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49) 아주 사적인 독서
- 책 도서/독서 기록
- 2013. 8. 28.
흔히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고전들을 갑자기 읽기란 쉽지가 않다. 많은 독서 전문가들과 평론가들이 고전과 인문학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하다는 점과 '왠지 복잡할 것 같다'는 선입견 등이 그것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서평 링크) 를 비롯한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들과 독서를 주제로 한 책들이 고전 읽기를 강조한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 흐를수록 접근이 쉽지 않아진다. 나처럼 실용서 위주로만 읽는 편향적인 독서력을 가진 사람은 일반 장편소설책도 읽기가 힘들 정도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베르나르베르베르 작품같은 공상과학 소설에 빠져있긴 하지만 클래식으로 언급되는 소설들은 도무지 접근하기 힘들 정도의 어떤 장벽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책 [아주 사적인 독서]는 대표적인 고전 소설(마담 보바리, 주홍글자, 채털리 부인의 연인, 햄릿, 돈키호테, 파우스트, 석상 손님)을 자세하게, 그리고 매우 개인적인 성향에 맞추어 설명해주는 이른바 독자 맞춤형 고전해설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 이현우씨는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운영중인, 그러니까 이른바 우리시대의 '서재 지기'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 책은 저자가 6년 넘게 진행한 비공개 독서 수업을 기초로 하여 일곱편의 고전을 뽑고, 그것을 설명해 두었다.
이 책의 첫번째 장점이라 하면, 아마도 책의 문체라 하겠다. 경어체를 채택하고 있다. 아마 저자의 강의력을 대변해주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경어체로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그러니까 독자들과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만큼 조용히, 그리고 깊숙히 다가가는 그 특유의 필체 때문에 고전 해설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 책을 계속 읽다보면 마치 저자와 1:1 고전 과외를 받고있는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그정도로 조용하고 빠르면서도 확실하게 머릿속에 각인되는 어떤 느낌이 있다.
두번째 장점이라면, 책의 제목처럼 매우 <사적인> 고전 해설에 포커스가 있다는 것이다. 즉, 고전들은 대부분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정치적인 어떤 면모들을 반영하거나 그 외적인 것들이 투영되어 있는데, 사실 그런것들을 우리가 피부로 느끼기가 참으로 어려운 부분이기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서 <사적>이라고 하는 것인 지극히 개인적인, 말하자면 숨기고 싶지만 본연히 개인의 욕망인 그곳을 가르킨다.
한마디로 이 책은 고전을 통해 독자의 <사적인>부분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마담 보바리, 햄릿, 돈키호테 등이 모두 어떤 욕망과의 싸움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술술 읽히는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상황에 자신을 참가시켜보는 상상을 해보게 만든다.
내 욕망은 정말로 내 것인가?
마치 프랑스 대입시험 질문처럼 보이는 이것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이런 철학적인 질문이 있는 프랑스야말로 교육적 우수성이 있고, 맨날 정답만을 외치는 한국이나 서양식 시험방법을 폄하하기도 하는데... 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정답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철학적 질문은 개인적인 용도이지(사적인 용도) 결코 어떤 시험용은 아니라는 의견이 있다. 실제로 이런 시험문제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채점관이 있어야 할텐데, 채점관은 자신의 편력적인 어떤 측면만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이 책 전체에서 강조하는 <욕망>에 대한 부분을 좀 많이 생각해보았다.
과연 내 욕망은 정말로 내 것인가?
두 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반대 의견이다. 내 욕망은 순수한 나만의 욕망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발생한 객체라는 의견이다. 만약, 나의 욕망이 '호화로운 저택에 살고싶다'라면, 그것은 순수하게 내가 원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타인이 원하는, 타인이 우러러보는, 결국 타인의 존경을 받고 부러움을 사고, 사회적으로 타인의 머리 꼭대기에 군림하기 위해서 발생한 욕망이라는 축이다.
다음으로는 찬성 의견이다. 타인이 원하는 것이든 타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든 간에 어쨋거나 나는 '호화로운 저택'에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이것은 내 욕망이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이어서 나오는 이 질문이야말로 개인적인 미래관이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욕망에 관한 부분은 이 책의 <마담 보바리>부분에 정말로 깊숙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고전이 그렇듯이 정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그저 독자의 판단에 맡길 뿐이다.
그저 놀기만 하기엔 너무 늙었고,
소망 없이 살기엔 너무 젊었다.
아... 인생이란, 참으로 복잡다단하다.
파우스트는 상대적으로 젊기도 하고 늙기도 하다.
사적인 독서 였기 때문일까. 실제 고전보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책의 마지막 글귀처럼 내 안에도 마담 보바리와 햄릿, 돈키호테가 살고 있다. 그들은 욕망을 가진 존재였고, 나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고전 해설서를 읽어봐도 아직까지는 고전에 접근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이해도가 높아지니 나중에 한번쯤 도전해 볼만 하겠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아주 쉬운 고전읽기 정도로 이 책의 서평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고전을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분량도 적절하여 바쁜 현대인들에게도 짧은 시간안에 여러가지 고민들을 던지고 인생에 대한 문의를 스스로 하게 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아주 사적인 독서 - 이현우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