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64) 언마스크 - 얼굴 표정 읽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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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언마스크 - 얼굴 표정 읽는 기술



사람 얼굴에는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잔뜩 모여있다. 오감(五感) 중 네가지(시각, 청각, 후각, 미각)가 있고, 얼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촉감(이를테면 베개의 따뜻함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에서 느껴지는 뜨거움)까지 더한다면 오감(五感) 중 오감(五感) 모두가 있는 곳이다.

이렇게 중요한 얼굴인만큼 안면근육을 움직이는 신경도 많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뇌와 감정의 중간쯤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일명 <비언어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얼굴 표정은 상대의 마음을 드러내는 거울이며, 그 어떠한 비언어커뮤니케이션 도구보다도 정확하고 다양하다.



이 책을 읽기전에 먼저 생각해본다.
'왜 우리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싶어 하는가?'
'왜 그토록 상대방과 진심으로 대화하기가 어려운가?'
'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은 숨기고 싶어하는반면 상대방의 감정은 알아내고 싶어하는가?'

개방적이라고 표현하기 애매한 한국사회에서는 어려서부터 솔직함과는 거리가 먼 교육을 받는다. 감정을 숨기고, 자랑을 하지 않고, 슬퍼하거나 분노할 수 없고, 솔직해질 수 없도록 교육받는다. '중간만해라', '중간이 최고다'따위의 이상한 명언때문에 우리의 감정은 처음에는 투명한 젤리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나중에가서는 마치 로봇의 하드웨어처럼 딱딱해져서 다시는 이전상태로 회복하지 못한다. 소위 <포커페이스 교육>을 받는것과 다름없다. 표정과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 역시 안좋은점이 많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감정을 숨기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그다지 효율성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점점 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힘들어지는데, 그 이유 중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자신은 솔직하지 못하면서 남들의 솔직함을 바라는' 나쁜 심리때문이다.

사회심리나 유전자적으로 볼 때, 남성보다는 여성이 <비언어커뮤니케이션>에서 좀 더 강점을 가지는 것 같다. 그녀들은 얼굴 표정이나 상황 정황만으로도 꽤나 정확하게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 수 있는데, 그것은 인류가 진화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만약 여러분이 남자라면, 여자에게 거짓말을 해서 성공시킬 확률은 지극히 낮으니 애초에 포기하는게 편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여자는 남자인 여러분에게 얼마든지 거짓말을 성공시킬 수 있을테고, 여러분은 깜빡 속았다는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할지 모른다.

아무리 남성보다 여성이 감정 싸움에 능하다고 해도, 어린이의 그것과는 비교할바 아니다. 순수했던 어린시절과 솔직한 감정만이 남아있던 어릴때로 되돌아갈 수 있는 어른은 없어보인다. 이때부터 모든 것이 어지러워지고 불편해진다. 상대가 원하는걸 솔직히 말한다면 나는 그것을 사주거나 사주지 않거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것을 필요없다고 말하면서도 꼭 사고싶다는 표정을 짓는 상황을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보았으리라. 이럴때,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어진다. 결국, 감정 전쟁이 시작된다.

대화가 아주 부족한 현대시대에서 <비언어커뮤니케이션>의 이해는 중요하다. 우리가 좀 더 솔직하게 살고, 남들의 마음을 읽어야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쓸데없는 오해와 불필요한 싸움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당신은 왜 상대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가?




개인적으로 이 분야에 관심이 참 많다. 지금까지 읽었던 관련 도서들의 목록도 보디랭귀지, 두뇌과학, 감정심리학, 설득을 위한 학문 등 여러가지다. 그런 책들을 읽을 때면 엄청난 자신감이 내 몸을 사로잡는다. 당장에 길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솔직함을 그대로 볼 수 있을 것만 같고, 마치 외투를 투과하여 속옷을 볼 수 있는 상상속의 안경처럼 감정을 투과해서 볼 수 있는 안경을 착용한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 뿐. 책을 모두 읽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감정으로 싸움을 하고 상대에게 속아넘어가고, 또 솔직하지 못한 시간들을 보내곤한다.

