글쓰기가 상당히 괜찮은 취미면서도 사회생활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일단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잘 없다.(그래서 참고하거나 배우는 것도 쉽지않다) 누구나 쓸 수 있는게 글이지만 아무나 쓸 수 없는게 또 글인 것이다. 글쓰기라는 행위가 잘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나는 전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이디어를 짜내고 단락과 맥락을 구성하느라 많은 고생을 겸하지만 꾸준히 하고는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만둬도 예전에 그만뒀을 것이다. 글쓰기는 사회생활에도 유용한데 보고서나 제안서, 계획서 등을 쓸 때가 특히 그렇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들고, 사진을 찍는 것도 괜찮은 취미가 되고 사회생활에 유용하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기타 다른 예술활동보다 글을 좋아하는 두번째 이유는 수정이 쉽기 때문이다. 가령 사진을 잔뜩 찍어왔는데 '피사체가 조금만 더 옆으로 왔으면...'같은 생각이 들면 촬영을 다시 해야한다. 그러나 글은 뚝딱 고칠 수 있다. 음악이나 그림도 마찬가지다. 완성본이라 할지라도 다른 활동에 비해 수정이 간편하다는 점이 나를 강하게 끌어들인다. 개인적으로 글을 그렇게 많이 수정하지는 않는 편이다.(김훈 작가도 그렇다고 한다) 어떤 느낌이나 강력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급하고 빠르게 써내려간 다음 한 두번 정도 초벌하듯 고쳐서 완성시키는 스타일에 가깝다고나 할까. 스타일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수정이 쉽기 때문에 글이 더 매력적이라는게 핵심이다.

무엇보다 글은 접근하기가 좋다. 언제 어디서든 간단한 디지털 기기나 메모지와 볼펜만 있어도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처럼 귀차니즘으로 온 몸이 똘똘 뭉쳐있고, 꼼꼼함과는 평생 거리가 먼 사람에게 이런건 혁명에 가깝다.

궁극적으로 나는 글이 좋다. 좋아서 쓴다. 쓰고 싶어서 쓴다. 잘 쓰고싶어서 쓴다. 아직 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쓴다. 결국 내가 쓰는 글은 나를 향한 글이되고, 어딘가를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온다.


Featured photo credit: Greta Ceresini  Pedro Ribeiro Simões via flickr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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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표』,『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블로그』,『1인분 청춘』의 저자, 작가, 강사, 글쟁이, 블로거, 문화 콘텐츠 매니저, skatl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