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후기] 영화감독 진모영 - 다큐멘터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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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후기] 영화감독 진모영 - 다큐멘터리의 세계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다. 경북콘텐츠코리아랩의 강의와 네트워킹데이를 다녀와서 남들과는 다르게 장문의 글을 남기는 일은 요즘 나에겐 하나의 재미다. 나는 여기에서 싫은 소리만 늫어놓는, 말 안듣는 꼬맹이같다. 장문의 글은 나 스스로 많이 생각하고 많이 느꼈기에 남기는 것이다. 불후의 명강은 많은 것들을 느끼게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에 랩토커 단장역할로 임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고 또 자랑스럽다.

무언가를 배운다는건 재미있는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로봇의 발전, 총체적인 불황과 일자리 부족과 같은 오늘 날에는 배우는 것 외에는 답이없다. 배우면서 전문성을 키우고, 여러가지 방향으로 도전해서 실패하며 경험을 쌓고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지내야하는 세상이다. 1명의 인간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전히 강의를 찾고 독서에 목마르다. 다른 강의 역시 마찬가지지만 경북콘텐츠코리아랩의 불후의명강 역시 연사가 수십년 이상 몸담고 연구하고 체험했던 것들을 단 2시간안에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임에 분명하다.

안타까운 것은 청강생들 중 젊은이들의 비중이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강의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타지에 비해 배움에 대한 욕구가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 패배의식일지, 수 십년간 없었던 새로운 문화에 대한 거부감일지, 아니면 젊은이들의 심장을 꿰뚫는 콘텐츠가 아니어서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설은 갖춰지고 있고 문화는 바뀌어가고 있지만 시민의식은 여전히 낮다.

안동의 서점을 가보면 마치 폐가같다. 눈에 보이는 거라곤 온통 참고서와 문제집 뿐이고 교양서나 일반도서, 인문학 서적들엔 먼지가 쌓여있다. 당장 내 주변만 둘러봐도 1년에 책 한 권 안읽는 사람이 대다수다. 그러면서 무슨 돈이 어쩌고 직장이 어쩌고, 일자리여 정치여 문화여 자유여 창업이여 창직이여 떠들면서 심지어 미래까지 예측하려하는 상황을 보면 무척 난감하다. 이 것 역시 시대적 변화이고 새로운 문화라면 받아들여야하겠지만 나는 인정하지 않겠다.

지금껏 불평불만만 해왔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불후의 명강은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경북권을 비롯한 안동에서는 뛰어난 연사를 갖춘 강의를 만나기 어려웠다. 수요는 조금 있었지만 강의할 장소조차 없었기에 우리는 비싼 돈을 내며 타지에서 강의를 듣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자위하는게 다였다.

나처럼 무대에서 강의하는 강사 혹은 강연자를 꿈꾸던 학생들도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볼 수 없었고 그러한 시도를 한 사람도 없었다. 아니, 시도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정치적 목적이나 공익 목적이 아니라면 강의장을 대여하는게 불가능했으니까. 결국 능력을 키울 수가 없었고 꿈을 포기하거나 안동을 떠나는 것 외에는 답을 찾기 어려웠다. 이것은 비단 강연자 뿐만 아니라 다른 것 대부분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화 인프라가 척박했고 다른 사람들과 조금만 달라도 살인자 취급 당하면서 손가락질을 받아야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사정은 조금 나아졌다. 경북콘텐츠코리아랩의 사업들은 경북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문화이자 색다른 체험처럼 다가온다. 전에 없었고 몇 년후에도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이러한 사업들과 강의가 대폭 늘어나길 기대한다.

젊은이들의 불평불만을 노력으로만 치부하는건 다소 성급한 일이지만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강의들이 주기적으로 열리는데 찾아갈 노력도 안하면서 취업이 안된다느니 창업할 아이템이 없다느니 하는 소리를 듣는것 역시 곤욕이다. 불후의 명강 같은 강의는 한 번 들어보면 참 많은걸 배울 수 있고 깨닫게된다. 나 역시 출석율 100%는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찾아가서 뭐라도 하나 배우고자한다. 채 2시간이 안되는 강연이지만 메모할 것들은 천지고 몸소 느끼고 이해하게된다. 조금만 관심을 둔다면 무엇보다 재미있다. 이때의 2시간은 잠자거나 술을 먹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심지어 책을 읽는 2시간보다도 가치있다. 그래서 나는 강력추천하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하는 편이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땅을 치며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이다.

경북콘텐츠코리아랩 불후의명강 12강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연출한 진모영 감독이 무대에 올랐다. 깔끔한 슬라이드는 기존과 비교되며 인상적이었고 특히 교보재로 영화 예고편 등의 동영상을 활용하는 모습은 감명깊었다. 사실 이러한 시스템보다도 그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처음 강의장에 들어섰을 때 생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선 크게 놀랐다. 다큐멘터리와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반증일 것이다. 금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임에도 자리를 뜨는 사람없이 모두들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에는 카메라가 보급되었고 스마트폰 카메라도 봐줄만하기에 자신이 직접 작은 영화 하나를 찍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관심이 이 강의를 찾게만든 요인이었으리라. 안동에도 영화 관련 직종이나 영상물에 대해 관심있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막상 강의장에서는 중년층이 대다수라 나를 다시 한 번 놀라게했다.


관객수 300만에 가까운 워낭소리는 다큐멘터리 영화계의 풍운아였다.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나 역시 재미있게 본 묵직한 감동으로 남은 영화다. 2012년 9월에 촬영을 시작하여 2013년 11월에 촬영이 종료되었다. 촬영본 400시간, 제작비 0원에 빛나는 영화인데 이 영화로 진모영 감독은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사실 돈보다 더 중요한건 우리내 일상을 담은 이러한 다큐 영화가 극장에 내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점이다.

이번 불후의 명강은 특히 만족스러웠다. 감독은 덥수룩한 인상을 가진 외모와 달리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비단 영화계 뿐만 아니라 창의성이 강조되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인사이트일 것이다.


강의를 들은 사람들 중에서 몇 년 후, 십 수년 후에 뛰어난 영화감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곧 진모영 키드가 멋진 영화로 우리를 찾아오길 기대한다.


다음 불후의 명강은 화요일에 예정되어 있다. 다음 강의 역시 기다려진다. 요즘 불후의 명강을 찾아들으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가 참 좋다. 다른 젊은이들이 아무리 안 찾아듣는다해도 나는 찾아들으면서 그들과는 다른 길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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