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같은거 해서 도대체 어디에 써먹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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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같은거 해서 도대체 어디에 써먹습니까? 그리고 블로그 2,400번째 글

블로그 포스트 카운터가 2400개를 넘었다. 앞자리가 하나씩 바뀔 때마다 감회가 새롭고 뿌듯함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100개단위로 갱신되는 카운터를 바라보는건 어쩌면 개인 만족이고 어쩌면 그동안 열심히 해 온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일지도 모른다.

먹고 노는 글들이 대부분인 이 블로그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있다. 사람 사는게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도 사실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할 때 모든 이들의 블로그 글은 또 다른 '나'에 대한 글이된다.

SNS에 쓰는 글과 이 곳의 글은 다르다. 이 곳에서 읽고 쓰고 만들고 공유하는 재미가 주는 창작의 고통은, 말하자면 산 정상에 오르기위해 힘든 등산도 마다하지 않는 정복자와도 같다.

방문자 숫자보다 포스팅 숫자가 더 의미있는 이유는 그럼에도 꾸준히, 열심히 해왔다는걸 명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자 숫자에 일희일비했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어느정도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났을 때 남는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차곡차곡 쌓아온 나만의 콘텐츠라는 사실을 이해하게된다. 그렇기 때문에 방문자 숫자보다 포스트 숫자에 더욱 애착이 가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나만의 시간이고 추억이며 경험이자 기록이기에 가치가 있다.

얼마전에 운전하면서 흘러나온 노래로부터 감명깊은 가사를 들었다. 거북이의 <빙고>라는 곡인데, 신나는 멜로디에 감춰진 진정성 있는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거북이는 이렇게 노래한다.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어 어떤 게 행복한 삶인가요?"

어떤게 행복한 삶인가? 거의 먹고 노는 나같은 사람을 나쁜 시선으로 바라보는 축도 있다. 전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과 다소 다르다는 이유로. 왜 자신의 인생 방식과 세계관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가진 것 없이, 나를 즐기며 살아가는 혼자만의 생활에도 행복은 있다.

남들은 이런 시간에 남는게 없다고 말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움직인다면 여러가지를 남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 중 대표적인게 바로 이 블로그의 포스트들이다. 이 곳은 먹는 행위, 노는 행위, 여행, 아이디어, 생각 등이 집약된 총체적인 경험의 축소판이다. 즉, 존재만으로도 하나의 자서전이 된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아무것도 바라지않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기에 자유라고 말했다. 나는 여전히 바라는 것도 많고 두려운 것도 많기에 어쩌면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다. 조르바의 'ㅈ'에도 못미치는 내가 그나마 자유를 느낄 때라면 바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쓸 때라 하겠다.

전국 각지를 돌며 블로그와 SNS 강의를 하다보면 간혹 블로그 같은거 해서 도대체 어디에 써먹습니까?라고 질문하는 분들이 있다. 물론 블로그는 써먹을 곳이 많지만, 그런것들은 차치하고 여기에선 '무쓸모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한다. 모든 일들에서 효율과 실용을 따질 수는 없는 법이다. 플라톤 <대화편>에는 소크라테스의 사형집행 이야기가 기록되어있다.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순간에도 소크라테스는 피리를 분다. 죽기 직전에 피리라니... 죽음을 앞두고 피리를 부는 소크라테스에게 도대체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소크라테스의 대답은 간단하다. "그래도 죽기 전에 음악 한 소절은 배우지 않았는가."

죽기 전에 쓸모없어 보이는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살아가는 이유이고 행복의 척도일지도.


Featured photo credit: Lene Melendez via flickr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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