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지 않는 프레젠테이션] 목차라는 악마와 싸워라.
- 칼럼 에세이
- 2012. 10. 27.
반응형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자 마자 이 프레젠테이션이 실패할지, 성공할지, 아니면 무난할지, 그리고 발표자가 얼마나 프로페셔널인지, 프레젠테이션은 얼마나 지루하지 않을지를 판단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프레젠테이션에 목차가 있는지 없는지만 보면 되기 때문이다.
프레젠테이션에는 목차가 존재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목차는 프레젠테이션의 시간을 길어지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하는 사람과 청중, 그리고 발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레젠테이션에 목차가 있다는것은 이 프레젠테이션과 발표자, 그리고 그 사람이 소속되어 있는 기업이나 조직이 얼마나 진부한 생각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광고하는 꼴이다.
프레젠테이션에 목차가 왜 필요한가?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다면, 지금 당장 프레젠테이션에 목차를 넣는 터무니없는 작업은 그만두자.
▶ 목차 슬라이드가 실패하는 이유
프레젠테이션에서 목차가 쓸모없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번째로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하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목차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단 한명, 목차를 직접 제작한 사람을 제외하면 말이다. 청중들은 프레젠테이션에 포함되어 있는 목차 따위에는 아무런 신경을 주지 않는다. 만약 이 말을 믿을 수 없다면,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청중이나 관계자에게 "제가 목차에서 무슨 내용을 언급했는지 기억나십니까?"라고 물어보라. 백이면 백 "기억나지 않습니다."라는 답변이 되돌아 올 것이다. 목차는 그만큼 쓸모없으며 프레젠테이션을 지루하는 만드는 요인이 된다.
두번째로 목차의 내용이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전체에 이미 전개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당신이 목차 슬라이드를 만들어 프레젠테이션을 하든, 아니면 목차 슬라이드를 제외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든간에 어차피 당신은 그 순서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예정이 아닌가? 어차피 그 순서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계획인데, 왜 굳이 목차를 만드는데 몇 시간씩 투자하면서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 해야 하는가? 이것은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이중, 삼중으로 이야기하는것이 된다.
세번째로 시간의 문제다. 이 세상에서 시간이 남아도는 프레젠테이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프레젠테이션은 짧은 시간에 얼마나 청중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지, 아니면 얼마나 청중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에 의해 판가름나기 때문에 시간이야 말로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발표자가 할당받은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짧은 시간에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목차 따위를 나열해놓고 읽어나가는것은 확실히 손해다. 목차 슬라이드를 제작하는 시간은 또 어떤가? 목차 슬라이드에 들어갈 이미지, 텍스트, 배경, 마스터 슬라이드 편집, 목차라는 폰트를 무엇으로 결정할지에 대한 고뇌의 시간들은 실패하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점점 더 가까워지게 한다. 실패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목차 슬라이드가 존재한다면, 그 목차 슬라이드는 못해도 5번 이상 수정되고 수십분 이상의 이상을 잡아먹는 괴물같은 녀석이다. 만약 목차 슬라이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시간에 발표자는 좀 더 여유롭게 좀 더 많은 콘텐츠를 청중에게 전달할 수 있으며, 프레젠테이션의 전체적인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하는 시간도 꽤나 줄일 수 있다. 단지 목차 슬라이드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나는 예전에 목차가 존재하는 슬라이드 플랫폼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여러번 했었다. 누군가에게 "프레젠테이션에는 목차가 꼭 있어야 해!"라는 말을 들은적은 없었지만, 으레적으로 목차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에 내가 봤던 모든 프레젠테이션에 목차가 있었고, 자료로 받은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에도 당연하다는듯 목차가 있었다. 심지어 프레젠테이션 방법론을 알려주는 프레젠테이션에도 목차가 있었다. 나는 목차 슬라이드를 제작하고 그것을 발표하는데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며, 목차를 나열하는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청중으로 참여한 많은 프레젠테이션의 목차 부분에서 얼마나 지루하고 하품이 나오는지를 생각해본 뒤로는 과감하게 목차 슬라이드를 제거해버렸다.
목차 슬라이드를 제거하고 난 다음 나의 프레젠테이션은 훨씬 더 자신감이 있었으며, 아무런 문제점이 없었다. 목차 슬라이드가 없는 나의 프레젠테이션은 그 전에 비해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았고, 눈빛을 반짝이는 청중의 숫자가 늘어났으며,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또한 좀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으며, 청중의 만족도는 훨씬 더 높아졌다. 청중들은 내 프레젠테이션에서 목차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목차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것이었다.
<실패하는 프레젠테이션의 목차 슬라이드>
"오늘 발표 내용의 목차는 1. 어쩌고 2. 저쩌고 …. 순서로 진행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목차가 있든 없는 발표자는 정해진 순서대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게 된다. 슬라이드 전체를 이미 그 순서에 맞게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만약 목차를 읽어대는 시간을 없앤다면, 그 남는 시간에 당신은 유머 하나를 할 수도 있고, 노래를 부를 수도 있으며, 충분한 여유 시간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긴장을 풀 수도 있다. 유머는 청중들을 집중하게 만들고, 당신의 노래는 청중으로 하여금 당신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도록 해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어쨋거나 목차를 읽는것에 비하면 다른 그 무엇을 하더라도 생산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은 책, 논문, 잡지, 백과사전이 아니다.
목차를 보고 내용을 찾기 위해 뒤로 넘어가거나 앞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이것이 프레젠테이션이기 때문이다. 만약 출력해서 나눠줄 목적으로 목차를 넣어놓았다고 말한다면,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말고 차라리 책자 형태로 배포하는것이 백배 낫다. 그것도 아니라면 유인물에만 목차를 넣어두고 발표 자료에서는 목차를 제거하는 방법을 선택하라.
실패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다면 목차를 나열하고 그것을 읽으면 된다.
물론 청중들의 반응은 시원찮을것이고, 당신은 문제점을 목차가 아닌 다른곳에서 찾을지도 모르지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