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춘정담 - 미치도록 아름다운 이름,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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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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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정담 - 미치도록 아름다운 이름, 청춘
미성년자의 해방, 성인, 술, 담배, 활기찬 대학 캠퍼스, 연애, 풋사과처럼 설익은 풋사랑 등. 20대를 대변하는 가장 쉬운 단어들이다. 미성년자에서 성인으로, 단어 그대로 성인이 된 시기에서부터 청춘은 시작된다. 영화 <청춘정담>은 오늘날의 청춘들을 대변하는 두 커플의 두근거리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청춘들의 성장통은 보는이로 하여금 언제나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한다. 그것이 옛 추억이든 자신보다 어린 친구들의 귀여운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이든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든. 하지만 실제 그 당사자가 되는 젊은이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심각한 고민에 휩싸이고, 세상이 무너질 듯 한탄하기도 한다. 그들은 너무 일찍 커버린 아이이자 사회생활의 첫 걸음마를 떼는 '사회적 어린이'다. 스스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법적 '성인'이지만, 준비도 경험도 부족하기에 아무것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위치에서 휘청거리며, 마치 끊어질 듯한 외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그곳이 바로 청춘이 아니던가.
군입대를 하루 남기고 여자친구와의 성관계를 간절히 바라는 윤성(고경표 역)과 남자친구를 군에 보내야하는 자신의 슬픈 마음은 몰라주고 오로지 모텔로만 가고 싶어하는 남친을 이해할 수 없는 은주(한서진 역) 커플은 군입대를 앞둔 거의 모든 20대 커플의 공감을 일으킨다. 윤성 은주 커플의 포커스는 군대와 섹스다. 청춘들야말로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설레임, 첫 경험. 군 입대를 앞둔 윤성은 여자친구를 잡아두기 위한 목적이든 친구들에게 '총각'이라며 놀림받기 싫은 목적이든 그냥 남성적인 본능의 욕구이든 어떻게해서든 은주와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한다. 마음처럼 잘되진 않았지만 말이다. 은주는 군입대를 앞둔 남친을 가진 모든 여자들의 마음처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편지를 통해 전해지는 것처럼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교감을 원할 뿐이다.
윤성이 해결해야 할 것은 첫 경험이었고, 은주가 해결해야 할 것은 남자친구의 군대였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더 심각하게 고민하는 둘은 여러가지 걱정에 휩싸이게 되는데,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해서 더욱 망설여지는 어떤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막연한 두려움이야말로 가장 큰 두려움이 아닐까. 실체가 없고 들리는 이야기와 소문들로만 구성된 어떤 사건들. 그 두려움이 청춘들을 고민에 휩싸이게 하고, 정신적으로 힘들게하는 것이 아닐까?
이에반해 백두(송삼동)와 성주(차현정)는 두려운 20대를 막 벗어난 30대 커플이다. 어른이 된지 10년차. 윤성과 은주가 그리도 걱정하는 첫 경험과 군대 문제를 말끔히 해결한 커플이기도 하다. 성주는 혼전 임신을 해버렸지만 비정규직인데다 백두는 매번 취업에 실패해버렸기 때문에 백수다. 흔히 삼포세대(세가지를 포기하는 세대 : 연애, 결혼, 출산)로 대표되는 백두 성주 커플은 20대 후반 또는 30대의 고민들을 대변한다. 그들에게 윤성과 은주 커플의 고민따위는 고민 축에도 끼지 않는 아주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취업, 직장, 돈, 결혼 문제처럼 30대에 해결해야만 할 엄청나게 중요한 고민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문인수 감독의 연출에서 그 두 커플은 서로 동떨어진 고민거리을 증폭시키다가 중후반에 서로의 고민거리가 정면에서 부딪친다. 서로의 고민을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마치 다른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것들로 인식되는 아련한 고민들. 청춘들일 때만 고민할 수 있는 어떤 '고민의 특권'이 바로 그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보는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경표와 한서진의 2% 부족한 연기가 오히려 영화의 스타일에는 더 어울렸다. 풋풋한 냄새가 스크린을 통해 넘어와서 나의 코에까지 닿았다. 성장통을 그린 영화는 자칫하면 우울해지거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심각해지기도한다. 그렇다고 너무 코믹적 요소에 치중해버리면 현실을 적당히 반영하지 못하고 100% 픽션으로 이루어진 시트콤처럼 되어버리기도한다. 이번 영화 <청춘정담>은 단지 두 커플의 좌충우돌 고민기를 통해 절반은 코믹을 절반은 현실을 대변하고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고민은 우리 모두의 고민이자 아름다운 고민일 것이다.
청춘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철저하게 고민하고 여러가지 것들을 해보며 웃고 울고 도전하고 실패하는 것. 그 어느때보다도 힘든 청춘시절을 살아가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의 심각한 고민조차 시간이 지나고 본다면 미치도록 그립고 아룸다운 시절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군대든 첫 경험이든 취업이든 결혼이든. 그래서 청춘의 고민은 미치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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