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마지막 글
- 칼럼 에세이
- 2015. 12. 31.
2015년 마지막 글
한 시간 뒤에 내 나이 앞 자리가 바뀐다고 생각하니 괜히 쑥쓰럽고 어색한 기분이다. 아마도 한 동안은 내 나이를 잘 못 이야기하고 문서에는 습관처럼 2015를 적을게 분명하다. 시간은 항상 그렇지만 느낌보다 빨리 흘러간다.
어떤 상황이라도 마지막이란건 슬프다. 꼬맹이 시절땐 방학 때만 하던 TV 만화 프로그램의 마지막 방송때 울어버린 적도 있다. 아쉬움과 그리움. 기억과 추억들이 교차하는 지금이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방 안에 앉아 고요하게 올 한 해를 떠올려보았다. 주마등처럼 모든 것들이 스쳐지나간다. 울고, 웃었던 순간들. 1년은 시간의 총 합으로 이루어져있지만 기억은 1년 단위로 묶여있다. 언젠가는 소주 안주삼아 2015년을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차차 지워질 2015년이다. 당장 지금도 2014년이 잘 기억나지 않는걸보면 망각이란 녀석이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것 같다. 어릴땐 몰랐는데 시간은 그만한 대가를 요구했다. 체력과 에너지를 갉아먹고 피로를 늘린다. 경험이 늘면서 창의력이 줄고, 유연함을 키우는 대신 패기를 죽였다.
그 어떤 한 해가 특별하지 않을까. 살아 숨쉬었던 모든 순간들이 특별할 뿐이다. 2015년 마지막 남은 오늘이 그렇고, 다가올 새 해 2016년 1월 1일 역시 그렇다. 오늘 하루는 그저 평범한 평일과 다르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믹스커피를 타 마시고 글을 조금 썼다. 업무를 좀 하고 책도 읽었다. 남들은 연말이다뭐다해서 휴가도 가고 망년회도 하면서 연말을 온 몸으로 만끽하는 분위기다. 나에겐 단지 날짜가 12월 31일인 평일이었다.
연말이 뭐 대수인가 싶어도 가슴 한 켠에 설레이는 마음은 감출 길이 없다. 주방에서 그릇 정리를 하다가 문득 오늘이 마지막 날임을 상기하고선 '이대로 연말을 보낼 수 없어!'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 집에는 나 혼자 뿐이므로 혼잣말로 만족했다.
연말을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건 의미있는 일이다. 비록 나는 홀로 연말을 보내고 있지만 이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조용하게 마음을 달래는 이 시간이 좋다. 발길 뜸한 어느 절간의 스님처럼, 나는 나의 내면과 함께 연말을 보낸다.
12월 중순부터였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사이토 다카시 저)를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스트레스 받고 신경썼던 외로움과 고독을 긍정적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덕분에 연말에는 글쓰기나 업무적 퍼포먼스를 낼 수 있었다.
2015년 글은 이 것으로 마지막이다. 멋진 한 해 였다! 앞으로가 고난의 길이라도 난 기꺼이 걸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