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69) 예언자 - 칼릴 지브란
- 책 도서/독서 기록
- 2014. 3. 24.
[서평] 예언자 - 칼릴 지브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천천히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아무리 천천히 읽는다고 하여도 알무스타파의 예언에 대한 정수를 마치 갈증을 해갈할 때 마시는 물한잔처럼 들이켤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천천히, 그리고 여러번 다시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서 주인공이자 화자가 되는 알무스타파라는 예언자는 사실 작가 그 자신이다. 작가가 직접 화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철학적 메시지를 전파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가상의 인물인 예언자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책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이 방법은 마치 종교적인 어떤 체계를 떠오르게 하는데, 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메신저처럼 작가 그 자신이 일종의 신격화되어있다. 예언자인 알무스타파의 이야기는 곧 작가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인 것이다.
시집같기도 하고 철학서적 같기도 하고 종교서적 같기도 한 이 책은 한마디로는 정의할 수 없는 복합적인 장르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메시지를 전한다는점에서 철학적 특색을 띄고 있지만 또 그 언어가 아름답고 깊으면서도 간결하기 때문에 시의 특색을 띄고있기도 하다. 또한, 그 내용면에 있어서는 신이나 종교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서 종교적인 특색이 있기도 하다.
인간이 인생에서 마주하는 고민거리들의 무게는 땅의 그것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지지만, 어쩌면 먼지처럼 가벼운 것에 불과한걸까. 1900년대에 쓰여진 이 책이 2000년대인 지금에까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같은 고민거리를 공유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못해 신기하기까지하다. 인간사, 역사, 세상사의 본질적인 문제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것들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런점에서 <예언자>의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고민이라는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예언자는 말한다. 사랑, 결혼, 일, 집, 옷, 먹고 마시는 것, 자유, 이성, 자아, 우정 등 보편적인 화두에 대해서 그것의 본질이 무엇이고 어떻게 다루어야하며 어떤식으로 마주해야 할지를. 이 짧은 '철학적 종교 시집'은 마치 우주에서 영혼을 불러온다음 내 영혼에게 귓속말을 해주면서 대화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만큼 환상적이다. 그래서 이 예언은 더 이상 예언이 아닌, 현실이고 당장 실천해야만할 자신만의 신념이 된다.
너무나도 바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맞춰 슬로우(slow) 여행지가 각광받고 있다. 만약 슬로시티(slow city)에서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읽는다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각박하고 지저분한 학교나 사회에서 어떤것으로 부터, 누군가로부터 상처받은 자신의 영혼을 치유하고 그 상처에 연고를 발라 아물게 해줌과 동시에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질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고 싶다면 알무스타파, 아니 칼릴 지브란의 <예언>을 접해보자. 그 예언은 앞으로 살아가야할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단어 그대로 <예언>이며, 현실이다.
예언자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 칼릴 지브란 지음, 유정란 옮김/더클래식 |
칼릴 지브란
1883년 레바논에서 출생하여 12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아랍계 이민자로 화가이며, 소설가이며, 시인이다. 초기에는 주로 아랍계 이민자 신문에 아랍어로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1918년 수피우화집 《광인》의 출간 이후에는 주로 영어로 작품을 썼다.
지브란은 힌두교, 이슬람신비주의, 기독교사상, 범신론, 미국의 초월주의 그리고 생전에 교류했던 칼 융, 윌리엄 예이츠, 라빈드라다드 타고르, 아민 라히니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사상을 자신의 방법으로 혼합하면서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하였다. 지브란 사상의 기저에는 수피사상이 숨 쉬고 있었으며, 오른손에는 성경, 왼손에는 ‘모든 종교는 하나이며 모든 인류는 하나이다.’ 라는 보편주의의 사상을 펼쳤다.
‘70년대 국내에 《예언자》가 소개된 이래 《부러진 날개》, 《광인》, 《눈물과 미소》, 《사람의 아들, 예수》 그리고 메리 해스켈과 메이 지아데의 편지모음 등 지브란의 대부분 작품이 번역되었다.
유정란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University of Rochester)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창작 집단 ‘온사이더’에서 시나리오 집필에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 좋은 책을 발굴하고 번역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첫날의 설렘을 기억하라』,『디자이너의 스케치북』,『이안 감독의 영화 세계』,『예언자』 등이 있다.
책 밑줄긋기
사랑이 여러분을 손짓해 부르거든 그를 따르십시오.
비록 그 길이 힘들고 가파를지라도.
그가 날개를 펴거든 그 품에 여러분을 맡기십시오.
비록 그 깃털에 숨겨진 칼이 여러분에게 상처를 줄지라도.
그가 여러분께 말하거든 그 말을 믿으십시오.
비록 북풍이 정원을 황폐하게 하듯 그 목소리가 여러분의 꿈을 산산조각 낼지라도.
사랑은 그 자신을 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줄 수 없고, 그 자신에게서가 아니면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습니다.
사랑은 소유하지도 않고 또 소유되지도 않습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넉넉하기 때문입니다.
기쁠 때는 여러분의 마음 깊이를 들여다보십시오.
그러면 지금 기쁨을 주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까지 슬픔을 주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슬플 때도 다시 여러분의 마음 깊이를 들여다보십시오.
그러면 사실 지금까지 즐거움이었던 바로 그것 때문에 지금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중 더러는 “기쁨이 슬픔보다 좋다.”고 하고 또 더러는 “아니다. 슬픔이 기쁨보다 좋다.”고 합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단언합니다. 이 둘은 떨어질 수 없다고.
이 둘은 함께 옵니다.
그중 하나가 여러분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을 때,
다른 하나는 여러분의 침대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어제는 오늘의 기억일 뿐이며, 내일은 오늘의 꿈이라는 것도 압니다.
죄책감이란 초대하지 않아도 밤중에 찾아와 사람들을 깨우고 스스로를 들여다보게끔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