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기록] 가부사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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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단어인 가부사끼는 주식(株式)을 뜻하는 일본말로, 무슨 일을 도모하여 든 비용을 여럿이 추렴할 때 쓰던 말로 알려져있다. 우리말에서 일어의 잔재가 남아있던 40~60년대 사이에 주로 사용되던 단어다. 정확한 명칭은 <가부시끼>이지만 언어로 순화되면서 흔히 <가부사끼>로 발음된다.




40~60년대생의 어르신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으레 가부사끼라는 단어를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요즘말로 표현해보면 <공동출자> 혹은 <더치페이> 혹은 <1/n> 로 바꿀 수 있는데, 공동출자와 더치페이, 그리고 1/n과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더치페이는 자신이 먹거나 사용한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는것이고, 1/n은 전체값을 두당으로 나누어 공평하도록 내게하는것을 뜻한다. 반면 가부사끼는 전체값을 두당으로 나누되,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조금만 내고, 형편이 나은 사람은 더 많이 내는 형태를 뜻한다. 즉, 형편에 맞도록 내면 된다.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고, 그것이 당연한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눈치보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다.
<가부사끼>를 요즘말로 정확히 표현해본다면 아마 <형편성 공동 투자> 정도로 바꾸어 말할 수 있을것이다.

<가부사끼>를 사회적으로 해석해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위치를 볼 수 있다. 즉,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중간쯤에 포인트를 두고있기 때문이다. 만약 <형편성 공동 투자주의>라는게 있다면 어떨까? 책 값이 10,000원이라고 할 때, 부자인 사람은 20,000원을 줘야 살 수 있고, 가난한 사람은 5,000원만 주면 살 수 있게 되고,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가격의 상한액과 하한액이 결정될 것이다. 정규화된 수입이나 비정규화된 수입 모두를 수치화 시켜서 DB로 만들고 그것을 어떤 카드라든지 금융상품에 접목하여 차등지급할 수 있게 된다면,     인플레이션 뿐만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는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다.
반대로 <형편성 공동 투자주의>는 여러가지 단점들과 리스크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영리해서 가장 최적화된 시장가치, 그러니까 어느정도의 부를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적당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고, 적당한 시간동안 일을 할 수 있을것인가? 같은 위치를 쪽집개처럼 찾아낼것이다.

<가부사끼>는 아주 작은 규모나 아주 단 시간의 해결책에는 도움을 준다.
예를들어 회식을 한다고 했을 때, 모든 직원이 똑같은 돈을 낸다면 당연히 월급이 작은 부하직원들에게 손해이다. 또 상사직원이 무조건 사야한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럴 때 <형편성 공통 투자>를 시행한다면 아주 멋드러진 해결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반대로 <가부사끼>는 길거나 큰 규모, 장시간의 해결책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늘 날 40대 혹은 50대들도 <가부사끼>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레고리안력 기준으로 2025년이 되면, 대부분의 <가부사끼> 세대들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단어란 사용하지 않게되면 그 자리에서 증발해버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형편성 공동 투자>개념은 그 실체를 잃어버리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인심은 점점 더 팍팍하게 굴러가고, 다른 사람의 형편이 전혀 고려대상이 아닌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보다 더 심각한것은 우리들이 다른 사람의 형편 자체를 아예 모르고 지낸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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