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65)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 이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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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 이현세



자기계발서적이 범람하는 요즘에는 자기계발과 관련하여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자기계발류는 문화적, 사회적인 흐름을 주도하거나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만큼 자기계발 카테고리의 시장이 크고, 또 베스트셀러 중 몇개는 항상 자기계발서적이 차지하고 있다. 흐름에 의해 성격이 조금씩 변한다는 것은 그만큼 갱신이 빠름을 의미한다. 문학작품이나 위대한 소설작품처럼 오래도록 읽히고 개정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책이 나오고 그것이 얼마간 인기를 끌다가 또다른 책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마치 인스턴트를 보는 듯한데, 이것 역시 시대의 흐름이라는점에서 볼 때 왈가왈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자기계발서적 중에서도 소위 '청춘담론'이라고 불리는 2030 세대를 타겟으로 한 책들은 수많은 이슈거리를 낳곤한다. 자기계발 서적이 과거에는 주로 훈계, 스스로의 노력과 그 방법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자기계발 스타일이었다면, 근래에는 훈계에 지친 청춘들을 위해 '힐링', '위로', '치유'같은 자극적인 키워드를 앞세운 이른바 <힐링 서적>이 큰 인기를 끌었다. <힐링 서적>에서는 고전적인 자기계발 서적의 '훈계'를 따끔하게 꼬집었다. 거기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2030이 힘든 것은 스스로의 노력부족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복합적인 이유에 의거하기 때문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다" 라면서 "그럴바엔 차라리 위로를 받고 힐링을 통해서 마음의 치유를 얻는게 낫다"며 독자들에게 "너는 잘못된게 아니다. 세상은 너 혼자가 아니며, 너처럼 힘들어하는 사람 역시 많다. 인생은 길다. 그러니 힘내라" 등이 전반적인 메시지가 된다. <힐링 서적>이 잠깐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독특한 분야를 개척했지만 아무리 위로를 받고 힐링서적을 읽어도 2030을 힘들게하는 '근본적인 문제' 자체가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에, 그 효과가 잠깐으로 그치는데 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금의 자기계발서적 시장은 <전통적 자기계발 서적>과 <힐링 서적>이 공존하고 있는 형태를 띄고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과 <아마게돈> 등으로 독자들로하여금 노력, 열정, 끈기, 우정 등 다양한 것들을 전해주었던 만화가 이현세가 이번에는 자기계발서적 책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왔다. 이번 책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가 그것이다. 만화가 아닌 만화가의 책은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만화가에게 전문분야라 할 수만은 없는 자기계발류의 이야기는 어떤 메시지를 간직하고 있을까?


이현세 작가의 에세이집 인생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이 책은 이현세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이현세 작가에게는 만화가 아닌 첫 번째 책이 됬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만화가 1위로 오른바 있는 이현세 작가는 2030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또 그것을 왜 전문분야인 만화가 아니라 텍스트로 표현하려 했을까?

사실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를 만화로 표현하기에는 힘들다. 폭력, 전쟁, 전투, 도박 같은 노골적인 소재들은 만화로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이지만 일반적인 에세이나 잔잔한 내용의 스토리는 만화로 표현하기에 어렵다. 만화시장은 출판시장만큼이나 불황인데, 수많은 만화가들이 웹툰 작가로 전향하는 것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웹툰과 만화매니아들을 제외한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만화를 <구매>해서 보지 않는다(인기 일본 만화 등은 제외). 어린시절에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주기에 훌륭한 역할을 했던 만화를 이제는 아이들조차 보지 않는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만화책을 보지말라한다. 그 시간에 톨스토이나 헤밍웨이, 생택쥐페리 같은 위대한 고전문학이나 국영수 책이나 참고서를 읽을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만화를 보지 않고, 보고 싶어도 못본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상상력과 창의력이 뛰어나길 기대한다. 한마디로 괴물이 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국영수도 잘하고 상상력과 창의력도 뛰어난 그런 괴물을 원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돈이 되고 산업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화계, 콘텐츠계에서도 상상력과 창의력을 강조하고, 정부나 교육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만화를 빼놓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란다니. 수 많은 영화와 드라마, 게임이 소설책이나 만화책을 기초로하여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이것만큼의 아이러니도 없을 것이다.


인생의 엔돌핀을 찾아서





그래서 이현세 작가는 이야기한다. 노는 것을 즐기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공부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는 사람들이 만드는 문화가 진짜 문화라고.