이번 책 <언마스크, 얼굴 표정 읽는 기술>은 세계적인 심리학자 폴 에크먼 박사가 쓴 '표정으로 감정을 읽어내는'전략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전반적인 비언어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오로지 '얼굴 표정'에 특화된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이다. 페이지가 꽤나 많아 다양한 상황에서의 사례를 통해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표정으로 어떠한 감정인지를 읽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사실 우리들은 이미 상대의 감정을 읽어내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지식을 무의식속에 감춰두고 있다. 미간을 찌푸린 표정을 짓는 사람을 보고있노라면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단지 그것을 이론적으로 배운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잠재되어 있던 어떤 능력, 그리고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게되는 여러가지 경험들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말할 수 없을 뿐이다.

"오빠, 내가 왜 화났는지 알아?"라는 솔로몬도 해결하지 못할 희대의 질문을 단지 상대의 얼굴 표정으로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당장 하던일을 때려치우고, 프로파일러로 전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고, 여전히 희대의 질문에 혼란스러워 할 수 밖에.

<언마스크, 얼굴 표정 읽는 기술>은 독자로하여금 프로파일러가 되라거나 얼굴 표정을 읽어냄으로써 상대방 머리 꼭대기 위에 군림하여 이리저리 휘둘러버리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의 소통부재에 따라 비언어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되는만큼, 전부가 아니더라도 표정의 일부만 읽어낸다음 그것을 분석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행복하고 부드러운 대화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것을 암시한다. 따라서, 얼굴 표정에 따른 감정 상태를 전혀 모르는 것보다는 알고 있는게 여러가지로 좋다.


누구나 해볼 수 있을법한 표정 읽기



일반적인 책과는 조금 다르게, 책 중간중간에 흑백사진을 통해 실제 표정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내가 읽었던 비슷한 책에서는 단순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었는데, 확실히 사진으로 보면서 읽으니 이해가 빠르고 또 기억에도 오래남는 느낌이다.

책의 마지막 부록에는 지금까지 알아보았던 수십개의 표정들을 절취하여 붙여가면서 체크해볼 수 있도록 문제를 내고 있다. 시간이 있다면 마지막 점검차원에서 한번 해보는 것도 참 재미있으리라. (나는 책을 자르는 것 등의 훼손을 싫어해서 풀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놀라움, 두려움, 혐오, 화, 행복, 슬픔’의 6가지 감정을 드러내는 보편적인 얼굴 표정이 있다는 사실이다. 얼핏보기에 상대방의 얼굴을 읽어 감정을 알아낸다는 것이 영화에 나오는 형사가 되어야만 하는 듯 어려워보이지만 책의 내용이 간략하고 쉬운 편이기에 안심해도 좋다.

오페라의 유령처럼 가면을 쓰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얼굴 표정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스쳐보내는 것이 아니라 캐치하여 감정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면, 일상생활에서도, 비즈니스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고 시간이라는 희석제에 치명상을 입기 때문에 지속적인 훈련과 복습은 필수!




폴 에크먼 (Paul Ekman)

