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56) 소설 개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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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인 동시에 현실인 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의 전체적인 소설에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아름다운 재주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개미가 다른 개미와 소통하는 것을 들을 수 없다. 아니, 파악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베르베르는 가능했다. 직접 확인이 불가능한 어떤 사실이라는 점에서 허구가 될 수도 있고,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개미들의 소통과 사회, 심지어 개미와 인간의 소통은 허구인 동시에 현실이 된다. 작가는 <개미> 전체에서 아래에서부터(땅 속 개미의 시선으로) 인간 사회를 올려다보는 시각을 제공한다. 예를들어 쓰레기통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사는 바퀴벌레는 때만되면 음식물 쓰레기를 제공하는 인간을 자신이 길들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나갈 때, 목줄을 잡고 강아지와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면서 걸어간다. 강아지의 주인은 강아지가 신이나서 앞으로 내닫고자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강아지 입장에서는 주인이 자신을 따라오게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관점의 차이. 그리고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생각의 차이. 소설 개미는 관점과 생각의 차이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출세작 개미. 그 두번째 이야기. 소설 개미 2권. 본격적인 스토리가 급박하게 진행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부제목인 `개미의 날`처럼 소설의 주인공이 되는(작가 자신은 그들을 배우라고 부르지만)개미들의 치열한 삶의 모습과 타 개미종족과의 전쟁 상황이 그려진다. 말 그대로 개미의 날인 것이다! <개미 1권>에서는 사실상 스토리의 진행이 없었다면, <개미 2권>에서는 스토리가 빠르게 진행된다. 특히나 개미들의 모습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 개미 사회와 인간 사회의 오버랩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베르베르의 머릿속에서 카트린은 누구를 뜻할까?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웃음>등에 등장하는 카트린 스칼레즈 박사일까? 아니면 또 다른 누구일까.




우리들이 알고 있는 신은 대체로 하늘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베르베르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신을 창조한다. 지하의 신들. 베르베르 세계관에서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지구의 주인이며(인간보다 훨씬 오래도록 지구에 머물렀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또 다른 의미에서 '신'이 된다. 


어린시절 운동장에 돌아다니는 개미를 가지고 장난을 쳐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개체수는 무척이나 많으며,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은 매우 쉽게 뭉게버릴 수 있는 연약한 존재다. 만약, 그러한 사실에 분노한 개미들이 인간과 전쟁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한 쪽이 정말로 이길 수 있을텐가? 그것도 아니라면, 제로섬 게임처럼 모두가 종말해버리는 슬픈 마무리가 될 것인가? 각기 다른 두 문명의 충돌이야말로, 베르베르가 의도한 전쟁형 추리소설의 묘미이며, <개미 2권>에서 그 사실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어스름. 3권으로 까지 이어지는 개미들의 스토리는 지구의 구성원이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를 준다. 꽃, 벌, 나비, 새, 개미, 나무, 인간 등.... 지구에는 다양한 객체들이 상호 협력하며 적절한 생태계를 유지하여 살아가고 있다. 개미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일종의 금기 사항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의 문명은 인간사회의 그것보다 훨씬 앞서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문화 충격. 인간은 자연을 이기려고 문명을 발전시키지만 개미는 자연과 함께 문명을 발전시킨다. 결국 누가 될 것인가?




펄프의 제공자가 되는 나무. 나무 역시 지구 구성원의 일부이며, 개미 사회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도 필수불가결한 존재임을 환기해주는 부분이다. 정말이지 그것들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것들을 최초로 활용하기 시작한 인간들이 없었어도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개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의 문명은 화려한 것일까? 미간이 찌푸려질만큼 지저분하고 실컷 비판을 받아야 하는 모습일까?
독자는 <개미 2권>에서 그것을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개미 세트 - 전5권 (양장) - 10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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