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을 버는 이유
- 칼럼 에세이
- 2020. 6. 12.
내가 돈을 버는 이유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이 두 가지는 서로 분리된게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것 같다.
내가 돈을 버는 이유 중 가장 큰 첫번째 이유는,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돈이 쪼들리는 상황에서는 하기 싫은 일을 마다하기가 매우 어렵다. 직감적으로 내면에서 ‘이건 안돼!'라고 소리치는 어떤 일도, 돈이 궁한 상태에서는 거절하기 힘들다. 물론 그런 일들 중 일부는 새로운 도전과 모험이 되고 색다른 경험을 쌓을 기회가 되기도 하겠지만, 직감이 거부하는 일들은 대체로 스트레스가 심하고 돈은 적고 일은 많고,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정중하게 NO라고 이야기하면서 거절할 수 있으려면, 우선 자기 자신이 경제적으로 어느정도는 안정적이어야만 한다. 불안정한 생활 상태에서는 이런저런걸 따질 계재가 되지 못한다. 집에 쌀이 없는데 어떻게 일거리를 마다할 수 있겠나.
여기서 경제적인 안정은 엄청난 부를 쌓거나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칭송받는 그런 부를 뜻하진 않는다. 그냥 자기 자신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과 방이 있고 적당히 먹을 음식과 적당히 해야하는 일들이 있는 그런 상태다. 무리하지 않고도 당분간은 살 수 있는 그런 환경 말이다.
돈은 대부분의 것에 연결되어 있어서 돈과 무관한 뭔가를 찾는건 매우 어렵다. 여러분이 만약 돈에 너무 연연하지 않게 된다면, 돈이 되지 않는 일, 이를테면 취미나 어릴적 꿈 같은 것에 도전할 수 있고 색다른 경험과 인맥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작가이자 프리랜서이고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 오만 일감들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온다. 걔 중에는 꽤 괜찮은 제안도 있지만, 어떤 제안들은 진짜 말도 안되는 금액으로 책정된 일거리도 있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거나 쉬는게 차라리 낫겠다 싶은 그런 일들 말이다. 그런데도 돈이 궁할 땐 그런 일을 억지로 해야만 하고, 이것은 내 시간을 푼돈에 바꾸면서 스트레스와 나쁜 기억만 남기는 상황이 도래하게 만든다. 더불어 이런 일들에 시간을 많이 뺏기게 되면, 더 큰 그림을 못그리게 되어서 계속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내가 돈을 버는 두번째 이유는 사고 싶은걸 사기 위해서다. 예를들어 먹고 싶은 음식을 사고 식당을 예약하고 자동차 연료를 주유하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꺼내 먹으려면 일단 돈이 있어야만 한다. 정말로 사고 싶은걸 사지 못할 때의 고통은 꽤 큰 편이다. 기회비용이라는게 있기 때문이다.
지갑에서 인품이 나온다는 옛 말이 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맞는말 같다. 돈이 없는 상황에서는 남들에게 뭔가를 자꾸 바라게 되고, 내심 기대하게 되며 그 기대가 깨졌을 때의 실망도 함께 다가온다. 그러나 어느정도 여유가 있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하는게 많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이 배풀려고 하게 되고, 베풀어준다면 그만한 혜택을 되돌려 받게 되면서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화려한 부가 아니어도 경제적으로 나름대로 안정적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괜찮은 조건이다. 돈에 급급해 여기저기 불안하게 뛰어다니는 사람을 신뢰할 위인은 없다. 여러분이 작은 돈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상대방은 당신을 좋은 인품으로 평가할 것이고 그런 인품이야말로 돈과 직결될 수 있다.
나는 가난이 무척이나 싫었고 지금도 부자가 아니지만, 싫어하는 일을 거절할 정도는 됐다.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곳에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다는건 아주 큰 행복이다.
무일푼으로 시작한다면, 처음에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한다. 투자에서는 시드머니라고 부르지만, 어쨌거나 처음에는 뭐라도해서 일단은 돈을 좀 벌어야한다. 그리고 그 돈을 어떤식으로 재투자해서 성장시키는지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이 바뀐다. 어떤이는 주식 투자에 손을 뻗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 돈으로 책을 열심히 읽어서 작가가 될 수도 있으며, 어떤 사람은 그 돈으로 PC를 사서 영상 편집자의 꿈에 한발짝 다가가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나는 과거에 블로그 기자단을 오래도록 했었는데, 여행과 글쓰기를 좋아해서 한 것도 있지만, 돈을 벌려고 했던 마음도 있었다. 돈을 벌어야했으므로 나는 열심히 했다. 그런데 기자단에서 활동하는 분들 중에서 돈 때문에 하는건 아니라서요
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그 일을 끝까지 완수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한가지 재미있는점은, 하기 싫은 일을 거절하고 하지 않게 되면, 더 훌륭하고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시간이 좀 필요하지만, 예를들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대신 남는 시간에 책을 쓰면 전문가 타이틀이 붙고,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로 돈을 벌면, 처음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서 벌 수 있었던 돈보다 더 큰 돈을 더 오래도록 벌 수 있게 된다. 이게 정말로 재미있고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왜냐하면, 내가 가난할 땐 이런 사실을 몰랐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땐 무작정 열심히만 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실제로 해야할건 똑똑하게 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