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30) 신 3부 - 베르나르 베르베르
- 책 도서/독서 기록
- 2012. 11. 12.
상상력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3부(소프트커버판 신 5권~6권)을 탐독하면 될 것같다.
신 1부와 2부가 일반적인 과학, 철학, 인문학, 생물학적인 내용들의 진행이었다면, 마지막으로 치닫는 신 3부에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의 천재적인 상상력이 잔뜩 담겨있기 때문이다.
신 3부는 소프트커버판 5권과 6권의 통합본이다.
3부에서 드디어 <신>의 내용이 절정으로 치닫으며 대단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실 이전의 내용에서부터 약간의 변형과 상상력을 동반한 주제를 이어갔지만, 그것들은 퍼즐 조각에 불과했다. 마침내 3부에서 퍼즐 조각들이 하나로 모아지고 완성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은 퍼즐 맞추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만 제대로 이해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작가의 스타일인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이런 진행방식이 나쁘진 않다.
우리의 주인공 미카엘 팽송. 3부까지 수십번도 넘는 죽을고비를 넘기면서 여기까지 왔다. 이제 주인공은 무슨 제우스보다 더 뛰어난 신 후보생처럼 묘사된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재미있다. 3부까지 읽어오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어느새 6권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유일한 스승인 애드몽 웰즈도 다시금 만나게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누군가를 죽였다가 살렸다가, 또 죽이기도 하고, 갑자기 실종시켰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게 하는 등.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게 캐릭터의 이동을 매우 자유롭게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개인들은 저마다의 숙명을 지니고 있다.
민족들도 저마다의 숙명을 지니고 있다.
동물의 종들도 저마다의 숙명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우리들은 모두가 저마다의 숙명이라는 레일 위를 달려가고 있는게 아닐까?
인생을 자기가 선택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해진 선택지를 강제로 결정하는건 아닐까?
신 3부에서는 위와같은 여러가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봄으로써, 상상력을 동반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게끔 유도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산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
그래서 과거로 돌아가면, 공부를 더 열심히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욱 잘해주고, 남들을 더욱 돕고, 친절하게 살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꿈을 이루고, 더욱 행복하게... 등등.
그러나 만약 과거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까지 왔을 때, 결과가 똑같다면 어떨까?
당신은 몇 번이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지만, 결과는 현재와 100% 같다면?
해결책은 한가지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획하는 것. 과거로 돌아간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지금부터라도 변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어이, 독자!
책에서는 주인공이 독자에게 하는 말. 그러나 실제로는 작가가 독자에게 하는 말 일지도 모른다.
나는 직접 위 부분을 찢진 않았지만, 못해도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한번쯤 찢어봤으리라.
주인공은 책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다.
그리고 독자인 나와 당신, 즉 우리들이 책을 펼쳐 눈으로 읽어줄 때만 살아 움직인다. 책을 덮으면 캐릭터는 정지한다. 실제로 이것은 신 1부와 2부에서 몇 번 암시되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들도 같은 캐릭터이지 않을까?
우리는 우리가 진짜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누군가가 책을 펼쳐 읽는것처럼 특정한 행동을 취할 때만 살아 움직이는건 아닐까? 혹시라도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모르는것 뿐이지 않을까? 물론 우리가 모르는, 우리보다 더 크고 위대한 어떤 존재가 있을 때.
상상력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질문들을 쏟아낸다.
참으로 길었다.
18호 지구를 둘러싼 스토리는 스승 신에 비유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녹아 자연스레 전해진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몇 호 일까?
혹시 소설에 나오는 18호?
아니면 2018호?
그것도 아니라면 엄청나게 많은 숫자, 예를들면 10203010호는 아닐까?
당신이 상상력, 특히 말도 안되고 터무니없는 상상력이 필요하다면, 신 3부를 탐독해보고 곱씹어 볼 것을 적극 권유하고 싶다.
책 표지에 있는 저 눈이, 나는 끝판대장 신의 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 눈은 독자의 눈이었다.
그리고 독자의 눈이라고 생각했던 저 눈은.... 나를 바라보는 더 큰 어떤이의 눈이었다.
신 제3부 (양장)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