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96) : 왜 나는 늘 눈치를 보는 걸까?
- 책 도서/독서 기록
- 2014. 11. 11.
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96) : 왜 나는 늘 눈치를 보는 걸까?
내 기억으로 나는 어린시절 참 많이도 눈치를 보던 아이였다. 이런 눈치, 저런 눈치를 보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눈치를,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도 눈치를 봐야했었다.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무서운 호랑이같은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나는 심하게 눈치보는 행위가 지긋지긋했다. 괜히 남들의 기분을 맞춰주다가 정작 내 기분은 신경쓰지 못해 우울했고 눈치보지않고 생활하고 노는 누군가가 엄청나게 부러웠다. 나는 의도적으로 눈치보는 행위를 줄여나가야만했다. 그것은 나를 위해서도, 남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 같았다. 노력으로 지금은 과거만큼 눈치를 보진 않는 것 같지만 무의식적으로 눈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왜 나는 늘 눈치를 보는걸까?
이번 책 <왜 나는 늘 눈치를 보는 걸까?>는 눈치보는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원시인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말로는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든 눈치의 복잡한 맥락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간여행하듯 차례로 분석한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비슷한 조건에서도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에게는 7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7가지 잘못된 눈치 보기에 대한 7가지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한다.
책 밑줄긋기
눈치는 적응을 위해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빨리 움직이는 심리적 기제이므로 눈치를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원시시대와 달리 복잡하게 사회화된 집단에서, 눈치는 심리적 에너지의 사용 방식일 뿐이다. 그래서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방향이 결정된다.
우리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원시인류 시대부터 인간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끔 진화했기 때문에 눈치를 전혀 보지 않을 수는 없다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눈치는 옳은 눈치보기와 잘못된 눈치보기로 나뉠 수 있다. 눈치를 보는 것이 꼭 나쁘다는게 아니라 정도의 차이에 따라, 그리고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어떨땐 옳고 어떨땐 잘못되게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인지심리학, 교양심리학 카테고리에 가까운 실용서적이다. 특히 유년시절 집안환경이나 부모님의 역할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있는데 과거 대학생 때 교양수업을 듣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의 생존뿐만 아니라 사회조직 및 서열이 복잡하게 영향을 끼치는 눈치를 건강하게 활용하지 않으면 폐쇄성·변덕·자기소진·자기부재·불균형·착취·집착이라는 무서운 덫에 걸릴 수 있다. 저자는 이를 극복하려면 자기를 조절하고, 올바른 가치를 지향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도대체 눈치란 무엇인가? 원하던 원하지않던 눈치를 왜 봐야하고 또 눈치를 왜 보도록 진화했단 말인가? 결과적으로 눈치에 대해 이해하려면 그 원인을 알아야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원인을 찾는 것이니까. 이 책은 눈치를 보는 원인을 자세히 설명하고있다.
책 밑줄긋기
어떨 때 소심한 눈치가 자신에게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자신감 없고 의존적인 경우다. 자신감이 없고 소심하면 결정을 하거나 행동할 때 눈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려면 겁부터 나서, 다른 사람의 힘과 판단을 빌려야 비로소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 생각은 상대가 옳다고 해야 옳은 것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틀린 것이 된다.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의 자신은 사라져버린다. 무엇이든 남들이 바라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가 심해지면 자신의 내면마저도 타인과 같아야 정상이라고 여기고, 자신의 느낌과 바람까지도 다른 사람이 확인해주길 바란다. 다른 사람이 보증해주지 않는 자신의 감정은 불량한 감정 혹은 불량한 욕구라고 여기고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스스로 폐기한다. 그러다가 자신의 느낌이나 바람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까지 이를 수도 있다. 이러한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수동의존성(passive dependent)이다. 수동의존적인 사람은 의지하고 따를 만한 상대가 없으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혼자서는 판단하지 못한다.
나는 눈치보기가 너무나도 피곤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과학이 발전하고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 구조에서 눈치보기는 어쩌면 꼭 필요하지만 그다지 쓸모없을지도 모르는 심리 기능일지 모른다. 만약 나와 상대방이 동시에 서로에게 눈치를 보고 있다면 어떻게될까? 교착상태에 빠져 어떤 말도 못하고 아무런 업무도 진전시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살다보니까 때로는 눈치보지않고 속마음을 솔직하게 내뱉는 편이 오히려 빠르고 정확한 경우가 있다.
눈치를 너무 보는 사람 옆에 있는 사람도 엄청 피곤해진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모든 일을 상대방의 감정적 동의를 얻고싶어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고 조언해달라는 친구에게 조언해주면 그 친구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위해 묻고 또 묻고 또 묻는다. 자신의 감정이 완벽하게 승인할 때까지 나의 동의를 몇 번이고 얻어야하는 것이다. 똑같은 옷을 입을 때도 그렇다. 패션이란게 정답같은게 있는게 아닌데도 이렇게는 어떻고 저렇게는 어떻고 요렇게는 어떻다는 둥 걱정거리만을 늘어놓고 정작 어떤 옷을 어떻게 입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진다. "A 코디로 입어"라고하면 "그렇게하면 다른 사람들이 변태처럼 보지 않을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럼 "B 코디로 입어"라고 대안을 제시하면 "그건 나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가 되돌아온다. 옷을 입었을 때 자신의 멋진 모습을 상상하는게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실패했을 때의 모습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의 감정적 에너지도 남아날리가 없다
눈치를 보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본적으로 상대방과 나 사이의 네트워크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가령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던지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빠 하지 않을까'같은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직관적 근거는 명확한 어떤 맥락을 고려할 때 발생한다. 문제는 이 맥락이 정확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데 있다. 반면 '눈치 챘을 때'의 상황이 상당히 정확한 경우도있다. 결국 너무 눈치를 봐도 문제고 너무 눈치가 없어도 문제가된다. 가장 좋은건 '적당하게' 또는 '맥락에 맞게' 눈치를 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책의 내용은 좋지만 생각보다 많은 전문용어가 나오면서 후반에가면 난이도가 다소 어려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의 해결책에 따르면 눈치는 상대방보다 우선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눈치를 볼 때 보더라도 우선은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져보자!
왜 나는 늘 눈치를 보는 걸까 - 박근영 지음/소울메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