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여행 - 경북 의성 탑리역

꽤 추웠지만 맑은 겨울날이었다. 토요일에 일정이 잡혀 업무차 의성에 가게 됐는데, 오전에 일을 끝마치고나니 뭔가 허무함이 밀려왔다. 의성에 ‘간 김에 근처를 둘러볼까?'하다가 문득 생각난 곳이 바로 간이역이다. 의성처럼 군 지역에는 예쁘장하고 고즈넉한 간이역이 많아 그 역들을 둘러보면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조용한게 좋다. 그래서 발길 뜸한 간이역이 좋다.

목적지에서 탑리역으로 내비게이션을 찍고 탑리역으로 향했다. 근데 길을 잘못 가르쳐준 것인지 최대한 빠른길로 안내를 해준 것인지 엄청나게 좁은 골목을 통과하는 길로 안내가 되었다. 거의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매우 좁은 골목길이었다. 아마 그 골목길로 차는 거의 다니지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미 진입을 해버려서 꾸역꾸역 지나가는데 너무 좁은 나머지 오른쪽 사이드미러가 벽면에 긁혀버렸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지금은 그걸 생각하지도 않고 잘 타고 다닌다. 어쩌면 이 것도 급작스런 여행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랄까. 다양한 사건사고와 재미있는 일들,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신나는 예측이 난무하는게 바로 여행이다.


조금을 달려가니 탑리역에 도착했다. 겉모습이 매우 각져있어서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역이다. 옛날 곡성역을 보는 듯하면서도 의성에 이렇게 멋진 역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토요일임에도 역에는 아무도 없었다. 역에는 오로지 나 혼자였다.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가 역 내부를 둘러보는데 작은 역이라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다. 조용했고, 아늑했다. 마치 고향을 찾은 80년대의 군인이 된 듯한 기분.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탑리역에서 세월의 야속함을 생각해본다.


역사로 들어가다가 역무원 아저씨를 만났지만 인사도 없이 지나쳐버렸다. 마치 기차를 기다리는 손님인냥 역 안을 통과해서 아무도 없는 먼지쌓인 벤치에 앉았다. 바람이 불어 꽤 추웠지만 오히려 상쾌함이 밀려왔다. 아무도 없었고, 들리는 소리조차 없었다. 새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다. 새들도 스쳐가는 탑리역일까.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기차를 기다리는 기분으로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더니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추웠다.


반대편에서 탑리역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으니 뭔가 알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차분해지는 기분이랄까. 여러가지를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힐링이 된 시간.


너무 바쁘게 보낸 12월 이었기에 이렇게 잠깐이나마 한적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 30분 정도였을까? 탑리역에서 일어나 다시 차에 올랐다. 멋진 탑리역에서 하루에 몇 번 오지 않을 기차를 타고 여기 저기로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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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표』,『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블로그』,『1인분 청춘』의 저자, 작가, 강사, 글쟁이, 블로거, 문화 콘텐츠 매니저, me@namsie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