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의 무명생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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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의 무명생활 1

지옥 같았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글 따위를 쓰는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내가 썼던 글이란건 내 안에서만 살아 숨쉬는 심장이었다. 인정해주는 사람 없는 지리멸렬한 시간들을 보냈다. 점점 더 사회로부터 격리된 구렁텅이로 빠져들어가는 듯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었거나 정신병자, 사회부적응자, Mr.거짓말쟁이였다. 나는 작가의 꿈을 꿨지만 작가가 아니었고 내가 쓴 글로는 한 푼도 벌 수 없었다.

내 일과의 마지막은 불꺼진 창가에 서서 초라한 눈으로 달을 바라보며 신세한탄을 하는 것이었다. 수 년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세상은 왜 나를 알아주지 않는가? 왜 나는 인기와 명성을 얻지 못하는가? 기회란건 어쩜 이렇게 나를 피해가는가? 내가 원했던건 엄청 크게 성공하거나 세계최고의 유명인사가 아니라 그저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조금 가난하지만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평범한 삶인데.


나는 현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이상은 높았으나 현실은 열악했기 때문에 마치 꿈도 현실도 아닌 악몽의 세계를 살아가는 것 같았다. 하루에도 여러번 포기하고 싶었고, 무명생활을 청산하고 싶었다. 간헐적으로 기침을 하면서 코피를 쏟을 때면 삶에 대한 의욕이 고갈되어 죽고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차피 먼지같은 인생이었고 고개를 끄덕여주는이 없는 삶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공중분해되어 사라진다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었다.

내게 과연 글쓰는 삶을 유지할 여력이 되는가? 글쟁이의 자격이 있는가? 통장잔고는 항상 바닥을 보였고 스트레스와 걱정만 늘었다. 당시에 내 수입이라고 한다면 블로그에 달아놓은 광고 수익 아주 조금이 전부였다. 고정비 지출은 항상 그대로였고 끼니를 거를만큼 줄일대로 줄여 더 이상 줄일 수 없을때까지 근검절약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나는 곧 파산하여 인생을 비관하면서 강물에 뛰어내리거나 장기라도 내다 팔아야할 지경이었다.

나는 열심히 일했다. 내가 했던 일이란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책의 원고를 적어나가는 단순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명하게 일하진 못했던 것 같다. 개인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건 매우 협소해서 금방 한계가 드러나는 법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말은 반쪽짜리 진리다. 열심히 노력해도 안되는게 있기 마련이다. 사회는 단순하지 않고 아주 복잡하다. 노력과 운, 타이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수명을 갉아먹는 느낌이 들만큼 열심히 일 했지만 내가 했던 것들 중 제대로 된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 재미있고 즐거운 것들을 놓지 않으면서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는건 불가능하다. 현실에 안주하면서 고통스러운 변화를 감내하지 않는다면 금세 퇴물이 될 뿐이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무언가는 포기해야만한다. 이건 선택의 문제다. 나는 내 꿈을 지키기위해 여러가지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잠을 줄이고 먹는 것도 줄였다. TV같은건 애초에 안봤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줄었고 친척들과의 교류도 끊겼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바쁘게 살았지만 효율적이지 않았다. 직장, 건강, 적금, 사람 등 하나를 위해 많은걸 손에서 놓아야만했다. 이건 평범한 사람의 인생이라 할 수 없었다.

내 경쟁자는 다른 사람일 때도 있었고 나 자신일 때도 있었다. 그 사람의 자리, 그 사람의 직업, 그 사람의 돈, 그 사람의 인기, 그 사람의 명성... 그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건 내 것이어야만했다. 나는 그 사람보다 뛰어났고 그것이 무엇이든 그 사람보다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일 뿐,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자기세계에 빠져 몽상가처럼 사는 세상물정 모르는 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미래는 불투명하다못해 흙 빛이었고, 전망같은건 있지도 않았으며 내 일은 촌스럽고 수준 낮은 것으로 비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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