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기록] 희소가치
- 칼럼 에세이
- 2013.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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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한 것이 희소한 세상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희소한 것을 갈구하고 또 그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희소한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희소한 것은 희소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드물게 존재하는 특성으로 인해 가치를 지니는 것인데, 희소한 것을 희소하지 않게 만드는 구조로 인해 희소가치가 없어지고 있다.
우리내 주변. 학교, 동아리, 직장, 회의 석상이나 포럼, 간담회 등 마주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에서 희소성을 강조한다. 오늘날에는 말하자면 Unique한 것이야말로 당신이 찾아야하는 유일한 항목이다. 더군다나 짧은 기간 안에, 더 빠르고 더 정확하며 더 상세하게 찾아야 한다. 희소한 것을 빠르게 찾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들은 그렇지 않다.
어린 시절, 그리고 기초적인 교육에서부터 주입된 희소성에 대한 잘못된 생각은 우리들을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남들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와 인식 또한 잘못된 희소성의 개념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A라는 사람이 매우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면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큰 틀에서 평범하게 살아간다. 이때 A와 다르다는 것은 평범하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A라는 사람들 그룹에서는 매우 희소하기 때문에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은 전혀 희소하지 않는데 특정한 누군가는 희소하기 때문에 그것을 진심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들은 희소성이 중요하다고 배운 뒤 희소한 것을 찾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게 되기 시작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가진 어떠한 능력이나 재능이 희소하지 않다면 쓸모없다'란 생각이 자리잡게 된다는데 있다. 하지만 희소한 것을 다루는 사람은 소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 그 자체를 제외하면)지금 당장은 희소하지 않다. 결국 사람들은 무기력증과 무능력증에 빠진다. 특별하지 않다면 아무것도, 그 무엇도 쓸모없다는 생각과 희소가치가 없다면 가치 자체가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나는 아무것도 잘하는게 없는데,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같은 생각들이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전문가, 프로페셔널의 시대이지만 아무것도 잘하는게 없다 하여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다. 60억 이상의 인구 중 사람 그 자체를 제외하면 희소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쩌면 이 세상에 희소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희소가치는 객체 그 자체가 희소한게 아니라 전혀 특별하지 않은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에서 탄생한다. 희소하지 않은 것을 희소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희소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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