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2] 나는 간사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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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사한 인간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인간은 참 간사하다. 간사한 존재다. 끝없는 욕심에 항상 후회를 하면서도 그 후회를 하기위해 다시 욕심을 부린다. 처음에는 호감있는 사람의 얼굴만 봐도 좋다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얼굴을 보게되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손이라도 잡고 싶어진다. 살짝 스치는 손을 지나 깍지를 끼고 양손을 포개어 서로의 체온을 나눈다. 손 이후에는 목덜미나 어깨동무나 포옹으로 이어졌다가 달콤한 입맞춤. 나중엔 온 몸의 체온을 공유할 잠자리까지 이어가려한다.

예전엔 100원만 있어도 좋았지만 지금은 엄청나게 많은 돈이 아닌 이상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면서도 누군가를 질투하고 시기한다. 행복하길 바라면서 상대방이 정말 행복해보일 땐 생각이 바뀐다. 간사함은 가슴 속에 잠들어 있는 붉은 눈을 가진 악마의 형상이다.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일지라도, 완벽하게 제어한다는 그 말에서조차 간사함은 묻어난다. 한 명의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간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 역시 상대방과 비슷한 수준의 간사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순백색의 마음을 가진 천사같은 사람은 인간의 간사함에 치를 떨며 자신도 간사함을 갖추던지, 간사함 대신 죽음을 택하던지 해야한다.

나는 간사한 인간이다. 타고난 운명탓에 사랑을 할 수도 없고, 사랑을 해서도 안된다. 사랑을 버티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사랑에 접근하려는 순간 내 쓰레기같은 정신조차 간사함에 강간당해서 결국엔 절망만이 남는다. 나는 가도 가도 끝이없는 통탄의 길 위에 있다. 태어날 때부터 후회라는 용광로에 오금이 빠진 상태이므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든다. 내겐 미소짓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눈물을, 후회를, 간사함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슬픔에 대한 후유증과 깊은 어둠만을 느끼기위해 세상에 나왔다. 온 세상이 얼어붙은 눈 밭에 홀로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풍경은 온통 흰색이었지만 생물이라곤 찾아볼 수조차 없기에 겨울의 나라에서 적막함을 느껴야만한다. 고드름보다도 더 차가운 내 마음은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신으로부터 점지받은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차가워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진, 애초에 그 어떤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는, 접근조차 허용되지 않은 세계다.

평범하고 부족한 아버지라 할지라도 누구에겐 가장 위대한 인물이고 영웅이된다. 사랑외엔 아무것도 줄 것이 없는 어머니라도 누군가에겐 생명을 잉태한 신성함의 상징이자 천사다. 자식에게 표식을 남긴 이라면, 그 누구라도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그 보상이라는 것이 선택받은 악마의 하수인으로부터 오는 선물이라면 의도에 관계없이 부모조차 목이 따일 뿐이다. 주변사람 모두를 암흑으로 몰고갈 수 밖에 없는 인간. 그럼에도 먹고 마시며 살아가는 간사한 인간. 그 인간이 바로 나다.


Featured photo credit: philhearing via flickr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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