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안동 봉정사의 늦가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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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11. 20.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안동 봉정사의 늦가을 풍경
늦가을을 맞아 머리도 복잡하고 바람도 쐴겸해서 가볍게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봉정사로 향했다. 가는 길은 원래 안동시외버스터미널 쪽으로 이동하는 옛날 길로 가려고 했었는데 내비게이션에서 영주 통로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알려줘서 그쪽으로 갔더니 훨씬 괜찮았다. 다만 가는 길에서 느끼는 풍경은 좀 아쉬워서 되돌아올 땐 옛날 길로 되돌아왔다.
봉정사에는 추억이 많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떻게하다보니 팔자에도 없는 등산부에 들어가서 토요일마다 등산을 갔는데, 보통 장소가 봉정사 천등산이었다. 지금은 봉정사 뒷쪽 산책로로 표기돼지만 당시에는 그냥 아무렇게나 막 올라가는 그런 등산로였는데 나중에는 지름길도 알고 중간에 빠져서 놀다가 나중에 합류하고 오만가지 일이 있었다. 이때만해도 버스를 타고 봉정사에 갔었고 집에 갈 때도 버스였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어느 날씨좋은 가을날에는 등산부에서 등산을 끝마치고 근처 친구네 집에서 준 마 요구르트를 먹었다가 알러지가 올라서 얼굴부터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식도가 붓다 못해 말도 못할 지경에 이르른 다음에 병원에 간 적도 있다. 재미있는 추억이다.
봉정사는 무작정 갔다. 단풍나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고 아침 일찍 안개가 자욱할 때 출발해서 오전의 날씨를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안개가 잔뜩이었으므로 오후 정도에는 맑은 날을 예상해봄직했지만, 감히 누가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단말인가? 뭔가를 얻으려면 그만한 리스크를 감수하는게 당연지사. 만약 날씨가 안좋거나 단풍이 하나도 없었더라도 봉정사에서 시간을 보내는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스러운건 정말 운좋게도 날씨가 매우 맑았고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 무엇보다 단풍이 살짝 떨어진 끝물에 겨우 턱걸이해서 멋진 사진도 건졌다. 그러나 도착하기 전까진 어떻게돼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일단은 가보는 것이다. 종종 실패를 하지만, 종종 성공하기도해서 이것이야말로 출사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2017년 11월 7일 화요일 촬영. 이 날 사진 찍은 다음 며칠 뒤에 정말 심한 바람이 오래도록 불었기 때문에 주말 직전에 단풍잎이 모두 떨어져버렸다고한다. 제보에 의하면 단풍나무가 마치 생선가시 같았다고… 뼈만 앙상해져버렸다. 나는 운좋게 다 떨어지기전에 다녀온 셈이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는 오르막. 입장료를 내야한다. 봉정사는 안동시민에게도 할인을 제공하지 않는다. 푸르른 숲이 추워지는 계절을 아쉬워하는 듯하다.
봉정사 입구. 이 곳의 풍경이 그야말로 예술이다.
봉정사에서 가장 풍경이 예쁜 장소. 영산암 옆 계단. 이 곳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어릴땐 이 계단에서 사진도 많이 찍었었다.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되어 혼자와서 카메라로 풍경을 담고있다.
봉정사의 외로워 보이는 은행나무. 자신의 외로움을 감추고싶기라도 한 듯 마음껏 색을 내고 있다.
대웅전 앞에도 조금 꾸며져 있다. 나는 봉정사 고유의 풍경이 더 좋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최대한 봉정사 고유의 것을 해치지 않으면서 꽃들로 꾸며둬서 보는 맛은 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봉정사는 매우 고요했다.
400년 넘은 노거수. 나무가 너무 오래되고 커서 오히려 품위가 없어지려고한다. 위치가 썩 좋지가 못하다. 이녀석도 광흥사처럼 단독으로 어딘가에 있었다면 큰 인기를 끌었을텐데.
봉정사 건축물들의 지붕과 단풍. 그리고 산맥. 울퉁불퉁하지 않고 평탄한 산맥을 보여주고 있다.
영산암 위에서 바라본 봉정사 쪽. 이 시선은 나도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포인트인데 상당히 괜찮다. 위에서 바라보면 끝쪽에 구부러진 곳으로 시선이 움직인다.
명옥대. 퇴계이황과 관련있는 곳이다. 경북에는 곳곳에 퇴계이황과 관련된 장소가 많은데 과거에 퇴계이황 선생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감히 짐작할 수 조차 없게한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일생동안 그렇게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을까?
봉정사 입구쪽에 있는 국화. 봉정사 근처는 국화가 유명하다. 국화축제도 하고 그런다.
국화 향이 좋았다. 봉정사의 늦가을은 성공적이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바람에 밥도 못먹고 배고프고 추웠지만 사진을 잘 찍었으니 만족스러운 하루가 됐다. 힐링하고 여유롭게 생각도 정리할 목적으로 갔다가 사진만 잔뜩 찍고 온 것 같아 뭔가 아쉽긴하다. 어쨌거나 사진도 중요하긴하니까.
이번에 봉정사를 이리저리 혼자 거닐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건 이거다. 보통 사람들은 뭔가가 잘 안풀리거나 잘못되면 남 탓을 하는 경향이 있고 물론 나도 그렇다. 예를들어 돈이 만족스럽게 안벌리면 시스템이나 구조를 탓하는 식이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사실은 내가 더 열심히하면 될 일이다. 남 탓하고 있을 시간에 내가 더 열심히하고 내가 더 노력하는게 원하는걸 얻는 방법이지 않는가.란 생각을 간직하며 봉정사를 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