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78) 월든 - 가장 인간다운 삶을 기록한 호숫가의 현대고전
- 책 도서/독서 기록
- 2011. 10. 17.
대표적으로 법정스님, 여행가 한비야 등의 익숙한 이름들이 <월든>을 추천하고있다.
<월든> 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자신의 직접적인 도전을 통해 깨달은 삶에 대한 통찰을 자연과 빗대어 섬세하게 묘사하며 이야기한다.
19세기에 출판된 내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현대에 잘 들어맞는 내용들이다.
실제로 출판당시에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1세기에 들어 진가를 발휘하는 책이다. 그만큼 시대를 내다보는 통찰이 있는 내용들이며, 최근들어 관심이 증폭된 '환경운동'에 대한 시초라고 불리기도 한다.
오랜 세월을 거쳐 전해지는 책인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현대고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책이다.
사실, 인문고전이든 현대고전이든 문학고전이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전'이라고 하는 책들은 1~2번 읽고 그 내용을 판단한다는게 무척이나 어렵다. 왜냐하면 당시와 현재의 시대적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있지만, 대부분의 고전들은 엄청난 내용을 집약한 상태에서 책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전은 독자의 통찰력과 지식, 지혜의 수준에 따라 이해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월든> 또한 다르지않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것도 어려운 일인데, 서평을 적는다니!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의 노력이 무색해질 정도로 서평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멤돌지만, 적어도 서평을 적는 과정에서 책의 내용을 곱씹어보고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는점은 의미가 있을것 같다.
<월든>은 저자인 소로우가 현대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인 월든 호숫가에서 홀로살며 보낸 시간들을 써내려간 기록이다. 책 내용으로 유추해보건대 당시 월든 호숫가는 정말 자연 그대로의 보존상태였던것 같다. 보이는것이라고는 숲과 호수, 하늘과 땅, 동물과 식물들 뿐이었다고 한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문명을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것은 진정으로 정상이고 아름다운 일이지만, 당시에도… 지금에도 소로우는 '미쳤다'는 소리 좀 들었으리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명이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벗어던지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그는 용기있는 사람이다.
소로우는 자연으로 돌아가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전하고있다. 밭을 일구고 통나무로 집을 지어 살며 고기를 잡고 끼니를 자급자족했다. 비록 땀방울흘려 일하면서 몸은 조금 고단했을것이고 또한 좋은 차, 좋은 집, 옷, 음식 등 인간들의 욕심으로 일구어진 상아탑에서 벗어났으니 불편한점이 없었다면 거짓일터다.
그러나 자연으로 돌아간 소로우가 전해주는 <월든>에서의 이야기는 기계문명의 피폐함과 건조함, 모순, 의심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꿰뚫어보고 후세에 전해준다.
책을 쓰기 위함이었는지, 아니면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저자인 소로우는 자신의 인생을 실험대에 올려두고 독자들을 <월든> 호숫가로 초대한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여유, 홀가분한 기분, 도전정신, 간소한 삶에 대한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눈과 생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생활적 편안함을 비롯한 문명과 맞바꾼 자연에서의 생활은 그를 놀라운 경지로 이끌어주었다. 남들과 다르게 산다는것이 어떤것인지,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은 왜 필요한것인지, 없으면 마치 죽어버릴것만 같은 문명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들에게 고귀하게 전해준다. 또한 자연과 환경이 왜 중요한지, 그것들이 주는 안락함은 어느정도의 레벨인지도 맛볼 수 있다.
저자가 책을 통해 노래하는 동물 식물 호수 하늘에 대한 생생한 표현과 아름다운 정경은 누구나 바래보는 유토피아처럼 느껴졌다.
100년도 더 넘게 지난 책이 왜 지금에서야 사람들의 정곡을 찌르는것일까?
사람과 자연의 공생관계, 문명의 발전을 통해 역효과가 나타나는 자연환경,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의 최종적인 고민, 아이들의 교육문제, 인생에 대한 철학과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 등. 편안한 호숫가 흔들의자처럼 <월든>에 녹아있는 내용들이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갈망하는것 때문은 아닐까.
나 역시도 소로우처럼 문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에게 자양분을 주고싶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이 탐욕스럽고 허황되며 염치없는 21세기에서, 문명에 찌들어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살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성을 쌓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것이 아주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보면 <월든>은 그냥 단순한 일기이며 소소한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진 자연환경에 대한 묘사는 거창하지 않고 소박하다.
천하태평한 삶을 일군 그는 돈으로는 절대로 살 수 없는 지혜를 자연에서 얻은것 같다.
<월든>은 좋은책이라는 표현보다는 마치 나무같은 책이라고 부르고싶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는 점이 나무와 닮았다.
그러고보니 책의 표지도 나무스러운 느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