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4년동안 납입한 보험을 해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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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4년동안 납입한 보험을 해지한 이유

이번에 해지한 보험은 내가 20대 초반에 가입한 보험으로 보험료도 매우 싸서 부담없이 유지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었다. 과거에는 꽤 괜찮은 보험 상품들이 많았던 듯 하다. 당시에 가입할 땐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어리버리할 때 할머님의 권유로 가입한 보험이긴 한데 솔직히 나도, 가입을 권유한 친척들과 할머니도 이 보험 자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건 아니었다.

보험에 가입한 이유

약관을 살펴볼 생각조차 못했던 당시에는, 보험료가 저렴하다점, 20년 동안 납입 후 8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는점, 80세까지 살아있을 경우 보험료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점,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는점 등을 이유로 가입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주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은 흐릿하다.

1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그저 습관처럼 보험료를 계속 납입해왔다. 보험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보험이 어떤 혜택이 있는지도 모른채, 그저 막연하게 '나는 보험이 있으니까 든든해'라고만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해당 보험의 약관을 살펴보면, 20년동안 보험료를 납입하고, 그 이후부터 80세까지는 보험금을 거치한 상태로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더불어 80세에 완전 만기가 될 경우, 지금까지 납입한 보험료 전액을 환급받는 만기환급형 보험상품이었다. 단순히 이렇게만 보면 부담도 없고 나쁘지 않은 보험상품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보험료를 마치 저축하듯이 운용할 수 있다고 생각되어 진다.


보험을 해지한 이유

이번에 14년동안 부은 보험을 해지하기까지는 약간의 고민하는 시간이 들었지만, 확실하게 해지하는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해당 돈을 보험에 넣는게 아니라 생활비로 쓰거나 다른 투자 상품, 이를테면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는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훨씬 수익률이 높으며 동시에 물가상승률에 따른 현금 손해분을 헷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어릴땐, 금융 자체를 아예 몰랐고 이런식으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막연하게 살았다.

작년에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현금이 급하게 필요했던적이 있었다. 그래서 당시에 보험금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보험담보대출을 알아보았었다. 당시에 알아본 보험 대출은 당연히 보험금 100%까지 대출을 받지 못했고, 일부만 대출 받을 수 있었으며 그냥 대출이 되는것도 아니고 이율이 무려 5.75%라고 안내받았다.

보험을 처음 가입할 땐 보험금을 중도 인출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실 그건 중도 인출이 아니고 보험금을 담보로 하는 보험 대출이었고, 이율도 꽤 높은 편이었던 것이었다. 처음엔 그런걸 잘 몰라서 그냥 언젠가 돈이 급하게 필요해지면, 대충 인출해서 쓰면 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었다.

초저금리 시대에 6%에 가까운 이자를 내면서 대출을 받기는 너무 꺼려져서 당시에 보험 대출은 진행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때라도 해지를 했었다면 지금 해지하는것보다 좀 더 이익을 봤을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후회는 이미 늦었다.

20년동안 보험금을 납입한 다음 80세까지 유지하는 거치 방식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내 돈은 손해를 본다. 보험금의 100%를 만기때 환급해주지만, 그건 80세에 살아있을 때 이야기다. 설령 살아있다고 해도, 그 돈을 지금부터 계산해도 약 45년 이상 묶여있어야 하며, 이건 결국엔 45년동안 내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꼴이 된다.

이 모든걸 다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현금가치 하락에 따른 구매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45년 뒤에 만기가 되어 돈을 환급받을 시기에 내 돈은 절반 이상 쪼그라 들어있을게 뻔하다. 물가상승률 4%를 잡으면, 내 돈은 45년 뒤에는 20% 정도로 줄어들어 화폐가치가 절반 이상 사라지게 된다. (참고로 최근 12년간 평균 물가 상승률은 4.8%다). 구매력이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에 차라리 그 돈을 안정적이면서도 구매가치하락을 헷지 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보험 해지 대신 보험금 대출을 받으면?

보험금을 담보로 하는 대출은, 채권자 입장에선 굉장히 훌륭한 비즈니스 방식이다. 내가 낸 돈이 보험료로 묶여 있으니까 내 돈은 무이자로 빌려주는 셈인데, 내가 맡긴 돈을 내가 쓰려고 하면 거기에 이자를 추가로 내야한다는 이야기가 되니깐 말이다.

물론 보험을 유지하는 기간동안에는 약관에서 정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실 내가 가입한 보험은 자잘한 병은 혜택이 없고 아주 큰 병, 이를테면 심근경색이나 암처럼 치명적인 병에 걸리거나 다리가 잘리거나 손가락이 절단되는 등의 큰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이런 일이 생길 일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고, 혹여나 이런 사고가 난다고 하더라도 하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을 팔아서 대체하는게 더 유리하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보험 회사는 절대로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을거라는 전제하에 생각해야한다.


보험 해지 후

이번에 보험을 해지하고 나서는 배당금을 포함해 납입한 금액의 약 81%를 환급받았다. 배당금을 빼면, 79.4%를 환급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수익률 자체는 마이너스 19%이다.

약 14년동안 장기투자했는데 수익률이 마이너스 19%인건 확실히 손해이긴 하다. 단순히 -19% 자체에서의 손해도 있지만, 이 기간동안 해당 금액으로 돈이 묶여 있어서 다른 곳에 투자를 못했었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기회비용 손해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기회비용을 살리기 위해 보험을 해지하고 해당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하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 15년을 꽉 채운 뒤에 해지했다면, 약관상 환급 퍼센트는 90% 정도이고 20년 만기를 꽉 채우면 100%이지만, 그 사이에 기회비용 손해분 + 보험료 납입금을 얼추 따져 계산해보니까 물가상승률 + 자산상승률보다 수익률이 낮을 것 같아서 바로 당장 해지 해약해서 환급하게 되었다.

보험이 있다가 없으니까 뭔가 좀 허전하기도 하고 미래가 불안하기도 한 느낌이 있지만, 결국엔 보험도 어쨌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돈이 필요해서 가입하는 것이므로, 환금성이 괜찮은 상품을 가지고 있는걸로 만족하는게 나을 것 같다. 속은 시원한 한편으로 좀 섭섭하기도 하다.

보험 해지 자체는 금방 진행되었다. 직접 방문해서 신분증을 제출하고 몇 가지 서류에 싸인을 하고 나서 조금 기다리니 바로 해지가 되었고, 환급금은 그 자리에서 바로 입금되었다.

이제 이 돈을 어떻게 굴릴지를 연구해야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어릴 때 부터 차라리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었다면 훨씬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집 어르신은 나에게 보험을 추가로 더 가입하라고 난리다. 나는 더 가난해지기 싫어서 보험을 해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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