이현세 작가는 이번 <인생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의 홍보를 겸한 인터뷰 글(링크)에서 힐링에 대해 비판하며 5060세대의 완고함이 청춘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내용은 책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다.

만화가라는 독특한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이현세 저자가 이야기하는 독특함은, 대기업에 근무하고 박사학위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 '스펙은 필요없다'를 이야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현세 작가가 이야기하는 '나를 믿고 가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나를 믿는 것>. 그렇다. 나를 믿는 것이야말로 이현세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그리고 힐링이나 치유 따위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엔돌핀인 것이다.



무언가 다른 이야기들




필자는 1권의 자기계발서적, 소위 청춘담론의 저서를 가지고 있는 한 명의 저자이며 자기계발 서적의 열혈 독자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 서적을 비판하고 '그딴거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게 낫다'라고 한다. 그래도 필자는 자기계발 서적을 좋아하고, 매번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어도 그것을 쓴 사람이 다른 시각으로, 다른 경험으로 집필한 스토리를 읽으며 감동받고 에너지를 얻는다. 지금 한국에는 자기계발 서적들이 충분하다못해 넘쳐나고 있지만 실제로 자기계발 서적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심각해 보일 정도로 자기계발 서적이 많다.

자기계발 서적의 열혈 독자로서 이 책을 마주했다. 저자 특유의 재미있는 경험담과 에세이에서 전해져오는 일기성 글들이 반갑다. 자기계발이라는 항목 자체로만 보면, 사실상 다른 책과 크게 다른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자기계발 서적의 탈을 쓴 <만화가 이현세의 이야기>이며, 저자가 '나를 믿고'인생을 살았던 길의 이정표를 볼 수 있는 <지도>다.

본문에서는 총 9개의 전략을 소개한다. 그 전략 모두 나를 믿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단순히 이리저리 해라가 아니고 자신의 경험담을 적절히 녹여내어 쓴 에세이이기 때문에, 긴장하는 마음보다는 잔잔한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다.

이것은 자기의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 모두 '자기'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성취를 좇는 것 역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단지 그렇게 할 때, 그 사람보다 더 뛰어난 업적을 이루기가 힘들고, 자기계발 서적의 종류가 엄청 다양한 것처럼(자기계발 서적은 주로 성공한 사람들이 쓴다는 특성상), 성공에도 역시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어볼 수 있는 자기계발 서적은 여전히 인기를 끈다.

내용은 평범하게 생각되지만 실제로 읽어본 다음의 느낌은 기존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이현세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성공에 비춰진 노력에 감탄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독특한 분야를 개척했던 그의 전략이 좋아서인지는 독자의 판단에 좌우될 것이다.




이현세

작가소개

만든 작품마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우리나라 만화계의 거장입니다. 1983년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이현세 붐’을 일으켰고,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만화 한국사 바로 보기(전12권)》《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전15권)》등으로 어린이 학습 만화의 새 지평을 열어 가고 있습니다. 《지옥의 링》《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남벌》《아마게돈》《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천국의 신화》 등 다수의 대작을 그렸습니다. 2013년 현재는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책 밑줄긋기

“누구나 선택하는 길 위에선 결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원하는 것을 기어코 얻고 싶은가, 그렇다면 끝까지 나 자신을 믿고 싸워라!”


그 천재는 양손을 다 썼다. 양손을 쓰는 사람들 중에 그림은 왼손으로 글은 오른손으로 쓰는 이들이 많은데, 그 천재가 딱 그랬다. 그림 잘 그리는 것도 충격인데 양손을 사용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는 어마어마한 쇼크였다. 심지어 스토리까지 꾸며서 만화를 그릴 정도였으니, 한참 자만심으로 부풀어 있던 내 마음의 풍선이 뻥 터져버린 느낌이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물어보면 많은 이들의 대답이 거의 ‘직업’이다. 교사, 의사, 방송인, 운동선수 같은 것들은 특히 인기 직업으로 꼽힌다. 공부를 하고 실력을 쌓아 나가는 목적이 직업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대학교 광고에서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것도 취업률이다. 고등학교까지는 좋은 대학교 들어가는 게 목적이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이 목표가 된다. 원하는 직업을 가졌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기에서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무엇이 되겠다는 목적은 있지만 ‘어떤’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오줌을 갈기면서도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데, 소설이나 영화 같은 걸 보면 꼭 중요한 이야기는 다방이나 술집에서 분위기 잡고 하는 거지?”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 8점
이현세 지음/토네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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