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번째 글, 치열한 하루와 큰 꿈
- 일기
- 2018. 7. 20.
3,800번째 글, 치열한 하루와 큰 꿈
깜빡하고 넘어가는 바람에 이 글은 3806번째다. 그런데 이제 글 번호를 카운트하는게 의미가 있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냥 기념삼아 썼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념조차 사치로 느껴진다. 나는 여전히 여유없는 속물인 것일까?
예전에 자기계발서에서는 매번 나오는 이야기가 큰 꿈을 가져라였던 기억이 난다. 장기적인 목표, 큰 꿈, 하드골, 상상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do dream, 크리티컬매스, 그외 기타 등등 용어는 조금씩 달랐어도 내용은 똑같았다. 큰 꿈을 가져라. 예전에는 이런 책들을 많이 읽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동화되어서 나도 큰 꿈을 가지고 살았었던 것 같다. 큰 꿈을 가지는 것. 중요하고 또 좋다고 본다. 실제로 내가 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책을 쓸 수 있다고 믿었던 까닭이다.
세월이 흘러서 좀 살다보니까 큰 꿈 가져라는게 반쪽짜리 조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야 어찌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동기를 부여하고 열정과 용기를 북돋워주는 그러한 글들은 때때로 유익하지만, 거기에만 매달린다고해서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큰 꿈에 집착하는 것 같다. 마치 누구나 큰 꿈이 있어야하고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장기적인 목표를 말할 수 있어야한다는 식이다.
그래서 최종적인 목표가 뭐에요?
나중에 뭐가 어떻게 되고싶은거죠?
이런 질문은 매우 흔하고 여기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면 큰 꿈도 없는 미련한 인간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주변에서는 자신이 이야기했었던 ‘큰 꿈'을 이룬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아마 사회전체로 확대해도 소수일 것이다. 정말 원하는걸 성취하는 사람들은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이야기 따위를 할 시간에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말로만 '큰 꿈'이란걸 떠들어대봤자 잠깐의 자기만족과 다른이들로 하여금 거품같은 박수를 3초정도 받는것에 지나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백날 동기부여 영상 찾아보고 성공스토리에 감명을 받더라도 자고 일어나면 현실은 똑같다.
진실은 차갑고 날카로운 법이다. 쉽고, 따뜻하고, 포근한 것에는 항상 함정이 있는 법이다. 가령, '열심히 살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가진 책이 있다고 해보자. 그 책을 쓴 작가는 누구보다 열심히 그 책을 쓴게 확실하다. 책이란건 열심히 쓰지 않으면 애초에 나오기가 불가능하니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잡초의 뿌리를 뽑고싶은 것이지 잠깐 내 눈앞에서 가려지는걸 원하진 않는다. 원인을 해결하는게 내가 목표로하는 일이다. 마음을 위로해주는 힐링테라피 서적을 읽어봐도 잡초는 제거되지 않는다. 나에게 힐링은 맛있는 음식, 친구들과의 또는 혼자 떠나는 가벼운 여행, 청중들을 상대로한 강의 무대, 새로운 지식을 얻었을 때의 기쁨, 입금 문자, 내가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내가 만든 음악, 즐거운 술자리 등이다. 이건 전부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나는 돈을 벌어야하는 입장이다. 나에게 업무적인 잡초는 써야할 기사들, 마감이 코 앞으로 다가온 원고, 일정 압박에 시달리는 제작해야할 콘텐츠들, 블로그에 글쓰기 등이다. 항상 어렵고 귀찮고 지겹지만, 이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맛'도 아주 좋다. 인생이 의미있는 이유는 살아갈 날이 한정적이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로, 참았던 잠을 짧게 잘 때 더욱 달콤해지는 이유와 똑같이, 부족한 실력과 장비와 열악한 환경을 뛰어넘어야하는 까닭처럼 제약조건은 때때로 수준 높은 창의력을 강요하는 한편으로 큰 성취감과 보상까지 담보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장기적인 목표라던가 큰 꿈같은것들 보다는 바로 지금 이 시간, 하루의 소중함을 많이 느낀다. 시간은 화살같고 해야할 일은 산더미에 매일이 스트레스이고 해결해야할 문제들 투성이지만, 치열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소중한지 알게되는 것 같다. 하루가 모여서 한달이 되고 한달이 모여서 일년이 된다는 뻔한 소리를 하고싶은건 아니다. 꾸준함의 미덕에 대해서, 꾸준함을 존경하는 마음같은걸 느낀다.
공부가 끝이 없다는 사실에서 허무함과 무기력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모험적이고 발전적인 생각도 든다. 사람은 언제 정신적으로 죽는 것일까? 안주하고 정체되면 그거야말로 끝이다. 발전을 위한 원동력은 바로 지금이지 큰 꿈은 아니다. 하루에는 거북이 걸음이더라도 아주 조금이나마 발전할 수 있다. 큰 꿈보다 치열한 하루가 더 소중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