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지 않는 프레젠테이션] 원고를 외우지 않는다.
- 칼럼 에세이
- 2012.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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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다면 준비되어 있는 원고를 외우면 된다.
예를들어 10분짜리 프레젠테이션이라면 원고를 8분~10분 사이로 준비한 다음 그것을 외우면 된다.
믿기지 않겠지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사람 중 약 50%는 원고를 외워서 무대에 오른다.
그렇다면 원고는 왜 외우는걸까?
▶ 원고를 외우는 이유
많은 발표자가 원고를 외우는 터무니없는 짓을 실천하는 이유는 프레젠테이션이 떨리기 때문이다. 프레젠테이션이 긴장되기 때문에 좀처럼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프레젠테이션이 익숙하지 않고, 남들 앞에서 연설을 한다는것 자체가 두렵기 때문에 무언가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원고를 모두 외운다면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직전까지는 안심 아닌 안심을 할 수 있다.
'그래 나는 원고를 모두 외웠으니, 그대로 풀어내면 끝이야!'
이것이 원고를 외운 발표자의 전형적인 생각이다.
프레젠테이션은 사람과 사람이 혼합된 시스템이다.
청중은 당신이 원고를 외워서 발표하는지, 아니면 외우지 않고 발표하는지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단지 티내지 않을 뿐이다.
실패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얼마나 말을 잘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실패하지 않는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말을 잘하는지의 여부가 부차적이다.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에서 발표자가 청중에게 전해줘야 할 것은, 말의 완벽성이 아니라 열정과 감정이다. 피, 땀, 눈물, 행동, 제스쳐, 눈빛, 표정 등 프레젠테이션에서 말보다 중요한것은 엄청나게 많이 있다.
원고를 외우는것은 실패하는 프레젠테이션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애초에 원고 자체를 준비하지 않아야 실패하지 않는다.
원고를 외운 다음, 무대에서 그것을 고스란히 되풀이 할 것 같았으면, 차라리 아이패드에 내용을 녹음해두고 그것을 재생하는게 훨씬 정확한데 왜 직접 나가서 마치 기계처럼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 달달달 딜레마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과정은 상당히 힘든 작업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고 머리도 몇 번 쥐어뜯고, 커피도 몇 잔 들이켜야 어느정도 가닥이 잡힌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것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원고를 준비하여 또 그것을 외우는것은, 거의 최고치의 시간과 에너지, 정력을 낭비하는 꼴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고를 외우면서 착각하는 사실이 있다.
원고를 외우면 완벽하게 준비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고를 외우는것은 오히려 준비가 되지 못한 모습으로 끝날 때가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프레젠테이션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다보면 여러가지 상황들로 인해 변수들이 발생한다. 갑자기 마이크가 고장날 수도 있고, 프레젠테이션의 화면이 작동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발표자는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이며, 청중들이 갑작스런 질문을 던진다든지 어딘가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크게 울릴수도 있다. 혹은 정전이 된다든가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수많은 변수들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어느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하며, 전체적으로 관망할 수 있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원고를 외우게 되면, 외운 원고를 틀리지 않게 외는것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그 외에 다른것들을 살펴볼 여유가 전혀 없게된다. 쉽게 말해서, 원고를 외우면 외울수록 전체적인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준비는 오히려 더 안되게 되는것이다.
원고를 외우는 발표자는 일명 '달달달 딜레마'에 빠진다.
'달달달 딜레마'란, 원고를 외워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을 때부터 시작된다. 처음 원고를 외워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면, 실패하는 프레젠테이션이 된다. 실패한 이유를 원고의 완벽성에서 찾는데, 그럼 다음번에는 원고를 더 달달달 외우는데, 이것은 더 심한 실패를 초래하고, 그러면 다음번엔 더더욱 달달달 외우고… 실패하고… 또 달달달 외우고… 또 실패하고… 를 반복하는것이 바로 '달달달 딜레마'이다.
원고를 외울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것인지를 생각하고, 어떤 제스쳐를 사용하고, 동선을 구성할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는데 투자는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그리고 복장은 어떻게 준비할것인지, 청중의 스타일과 분석에 시간을 할애하고,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는게 백배는 낫다.
발표자인 당신은 발표하려고 하는 주제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히 전문가다. 당신이 전문가가 아니었다면 그 발표 무대에 설 수도 없을것이며, 혹여 섭외가 왔다고 해도 취소했어야 옳다. 그러나 당신은 그럴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원고를 외우지 않더라도, 당신이 알고 있는 것, 당신이 경험한 것, 당신이 생각하는 것을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면 훨씬 더 여유롭고 깔끔하고 실패하지 않는 프레젠테이션이 가능해진다.
프레젠테이션은 완벽한 말재주꾼을 찾는 오디션이 아니다.
프레젠테이션은 암기 테스트 전국대회가 아니다.
프레젠테이션은 기억력 콘테스트가 아니다.
청중들은 당신의 IQ나 기억력, 전두엽의 크기, 암기력 따위에는 추호의 관심도 없다.
실패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부터 원고를 달달 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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