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안동 벚꽃 동영상을 올린 후 생긴 일
- 칼럼 에세이
- 2016. 4. 4.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소설 마션 도입부 인용)
안동 벚꽃 길 동영상 하나. 재생이 36,000건이 넘었다. 10시간동안 쉬지않고 1초당 한 번씩 재생되어야하는 수치다. 좋아요 1,500개... 댓글 800개...
직접 올린 콘텐츠에 반응해주는 사람이 많은건 콘텐츠 만드는 입장에서 기분 좋은 일이지만 나는 관계자도 아니고 안동명예홍보대사도
아니고... 그냥 시민인데...그냥 안동 시민들한테나 소소하게 알릴 목적이었는데... 댓글들을 보니까 안동이 어딘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본 것 같다.
타지에서 안동으로 벚꽃보러 많이오면 관광객도 늘고 상권도 활성화되고 좋긴 좋겠지만 당장은 나하고 관계없...
나도 곧 저기가서 막걸리도 한 잔 먹고 저거 봐야하는 입장인데... 사람 너무 많으면 정작 내가 못보는데... 망했다...
그런데 만약 페이스북 동영상에 광고를 넣을 수 있다면? 아... 그런거 없구나... 나는 망했다...
이제 완전히 내 손을 벗어났다. 더 이상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12만명이면 볼 사람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 마냥 지금도 초 단위로 올라가고 있다. 이중 1%만 오더라도 1,000명...
댓글들을 읽어보니 안동이라는 곳에 대한 홍보 효과는 있는 것 같다. 아직 안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검색을 해보면서 숙소와
맛집, 교통편을 찾아본다는 글이 많다. 많은데... 내가 뭐 안동시 공무원도 아니고... 시장 선거 출마할 것도 아니라서, 지금의
나는 마치 마들렌 시장으로 신분을 세탁한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이 된 듯하다. 전국에서 온통 난리인데 안동만 모르는 이 느낌...
정말 오랜만이군.
이왕 이렇게된거 이제 17만명 찍고 안동인구 넘는 수치를 보는걸 목표로 삼고자한다. 정신문화는 계승되어야하지만 요즘 2030을 유혹하는건 오감으로 즐기는 현대적 체험형 콘텐츠이며, 여기에는 시각, 향기, 음악, 맛, 계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게 증명된 셈이다.
누구말처럼 동영상 업로드 타이밍이 좋았다. 생각없이 그냥 올린건 아니고 D-15일은 설계다. 정월대보름인 음력 1월 15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멈출 수 없으므로 역발상하여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좋은 경험으로 삼아야겠다. 여기에서 얻는 인사이트는 어쩌면 벚꽃 구경보다 더 가치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내가 볼지 말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안동을 찾아 문화유산과 역사, 이야기를 듣고 배우면서 경험과
추억을 쌓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물론, 전국 어디에도 밀리지 않는 벚꽃도 봐야한다. 봄 철, 안동은 공기 좋고 따뜻해서 여행하기
참 좋은 곳이다. ...
마지막 글이다. 이 동영상에 대해선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을 예정이거니와 쓸 말도 없다.
이제 좀 잠잠해졌다. 볼 사람 다 봤다는 얘기다. 조회수 22만, 좋아요 9천개, 댓글 4천개 수준으로 마감될 것 같다. 애초 목표였던 안동 인구 17만명 넘기기는 성공했다. 간만에 페이스북 알람을 다시 켰다.
한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이 동영상 이야기로 대화가 시작됐다. 처음엔 큰일났다 싶었다가 나중엔 해탈하고 지금은 무(無)다. 콘텐츠와 유행은 항상 바뀌고 소비하면 그걸로 끝이다.
안동의 벚꽃은 매우 자연스러운 멋을 가진다. 강을 따라 완만하게 심어져있고 저마다 높낮이와 크기가 다르지만 전체를 보면 멋지게
군락을 이루면서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하늘을 포근하게 감싼 모습이다. 이제 직접 가서 즐기는 일만 남았다.