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211) - 힐빌리의 노래

나는 처음에 이 책이 소설책인줄 알았다. 제목에서부터 표지,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문학적으로 가치있는 소설책이고 약간의 논픽션이 가미된 책이라고만 생각했다. 제목으로 미루어보건대 힐빌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주제인 것 같았다. 처음 프롤로그를 읽었는데 마치 빨려들어가듯 단숨에 페이지를 넘겼다. 꽤 관심있는 주제였고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았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저자의 이야기가 날 것 그대로 나온다. 글쓴이는 뭔가를 감추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가감없이 힐빌리의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는 어떻게 극도로 가난하고 불우했던 어린시절을 이겨내고 지금의 위치에 올랐을까? 독자들이 느끼는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프롤로그에 앞서 나오는 ‘추천의 글'은 책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우리나라 정치 이야기가 여러번 나와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모든걸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을 환영하고싶진 않다.

힐빌리, 레드넥은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시골 백인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책 내용은 전체적으로 아주 흥미롭다.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다루고 2부는 어린시절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국과 힐빌리는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내용이 피부에 와닿진 않았다. 가령, 집 앞에서 총으로 위협하는 상황은 한국 판자촌에서도 볼 수 없는 내용이다. 그래서 1부는 약간은 소설같고 2부는 조금 위인전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1부 보다는 2부쪽이 좀 더 재미있었다.


가난한 사람에게 잠옷을 선물하는건 옳은 일일까? 정답은 NO. 극도로 가난한 사람들은 잠옷을 따로 입지 않는다. 청바지 상태의 외출복을 입은채 그대로 자거나 아예 알몸으로 자기 때문이다. 거의 나락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낮은 지대에서 열심히 노력한 끝에 계층이동에 성공한 저자는 각 분야에서 느낀점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위치다. 그래서 힐빌리의 노래는 가난한 사람들이 왜 계속 가난해지는지, 가난함에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다루면서 자신이 경험했던 평범한 생활과 비교한다.

부모가 밥먹듯이 싸우고 이혼하고 재혼하는 환경이라면, 아이는 공부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제대로된 직장을 구할 수 없게되고 그 아이도 그의 부모처럼 똑같은 생활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가난한 사람이 무조건 착할 것이라는 생각은 명백하게 오류다. 궁핍함이 저주에 가까운 이유는 하기 싫은 일을 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들을 돕는 여러 정책들 중 일부는 그들의 자립심과 의지를 거세해버리기도 한다. 거지에게 돈을 주면 그는 계속 거지로 남지만, 거지에게 일을 주면 그는 곧 거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책은 미국의 배경과 이야기를 다루지만 한국과 흡사한 부분도 꽤 많은 편이다.

한국에도 온갖 편법을 동원해 영세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자격으로 수급받으면서 외제차를 타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보호받아야할 약자인가 아니면 당장 구속해야할 범죄자인가?

자신의 암울한 과거를 가감없이 드러내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 하나쯤은 있는 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J.D 밴스의 자전적 자서전인 힐빌리의 노래는 일독할만한 내용을 갖추었다. 책임이란건 항상 개인의 몫이다.


힐빌리의 노래 - 10점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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