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0번째 글, 미쳐(狂)야 미친(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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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0번째 글, 미쳐(狂)야 미친(及)다

정신놓고 살다보니 지난번 3800번째 카운트를 놓쳤지만 이번에는 계속 체크하면서 정확하게 3900번째 글에 3900번째 글이라는 제목을 쓸 수 있게 됐다.

요즘은 동영상과 음성으로 정보와 지식이 오가는 시대인만큼 단순한 텍스트는 예전만큼 인기가 있지 않다. 화려하고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정보들은 대체로 동영상과 음성(팟캐스트 등)으로 얻게 된다. 음성이 지금처럼 널리 퍼지는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책과 글의 최대 단점을 꼽자면, 그것을 읽을 때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없다는데 있다. 예를들어 운전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음성은 운전하면서도 설거지하면서도 운동하면서도 들을 수 있으므로 시간활용도 측면에서 텍스트를 압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야에 대해 자세하고 깊이있는 지식을 원한다면 여전히 책과 글쪽이 우세하다. 문맹률이 극히 낮은 요즘 시대에, 글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빠르게 전달하는데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을 쓰는 작가,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한명의 독자로서 책과 글의 가치가 조금씩 가려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지만 그렇다고해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부족한 것은 자연적으로 도태되고 사라지며 그것을 대체할 더 좋은 것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문명은 그렇게 발전한다.

바쁜 현대인들은 긴 글을 읽을 시간이 없다. 얼마전에 서점에 갔더니 200페이지 이하인 책들이 수두룩하더라. 크기도 아담하고. 오늘날의 글은 대부분 경량화되는 추세다. 블로그 글만해도 10년전보다 그 길이가 확실하게 줄어들었다. 아래로 내리는 스크롤이 굉장히 작아지는 엄청나게 긴 글을 집중해서 읽을만한 독자는 그리 많지 않다.

요즘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서 즐겁다. 나는 최근에 동영상 촬영과 편집에 푹 빠져 있는데, 독학으로 공부해나가면서 배우고 연출해보는 재미가 있다. 동영상은 글(자막), 사진(영상), 효과, 음악 등 어지간한 미디어 소스는 다 들어가있는 종합 콘텐츠다.

이 글을 쓰면서 1년전에 촬영하고 편집했던 영상을 다시 한 번 훑어봤다. 그때에 비하자면 지금은 일취월장이다. 원래 초보들이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가? 실력을 게임 레벨이라고 치면, 1~10까지 레벨업하는것과 11~20까지 레벨업하는 것은 똑같은 10차이라고해도 차원이 다른 경험이다. 이것은 글, 사진, 영상 등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업무 모두에 해당된다.

현실에 안주하게되면 빠르게 도태된다. 나는 글만 쓸 수 있을 때에도 사진과 글을 함께 적는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고, 이런 콘텐츠가 대세일 때에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디자인 소스를 이용해서 카드뉴스 형태 또는 인포그래픽처럼 그래픽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사진과 글, 그리고 그래픽 요소가 가미된 콘텐츠만으로도 지금 하고있는 일들 중 일부는 처리할 수 있는 입장이지만, 이 시기에 또 동영상 쪽으로 갈아타려고 하고 있다.

블로그에서 SNS 콘텐츠로 넘어갈 때가 그랬고, SNS에서 동영상으로 넘어가는 지금도 그렇다. 그러니까 멈추지 않고 계속 변화를 줘야한다. 이것은 힘든 일이다.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건 재미있고 흥미로운 경험인 동시에 어렵고 골치아픈 일들 투성이인, 말하자면 자진해서 가시밭길로 들어가는, 약간은 미친 짓일 때가 많다. 우리는 이런 행위를 ‘사서 고생'한다고 부른다. 그러나 약간 미쳐(狂)있지 않으면, 미치지(及) 못한다.

친구들은 왜 그렇게 힘들게, 바쁘게, 그리고 골치 아프게 사느냐며 걱정어린 잔소리를 해주지만, 이렇게 사는게 내 운명이라면 나는 그걸 덤덤하게 받아들고 어깨에 짊어진채 내 길을 걸어갈 생각이다. 다음번 4000번째 글은 좀 더 진지한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까? 글 100개 쓰면서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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