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기록] 하고싶은 일
- 칼럼 에세이
- 2013.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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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일이라는 것을 해부해보면 두 가지의 속성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현물이 요구되는 하고싶은 일.
둘째, 현물이 요구되지 않는 하고싶은 일.
예를들어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자동차를 운전하고 싶다’는 분명 하고싶은 일이다. 하지만 자기 이름으로 된 자동차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동차 구매라는 프로세스가 만족되어야 한다. 또한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비용과 시간 등 추가로 요구되는 현물도 있다. 따라서 이것은 첫번째 하고싶은 일, 그러니까 현물이 요구되는 하고싶은 일이 된다.
반대로 ‘나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소설을 쓰고싶다’는 현물이 요구되지 않는 하고싶은 일에 해당된다. 물론 연필이나 공책같은 필기구 혹은 자비출판 같은 출판비용 자체가 필요하겠지만 이것은 거의 비용이 소비되지 않고, 실제로 소설을 쓰는 작업의 대부분은 상상력과 아이디어, 생각과 고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현물이 요구되지 않는 하고싶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싶은 일’이라는 것을 단 하나의 관점으로만 생각하다보니 혼선이 생긴다. 요즘에는 TV나 인터넷, 라디오, 책, 강연 등에서 자수성가한 성공모델이라는 작자가 나타나서 ‘하고싶은 일을 하면 성공한다!’라고 떠드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하고싶은 일’이라는 것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그저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듣는사람 입장에서는 헷갈리기가 일쑤다.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고자 한다면 먼저 하고싶은 일의 두 가지 속성을 이해한 다음 자신이 하고싶은 일이 어떤 항목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짜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다.
사람의 욕망은 바다보다 넓기 때문에 하고싶은 일이란 것이 딱 어떤 항목에만 속하는 법은 없다. 즉, 현물이 요구되는 하고싶은 일과 현물이 요구되지 않는 하고싶은 일을 동시에 하고싶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그저 단 하나의 ‘하고싶은 일’로 고정해버리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동반되며 절대로 하고싶은 일을 찾을 수 없는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왜 많은 사람들이 하고싶은 일을 찾으면서도 그렇게 할 수 없을까?
거의 대부분은 현물이 요구되는 하고싶은 일과 현물이 요구되지 않는 하고싶은 일을 동시에 충족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내 이름으로 된 차를 갖고 싶다’와 ‘소설책을 쓰고 싶다’를 동시에 만족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다른 변수는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차를 가지고, 소설을 쓰는 작업’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가 한명의 개인을 순순히 다루지 않기 때문에 둘 모두 충족시키기가 어려워진다. 차를 구매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하다보면 소설을 쓰기 어려워지거나 포기해버리는 현상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하고싶은 일의 우선순위에 대한 선택만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자유사항일 뿐이다. 일을 해서 차를 구매할 것인가 아니면 소설을 쓸 것인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는 개인의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성공한 사람들의 흔한 레퍼토리는 대체로 ‘소설을 먼저 쓴 다음 그 소설이 성공하여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차를 산 다음 당신에게 하고싶은 일을 해라고 이야기하는’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자유이자 마지막 남은 최후의 보루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거기에 책임을 지면 그만이다. 대신, 나머지 한가지 하지 못했던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겠지만.
마지막으로 꿈과 하고 싶은 일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둘은 다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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