작가소개

얼굴 표정만으로도 상대의 감정이 어떠한지 알아내는 비언어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이다. 미국심리학회(APA)에서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100인’,「타임」선정‘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꼽히기도 하였다. 폴 에크먼 박사는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는 ‘보편적인 얼굴 표정’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특히 1초 미만의 짧은 순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미세표정(micro-expressions)’으로 거짓과 진실을 구별해내는 법을 체계화하였으며, 수천 개의 얼굴근육을 분석해‘얼굴 지도(얼굴 움직임 부호화 시스템)’를 만들었다. 이런 그의 업적은 학계에서도 인정을 받아 미국심리학회로부터‘위대한 과학 기여상’을 수상했으며, FBI와 CIA에서는 지금도 그의 자문을 받고 있다. <언마스크, 얼굴 표정 읽는 기술>은 폴 에크먼이 평생 연구해온 얼굴 표정과 감정 이론의 원전(原典)으로, 출간 당시 얼굴 표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약 40년간 각종 수사기관에서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그의 탁월한 분석 기술은 ‘인간 거짓말 탐지기’로 불릴 정도이며, 그를 모델로 한 미국의 TV 드라마〈Lie to Me〉는 연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은퇴 후 ‘폴 에크먼 그룹’을 설립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함규정

역자소개

감정에 관한 이론적 토대를 갖춘 감정 코치 전문가. 경영학 박사이며 한국감성스킬센터의 센터장이자,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겸임 교수로서 조직 내 리더와 조직원의 감성지능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감정 코치인 함규정 박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통 전문가다. 어릴 때부터 동화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감정이 하나하나 궁금했다는 그녀는, 소통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인 폴 에크먼 박사로부터 감정을 정확히 읽는 기술을 트레이닝 받은 함규정 박사는,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단서는 바로 얼굴에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10대 코칭?리더십 기관인 GP Strategies의 수석 코치이자,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감성지능 MSCEIT 진단자격 보유자이며, 감성지능의 전설적 학자인 데이비드 카루소 박사 등 예일대 교수진과 함께 조직 내 리더들을 위한 감성지능 리더십과 감성 커뮤니케이션 교육 및 조직문화 컨설팅을 하고 있다. 한국감성스킬센터의 센터장으로서 감성지능 리더십과 감성 커뮤니케이션 교육 및 조직문화 컨설팅은 물론, 자녀를 가진 부모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를 대상으로도 감정 코칭을 하고 있다. 함규정 박사가 강의하는 대표적인 온라인 훈련과정인, 한국교원연수원의 ‘서로를 이어주는 마음의 소통, 감정 코칭’은 2013년 올해의 베스트 과정으로 선정되었으며, 크레듀의 ‘당신의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 이유, 감성 리더십’은 조직 내 리더들 사이에서 인기 과정으로 손꼽힌다. EBS, KBS, MBC, SBS 등에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감정을 다스리는 아이><함규정 선생님의 아주 친절한 감정수업>등이 있다.


책 밑줄긋기

슬픔을 느끼는 동안에는 3가지 얼굴 부위가 각각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눈썹의 안쪽 꼬리가 올라가고 가운데로 몰릴 수 있다. 더불어 위 눈꺼풀의 안쪽 부분이 몰려 올라가면서 아래 눈꺼풀도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 입술은 가장자리가 아래로 내려가 있거나 덜덜 떨린다.


화는 ‘살짝 성가심’이나 ‘귀찮음’에서부터 ‘격분’이나 ‘격노’에 이르기까지 강도가 다양하다. 화는 가벼운 성가심에서 시작해 천천히 쌓여가기도 하고, 갑자기 밀어닥치기도 한다. 사람들에 따라 화를 유발하는 원인이나 화났을 때의 행동, 화가 나기까지 걸리는 시간 등이 모두 다르다.


혐오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단서는 입과 코, 아래 눈꺼풀과 눈썹의 작은 움직임이다. 윗입술은 언제나 올라가는 반면, 아랫입술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코에는 주름이 생긴다. 아래 눈꺼풀은 위로 밀려올라가고 눈썹은 내려간다.


얼굴 표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보다 정확히 해석할 수 있으며, 우리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감지할 수 있다. 이때 우리는 빠른 신호와 구별되는 메시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감정을 살필 때는 느린 신호나 고정 신호는 살펴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들 간의 차이점과 유사점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또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들과 감정의 상징을 분간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언마스크, 얼굴 표정 읽는 기술 - 8점
폴 에크먼 지음, 함규정 옮김/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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