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나 짧은 글 단 한편으로 나의 감성을 사로잡은 이가 있다.
가난뱅이들의 영웅 마쓰모토 하지메다.
일본인 저자인 그는 재치있고 유쾌한 필력으로 기존의 것과는 차별화를 두었는데,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깊이가 느껴져서 참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악마의 유혹에 범지구적으로 매료되어있다.
행복하려면 돈이 있어야 된다는것을 의심하는이는 없다.
자본주의에서 생활 필수적인 돈은 꼭 필요하다는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진짜 가난뱅이는 과연 누구인가?
통장잔고로 부자와 빈자를 양극화하는게 과연 합당한가?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유머스러운 답변으로 이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가난뱅이의 역습>은 가난뱅이 선동가 마쓰모토 하지메가 알려주는 돈 없이도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메뉴얼이다.
이 세상을 공짜로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들은 스트레스를 동반한 하기싫은 일 따윈 안해도 된다.
매우 찌질하지만 아주 재미있어보이는 방법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짧은글은 곱씹어 볼만하다.
정사원으로 일하면서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집도 사고 해서 이제는 ‘우등반’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자네! 우쭐거릴 일이 아닐세! 안된 얘기지만, 자네도 이미 각 잡힌 가난뱅이란 말씀이야. 진짜 ‘우등반’이란 말이지, 잠깐 일을 쉬거나 몇 년쯤 아무것도 안 해도 저절로 돈이 굴러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놈들이라구. …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져버리는 자전거 같은 우리 인생은 자타 공인 가난뱅이란 말씀. 모범수냐 문제아냐 그런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은 강제노동 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거야. 흐음, 이거 그렇다면 탈출해야 하는 거 아냐?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억지로 일하는 우리들은
마쓰모토 하지메가 이야기하는 "강제노동 수용소"에 갇힌건 아닐까.
마쓰모토 하지메는 참 웃기다.
생각지도 못한 유쾌한 반란을 일으킨 그의 이야기는 답답한 속을 쓸어내린다.
여러가지 작전과 엄청난 계획으로 사회풍자는 물론이고, 우리들에게 압박을 감행하는 많은것들에 대해 저항한다.
어떻게보면 너무 뻔뻔스럽게 보여서 이상한 기분까지 들지만, 생각해보면 그의 논리는 일련 합당하다.
예를들면, 자동차는 개인 소유가 아니라 공유재산이라는 생각을 가지고있다.
따라서 공유재산이므로 우리들은 얼마든지 얻어탈 권리가 있다는 것.
빈자리가 있는 자동차를 얻어탄다면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텐데,
이때 필요한 것은 마쓰모토 하지메처럼 얼굴의 철편피만 있으면 된다!!
선거철만 되면 목 좋은 교차로 따위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시끄럽게 연설이 이어진다.
때로는 너무 시끄럽고 방해가되어 눈살이 지푸려질 때도 있다.
아무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도 서로 서로 경쟁하며 떠들어댄다.
만약, 우리가 개인용달에 올라탄 뒤 교차로에서 시끄럽게 떠든다면 경찰 출동이리라.
엉뚱함의 대명사인 저자가 가만히 있을리 없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데도 역 앞이나 네거리, 백화점 앞 같은 길목 좋은 곳에서 연설을 한다. 혼자 신이 나서 떠들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선거용 차도 역 앞 교차로에 늘 정차하고 있다. 이보시오, 데모할 때는 이러니저러니 간섭을 해대더니, 어째서 선거할 때는 찍 소리가 없는 거요? 우리도 길목 좋은 데서 데모 좀 해봅시다. 기가 막혀…. 부러워 침이 다 나오네! 빌어먹을! 잠깐만!? 그럴 게 아니라 입후보해서 직접 해보면 될 것 아냐? 어라, 뭐라고라고라?
목 좋은곳에서 데모하기 위해 선거에 입후보를 한다.
으아~ 생각만해도 짜릿한 경험이리라.
반란이 무조건적으로 나쁜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방향으로서의 반란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한국 학생들의 현실태는 참혹한데, 그들은 착하고 얌전하고 공부를 열심히해서 두뇌는 명석하다. 그러나 세상물정은 하나도 모르고, 심지어 자신이 원하는것도 모른다. 학생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크게 다르진 않은것 같다.
우리 머리에는 하고싶은 일만 하면서 살다가는 굶어 죽는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다.
우리들은 자신이 원하는것 보다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가지려한다.
전혀 필요하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홈쇼핑이나 쇼핑몰에서 신용카드를 들이민다.
달력에는 크리스마스니 무슨무슨데이니 하며 온통 지갑 털릴 날들만 가득하다.
연봉 때문에 가기싫은 직장에 족쇄 메이듯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도
도대체 자신이 잘하고있는것인지 왜 이렇게 세상이 재미없는지,
학교는 왜이렇게 심심하고 공부는 왜 이렇게 지루한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소수다.
이제 자신을 위해 내면의 반란을 일으켜보는건 어떨까.
뛰어놀 운동장과 놀이터를 없애고 그 자리에 스타벅스 따위가 들어선다.
막걸리 집이 사라지고 최고급 호화 맥주집들이 들어선다.
3개월만에 성냥갑 아파트가 쿵쾅거리며 대량으로 만들어진다.
번화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집들이 남아도는데도
아파트값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다!
포장마차에서 간단하게 우동에 소주 한잔 하고싶어도 엄청 멀리 나가야한다!!! 술값보다 차비가 더 든다.
이게 과연 제대로 굴러가는 세상일까.
의구심이 든다.
세상은 부자되는 방법을 알려준다며 이것저것 들먹인다.
부자되는 법류의 책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정도로 흔하다.
통장잔고를 공개해야만 결혼할 수 있는 지긋지긋한 세상에 살고있다.
시간은 흘렀는데 기억은 고정되어버린듯한 이상한 세상이다.
1년동안 아무런 사건, 사고,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일기장을 들추어보거나 어색한 표정으로 V자를 그린 단체사진을 봐야 겨우겨우 기억날 정도랄까.
인생이 단 한번 뿐이라는것은 누구나 잘 알고있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것은 삼척동자도 알고있다.
동네에서 수박 서리했던 기억은 평생가지만,
편안하게 앉아서 택배로 수박받아먹는 기억은 금새 사라진다.
더 늦기 전에 무언가 즐거운 반란과 재미있는 사고를 쳐봐야하진 않을까.
자본주의 노예라는 벗어날 수 없는 사각틀에서 저자인 마쓰모토 하지메는 정면으로 그것을 거부한다.
세상은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크게 신경쓰지 않은것처럼 보인다.
우리들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에 살고있는 듯한 그가 진정으로 부러워진다.
1년이 마무리되는 연말.
<가난뱅이의 역습> 에 나오는 유쾌한 반란과 돈 없이도 재미있게 살아가는 메뉴얼을 간접경험 해보는것은 작지만 유머스러운 반란이다.
가난뱅이의 역습 -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김경원 옮김, 최규석 삽화/이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